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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부활 메시지

본문

“두려워하지 마라.”(마태 28,5)

 

사랑하는 교구민 여러분,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참으로 부활하셨습니다. 죽음을 이기시고 되살아나셨습니다. 부활하신 예수님의 은총과 평화가 교우 여러분 모두에게 가득 내리시기를 빕니다. 

예수님의 죽음과 부활을 전하는 마태오복음을 보면, 두 차례의 큰 지진이 일어납니다. 첫 번째 지진은 예수님이 돌아가신 직후에 일어납니다. “예수님께서는 다시 큰 소리로 외치시고 나서 숨을 거두셨다. 그러자 성전 휘장이 위에서 아래까지 두 갈래로 찢어졌다. 땅이 흔들리고 바위들이 갈라졌다.… 백인대장과 또 그와 함께 예수님을 지키던 자들이 지진과 다른 여러 가지 일들을 보고 몹시 두려워하며, ‘참으로 이분은 하느님의 아드님이셨다.’하고 말하였다”(마태 27,50-51).

이렇게 돌아가신 예수님께서는 서둘러 무덤에 묻히십니다. 노동이 금지된 안식일이 가까이 다가왔기 때문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인간의 구원을 이루신 후 이제 그야말로 하느님의 안식을 취하십니다(가톨릭교회 교리서 624항 참조). 예수님의 몸과 영혼이 깊은 안식을 누리십니다.

두 번째 지진은 안식일 다음 날 마리아 막달레나와 다른 마리아가 예수님의 무덤을 찾아갔을 때 일어납니다. “그런데 갑자기 큰 지진이 일어났다. 그리고 주님의 천사가 하늘에서 내려오더니 무덤으로 다가가 돌을 옆으로 굴리고서는 그 위에 앉는 것이었다. 그의 모습은 번개 같고 옷은 눈처럼 희었다. 무덤을 경비하던 자들은 천사를 보고 두려워 떨다가 까무러쳤다”(마태 28,2-4).

두 차례의 큰 지진은 땅과 하늘 그리고 마음을 뒤흔드는 사건입니다. 이는 큰 두려움과 공포를 불러일으킵니다. 첫 번째 지진은 죽음의 비명과 더불어 마침내 지옥이 승리했다는 격렬한 몸짓과 환호성과 같습니다. 그래서 백인대장과 병사들은 아주 소심하게 신앙을 고백하고 있고, 예수님을 사랑했던 여자들은 깊은 슬픔에 빠져 이제 실낱같은 희망만을 겨우 유지하고 있었을 뿐입니다. 그 희망은 마치 그들 영혼의 깊은 잿더미 속에 살아 있는 작은 불씨와 같았습니다. 바로 이 불씨에서 여자들은 주님의 시신에 향유를 바르려는 사랑을 키우고, 실제로 안식일 다음 날 무덤을 찾아가는 용기를 냅니다. 희망의 불씨가 당겨진 것입니다. 바로 그때 두 번째로 땅이 흔들립니다. 이 지진은 사랑이 결국 이겼다는 승리의 표현이지만, 여자들은 아직 두려워하였습니다. 여자들은 몹시 놀랐고, 이에 천사는 용기와 희망을 북돋아 주는 말씀을 전합니다. “두려워하지 마라”(마태 28,5).  

천사는 마리아에게 구세주의 탄생을 예고할 때 “두려워하지 마라.”고 말했습니다. 예수님께서도 공생활 중에 제자들에게 “두려워하지 마라. 용기를 내어라.”하고 거듭 말씀하셨습니다. 이 말씀은 분명 당황한 영혼에 여유를 주고, 안정감을 주고, 희망을 자아냅니다. 그리고 죽음을 이기시고 부활하신 예수님께서는 무덤 근처에서 여자들을 만나셨을 때 다시 말씀하십니다. “두려워하지 마라. 나다.”

부활하신 예수님께서는 “두려워하지 마라.”는 말씀으로, 먼저, 악이 승리했다는 첫 번째 지진의 환상을 산산이 부수십니다. 이어서 “두려워하지 마라.”는 말씀으로 당신의 사랑이 궁극적으로 승리했다는 것을 부드럽게 선언하십니다. 마침내 교회를 통해 “두려워하지 마라.”는 말씀을 목소리에서 목소리로, 믿음에서 믿음으로 우리에게까지 전해주십니다.

주님께서는 오늘날 당신 백성을 만나실 때마다 인사말로 “두려워하지 마라.”는 말씀을 들려주실 것입니다. 주님께서는 부드럽지만 단호하게, 실의에 빠진 당신 백성에게 약속에 대한 믿음을 회복시켜 주시고 위로를 베풀어주십니다. 실제로 “두려워하지 마라.”는 말씀으로 그 옛날 이사야의 예언은 성취됩니다. “주님께서는 정녕 시온을 위로하시고 그 모든 폐허를 위로하신다. 그 광야를 에덴처럼, 그 황무지를 주님의 동산처럼 만드시니 그 안에는 기쁨과 즐거움이, 감사와 찬미 노랫소리가 깃들리라”(이사 51,3). 이렇게 부활하신 주님께서는 분명 우리를 위로하심으로써, 우리에게 큰 용기를 북돋아 주십니다.

사랑하는 교우 여러분, 주님께서 참으로 부활하셨습니다. 죽음을 이기신 주님께서는 어둠의 온갖 세력을 물리치시고, 악에서도 선을 이끌어 내실 수 있습니다. 고요하게 승리한 이 부활절에 주님께서는 우리 모두에게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두려워하지 마라. 내가 여기 있다. 나는 죽었지만, 다시 살아났다.” 주님께서는 우리 시대에 악의 승리와 그 함성이 땅을 뒤흔들 때마다, 그분의 고난이 교회 안에서 되풀이될 때마다, 그분의 환난에서 모자란 부분이 채워질 때마다 이 말씀을 하십니다. 주님께서는 슬픔과 두려움과 혼란에 빠져 있는 모든 사람에게 이 말씀을 나지막이 들려주십니다. 주님께서는 악의 세력이 사람들을 장악하고 죄악의 구조를 만들어내는 혼란한 역사 한복판에 이 말씀을 하시고, 거짓과 불의와 증오 등이 기세등등한 현실에서도 이 말씀을 하십니다. 아울러 상처를 입은 모든 인간에게, 임종이 목전에 다가온 모든 인간에게도 이 말씀을 하십니다. “두려워하지 마라. 나다. 내가 여기 있다.” 악과 죽음이 승리했다고 착각할 때마다, 예수님께서는 우리를 당신의 궁극적인 승리에 한 걸음 더 가까이 인도하십니다.

교우 여러분, 참으로 거룩한 이 부활절에 우리는 모두 마음을 가다듬고,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되살아나신 주 예수님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입시다. 특히 개인적 혹은 문화적이나 사회적 사건에서 충격을 받고 당황할 때, 독선과 오만과 교만 등의 지진이 우리의 마음을 뒤흔들 때, 주님의 음성에 귀 기울입시다. 그리고 우리 죄악의 지진이 우리 자신을 무너뜨릴 때 더욱더 주님의 목소리를 들읍시다. “두려워하지 마라. 나다!” 주님의 말씀은 두려워하는 우리에게 분명 용기를 북돋아 주시고, 부활의 생명을 누리도록 우리를 새롭게 창조하실 것입니다.

 

2026년 부활절에 

전주교구장 김선태 사도 요한 주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