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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2주일(요한 1,3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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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4-01-16 10:11 조회260회 댓글0건

본문

베드로와 안드레아의 예비적 소명

 

"요한의 말을 듣고 예수를 따라 간 두 사람 중의 하나는

시몬 베드로의 동생 안드레아였다. 그는 먼저 자기 형 시몬을 찾아 가

'우리가 찾던 메시아를 만났소' 하고 말하였다"(요한 1,40-41).

 

오늘은 연중 제2주일이다.

오늘 복음은 예수님께서 첫 번째로 부르신 제자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 이야기를 요한 복음사가는 공관 복음(마르코, 마태오, 루가)과 다르게 전하고 있는데, 제자들을 부르신 장소와 제자들의 수가 다르다. 공관 복음에서는 예수님께서 갈릴래아 호숫가를 지나가시다가 호수에서 그물을 던지고 있는 4명의 제자들을 부르시는데, 오늘 요한 복음에서는 갈릴래아 호숫가가 아닌 베다니아이고, 부르신 제자들의 수도 4명이 아닌 2명이다.

비록 예수님께서 제자들을 부르시는 것은 요한 복음과 공관 복음이 다르게 전하고 있다 하더라도 이 둘은 서로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공관 복음의 사건은 갈릴래아 호숫가에서 예수님을 따르라는 '부르심'이고, 요한 복음의 사건은 '부르심' 이전에 예수님과의 '첫 만남'이 있다. 즉 요한 복음에 나오는 예수님과의 만남은 예비적 부르심이고, 진정한 의미로서 예수님을 따르도록 부르심을 받은 것은 갈릴래아 호숫가였다.

그러면 갈릴래아 호숫가에서 부르심을 받고 일생을 예수님과 운명을 같이하는 제자가 되기 전에 가진 예수님과의 만남인 예비적 소명에 대해서 묵상해 보자. 요한 복음사가는 안드레아와 베드로가 예수님과 처음 만나 메시아이심을 깨달은 이 예비적 소명을 대단히 중요하게 생각했다.

"다음 날 요한이 자기 제자 두 사람과 함께 다시 그 곳에 서 있다가 마침 예수께서 걸어 가시는 것을 보고 '하느님의 어린 양이 저기 가신다' 하고 말하였다. 그 두 제자는 요한의 말을 듣고 예수를 따라 갔다"(요한 1,35-37).

이곳은 요르단강 건너편 베다니아 근처로 전해지는데, 베다니아는 예루살렘 동쪽 약 3km의 거리에 있는 한 작은 마을로 올리브산의 동쪽 경사면에 자리잡고 있다. 두 제자가 예수님을 만난 곳은 복음서에 나오는 '요르단강 건너편, 즉 강의 동쪽'으로 세례자 요한의 활동 무대이다. 그러나 그런 장소, 혹은 마을은 아직 확인되지는 않고 있다. 다만 성서 구절로 보아 그곳은 사해로부터 북쪽으로 조금 떨어진 요르단강의 동쪽(요한이 세례를 베풀었던 장소 근처)으로 나타나 있다. 세례자 요한이 자기 두 제자와 함께 서 있다가 예수님께서 걸어가시는 것을 보고, '하느님의 어린 양'이 저기 가신다고 말한다. 두 제자는 세례자 요한의 말을 듣고 즉시 예수님을 따라간다. 세례자 요한이 말한 '어린 양'이란 곧 하느님의 아들이신 메시아를 증언하는 것이었고, 두 제자는 스승의 말을 듣고 예수님을 메시아로 받아들인다. 복음은 그들과 예수님과의 대화를 이렇게 전한다.

"예수께서는 뒤돌아 서서 그들이 따라 오는 것을 보시고 '너희가 바라는 것이 무엇이냐?' 하고 물으셨다. 그들은 '라삐, 묵고 계시는 데가 어딘지 알고 싶습니다' 하고 말하였다. (라삐는 선생님이라는 뜻이다.) 예수께서 와서 보라고 하시자 그들은 따라 가서 예수께서 계시는 곳을 보고 그 날은 거기에서 예수와 함께 지냈다. 때는 네 시쯤이었다. 요한의 말을 듣고 예수를 따라 간 두 사람 중의 하나는 시몬 베드로의 동생 안드레아였다"(요한 1,38-40).

그들이 예수님께서 묵고 계시는 곳을 물은 것은 예수님의 제자가 되어 동고동락을 하겠다는 의사표시였다. 그들은 예수님을 따라가서 그 날 예수님과 함께 지냈는데, 이로써 그들은 예수님을 메시아로 믿고 예수님의 제자가 되겠다는 뜻을 드러냈으며 예수님께서는 그들을 당신의 제자로 받아들이신다. 그러나 그들이 이때부터 예수님의 제자가 되어 예수님과 함께 지낸 것은 아니다. 이들이 예수님과 함께 지내게 된 것은 공관 복음에서 언급하고 있는 것처럼 훗날 갈릴래아 호숫가에서 예수님의 부르심을 받고 나서부터이다.

이 두 사람 중의 하나는 시몬 베드로의 동생 안드레아였는데, 또 한 사람은 누구인지 말하고 있지 않다. 아마도 그는 훗날 예수님의 제자가 되지 않은 것 같다. 안드레아는 예수님께서 계시는 곳에서 예수님과 함께 하루를 묵고 나서 형인 시몬을 찾아간다.

"그는 먼저 자기 형 시몬을 찾아 가 '우리가 찾던 메시아를 만났소' 하고 말하였다. (메시아는 그리스도라는 뜻이다.) 그리고 시몬을 예수께 데리고 가자 예수께서 시몬을 눈여겨 보시며 '너는 요한의 아들 시몬이 아니냐? 앞으로는 너를 게파라 부르겠다' (게파는 베드로 곧 바위라는 뜻이다) 하고 말씀하셨다"(요한 1,41-42).

이름을 주신다는 것은 큰 의미가 담겨 있다. 이름은 단순히 관습적 호칭만이 아니라 세상에서의 본질적인 신분, 즉 그 사람의 본성을 나타낸다. 따라서 이름을 바꾼다는 것은 인격을 바꾸는 것을 의미하며, 열왕기 하권 23장 34절에서처럼 그의 후계자(종)가 됨을 의미한다. 과거에 하느님께서는 아브라함, 사라, 야곱의 이름을 바꾸어주시어 이들의 생명과 삶을 주관하시는 주재자이심을 나타내셨다.

그리고 이름을 바꾼다는 것은 이름에 걸맞는 새로운 생활을 하게 됨을 의미한다. 예수님께서는 시몬의 이름을 게파, 즉 베드로라는 이름으로 바꾸어주시고 그를 제자로 받아들이시면서 그의 삶이 당신에게 종속되었음을 보여주신다. 그리고 그의 삶이 당신 제자로서의 삶으로 바꾸어질 것임을 나타내신다. 시몬은 이제 주님의 제자가 되어 게파-베드로로 살아가게 될 것이다. 시몬 베드로 역시 이때부터 예수님을 따라나선 것은 아니다. 예수님의 제자가 되어 따라나선 것은 훗날 갈릴래아 호숫가에서 동생 안드레아와 함께 부르심을 받은 때이다.

오늘 복음에서 요한 복음사가는 베드로와 안드레아 형제가 예수님을  메시아로 확신하고 받아들이는 예비적 소명의 모습을 생생하게 전하고 있다. 여기에서 특히 중요한 것은 이들이 메시아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예수님을 따르겠다는 결심을 굳힌, 예수님과의 만남이다. 이 만남과 결심은 훗날 갈릴래아 호숫가에서 예수님의 부르심에 즉시 따라나서는 행동으로 이어진다. 즉 예수님과 운명을 같이하면서 죽음까지도 함께하는 참다운 제자직으로 연결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오늘의 예비적 소명은 갈릴래아 사건을 시사하는 것으로써 제자들이 행동으로 따라 나서는데 큰 힘이 된다.

오늘날 우리 그리스도인들에게 있어서도 예비적 소명은 주님을 믿고 따르는데 있어서 중요한 성소이며, 특히 성직자, 수도자들에게 있어서는 더욱 그러하다.

 

"라삐, 묵고 계시는 데가 어딘지 알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