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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말씀

2024.12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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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서

전주가톨릭순교현양원

  • 원장 김광태(야고보) 신부
  • 기획실장 송민찬(미카엘)
  • 학예팀장 조희(소피아)
천주교 전주교구장 김선태 사도요한 주교는 2024년 2월 17일 전주가톨릭순교현양원을 설립했다.
현양원은 전주교구 순교자와 신앙 선조들이 지켜온 정신을 계승하여 오늘의 신앙인에게 참된 믿음살이의 모범을 제시한다.
나아가 현양원은 유형 또는 무형의 신앙 유산을 개발하고 보존하여 후손에게 물려주기 위해 제반 활동을 수행한다.

현양원 설립 취지문

김선태 사도 요한 주교
지난 2021년 3월 11일 첫 순교자 유해로 추정되는 유골을 발견했다는 소식을 듣고 하느님께서 이러한 선물을 주신 이유를 찾기 위해 마음을 모으고 나름대로의 대답을 정리해 놓은 것이 유해 발견 교령을 발표한 특별 담화문입니다. 저는 오늘날 교회가 이 세상으로부터 거센 도전을 받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첫째는 물질만능주의입니다. 돈이나 재화를 가장 소중한 것으로 여겨 집착하고 있으며 하느님보다 돈을 더 우선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어떤 의미에서는 하느님을 믿는 이유도 더 많은 재화를 차지하고 누리기 위해서라는 말도 나올 정도입니다. 이런 물질만능주의로 인해 올바른 삶이 무너지고 왜곡되어 버렸으며 온갖 병폐가 속출하게 됩니다. 우리가 도전받는 두 번째 것은 극심한 개인주의입니다. 극심한 개인주의는 자신만 무탈하면 그만이라는 태도로 이기주의를 낳고 냉담한 무관심을 양성하며 더불어 사는 삶을 파괴합니다. 결국 갈등과 분열을 낳고 공동체의 삶을 파괴합니다.
거세게 불어닥치는 도전에 대항할 수 있도록 주님께서 우리에게 순교자의 유해를 내려주셨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순교자의 유해는 이런 도전을 이겨내는 강력한 메시지가 담겨있기 때문입니다. 모든 순교자는 신앙의 본질에 충실하신 분으로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정신을 다하여 하느님을 사랑하신 분입니다. 그렇게 하느님을 우리 삶에 가장 우선으로 여겼기 때문에 목숨마저 바쳤습니다. 그러기에 물질 만능주의에 직면하여 순교자는 신앙의 본질을 확실하게 제시하고 물질만능주의의 거센 도전을 잠재울 수 있는 훌륭한 모범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게다가 이번에 발견된 첫 순교자들은 자신의 순교를 통해서 이어지는 박해시대에도 큰 영향을 미치시고 또 후대의 순교자들에게 신앙의 훌륭한 모범을 보여주신 분이기 때문에 더욱더 큰 의미가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순교자들과 함께 우리 마음속에서 비본질적인 것들을 걷어내고 신앙의 본질에 늘 충실하자고 당부를 드렸습니다.
아울러 우리는 신앙선조들의 공동체 정신을 묵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첫 순교자들의 고향이나 그 근교가 아니라 굳이 초남이 성지에 묻힌 까닭은 유항검 순교복자를 중심으로 하는 초남이 공동체 생활 때문이었습니다. 초남이성지에서 교우들은 신앙을 바탕으로 어려울 때 서로 격려하고 돕는 그리고 가난한 이들과 재물을 나누는 아주 끈끈한 공동체 생활을 영위하고 있었습니다. 말하자면 친교와 형제애가 이루어지는 하느님의 나라를 구현하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공동체 생활이 끈끈하고 활발하게 이루어졌기 때문에 위험을 무릅쓰고 첫 순교자의 주검을 거두어들이고 모실 수 있었습니다. 이런 점에서 첫 순교자의 유해 발견은 오늘날의 극심한 개인주의에 맞서 공동체 정신을 증진하도록 촉구하고 있습니다. 오늘날 극심한 개인주의로 말미암아 깊게 상처 입은 공동체 정신은 신앙선조들의 공동체 삶을 성찰하고 본받음으로써 비로소 치유될 수 있습니다.
이제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는 유해 발견의 메시지처럼 신앙의 본질에 충실하고 공동체 정신을 함양하여 오늘날의 도전을 이겨내는 것입니다. 전주가톨릭순교현양원이 설립된 목적은 우리 선조들이 지켜왔던 신앙의 본질에 충실한 정신과 역동적인 공동체 생활을 오늘의 신앙인들에게 모범으로 제시하기 위한 것입니다. 신앙 선조들의 정신을 더 체계적으로 깊이 있게 제시하고 그것을 신자들이 이어받을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기울이는 일이 순교현양원이 해야 할 일입니다. 우리 모두 이 현양원을 통해서 신앙 선조들의 고귀한 정신을 더욱더 기림으로써 현대의 거센 도전을 교회가 이겨낼 수 있도록 노력하고 주님께 은총을 청하도록 합시다. 오늘부터 시작되는 이 일이 정말로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큰일을 맡겨주셨고, 우리를 통해서 하느님께서 큰일을 하실 것이라는 마음을 지니며 거세게 도전하는 여러 나쁜 흐름을 잘 이겨내서 하느님의 영광을 드러내도록 함께 힘을 모아봅시다. 고맙습니다. 아멘.

2024년 3월 9일 전주가톨릭순교현양원 설립 기념 미사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