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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4주일(마르 1,2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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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4-01-23 10:20 조회209회 댓글0건

본문

악령은 인간의 적

 

"안식일에 예수께서는 회당에 들어 가 가르치셨는데

사람들은 그 가르치심을 듣고 놀랐다. 그 가르치시는 것이

율법학자들과는 달리 권위가 있었기 때문이다"(마르 1,21-22).

 

오늘은 연중 제4주일이다.

오늘 복음은 예수님께서 당신이 지니신 '권위'(Exousia)를 보여주신다. 우리는 지금부터 몇 주일에 걸쳐 예수님의 새로운 권위, 즉 악령들린 사람을 고쳐주시고, 많은 병자들과 나병환자, 중풍병자의 치유와 단식과 안식일에 대한 새로운 가르침을 듣게 되면서 예수님의 신성을 보게 될 것이다.

'권위'란 말은 국어사전에서 "권력을 가진 기관이나 인격, 지위 등이 그 기능의 우위성을 공인시키는 능력, 또는 일정한 분야나 일반 사회에서 일인자로 인정받고 어떤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위신"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그런데 이 권위가 성서에서 아주 중요한 위치와 뜻을 지니고 있다. 권위가 전적으로 '하느님의 것'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바오로 사도는 권위에 대해서 하느님께서 주시지 않은 권위는 하나도 없다고 하면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누구나 자기를 지배하는 권위에 복종해야 합니다. 하느님께서 주시지 않은 권위는 하나도 없고 세상의 모든 권위는 다 하느님께서 세워 주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권위를 거역하면 하느님께서 세워 주신 것을 거스르는 자가 되고 거스르는 사람들은 심판을 받게 됩니다"(로마 13,1-2).

구약에서 말씀이나 가르침은 항상 하느님께서 주시는 권위를 전제로 하고 있다. 따라서 권위를 행사한다는 것은 하느님의 절대적인 요구에 종속되는 것으로 나타나 있다.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피조물의 세계에 있어서도 모든 권위의 원천은 하느님이시며, 자연계에 대한 인간의 권위, 자녀에 대한 부모의 권위, 남편의 권위 등의 근원도 하느님이시다. 따라서 이스라엘의 모든 지도자들은 자기에게 속한 집단의 공동선을 위해 일할 책임과 권위를 하느님께로부터 위임받았다. 즉 이스라엘의 지도자들, 다윗 왕조의 후계자들, 또한 예언자들이 지닌 모든 권위는 하느님께로부터 왔으며 백성들은 이 권위에 절대적으로 복종하고 순종해야 했다.

하느님께서는 지상의 하느님 나라와 당신의 거룩한 백성들을 위하여 그들의 지도자로 대리인을 임명하시어 당신의 권위를 부여하셨던 것이다. 이들은 종교적 목적으로 파견된 자들로 모세, 예언자, 사제들이었다. 이들은 하느님의 권능을 위임받아 권위를 가시적으로 행사하였다. 오늘 제1독서에서 모세는 예언자들을 통한 야훼 하느님의 권위에 대해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너희 하느님 야훼께서는 나와 같은 예언자를 동족 가운데서 일으키시어 세워 주실 것이다. 너희는 그의 말을 들어야 한다"(신명 18,15).

그리고 모세는 야훼 하느님의 말씀을 이렇게 전하고 있다.

"나는 네 동족 가운데서 너와 같은 예언자를 일으키리라. 내가 나의 말을 그의 입에 담아 주리니, 그는 나에게서 지시 받은 것을 그대로 다 일러 줄 것이다"(신명 18,18).

구약의 야훼 하느님께서는 예언자들을 통하여 당신의 권위, 당신의 위신을 드러내셨는데 예언자의 권위 있는 말은 곧 하느님의 말씀이었다. 그런데 이러한 하느님의 권위가 이스라엘의 왕정 정치에서 정치적 권위와 더불어 다윗 왕조의 왕들에게 주어져 남용되는 위험을 가져왔다. 그들은 하느님의 다스림 안에서 하느님의 권위를 하느님의 이름으로 성실하게 행사했어야 했는데, 지상적인 인간 권위를 내세워 자기의 위신을 드러냈다. 결국 그들은 멸망을 가져오게 되고 이스라엘의 왕정은 유배라는 파국으로 사라졌다. 따라서 유배 이후 이스라엘에서 하느님의 권위도 사라졌다.

그런데 오늘 복음에서 하느님의 권위가 예수님을 통하여 새롭게 드러난다. 예수님께서는 공생활 중 특별한 권위의 보유자로 행동하셨는데 오늘 처음으로 그 권위를 사람들 앞에 나타내신다. 예수님께서는 첫 번째로 제자들을 부르시고 그들과 함께 가파르나움으로 가시어 안식일에 회당에서 하느님의 권위를 드러내신 것이다.

"예수의 일행은 가파르나움으로 갔다. 안식일에 예수께서는 회당에 들어 가 가르치셨는데 사람들은 그 가르치심을 듣고 놀랐다. 그 가르치시는 것이 율법학자들과는 달리 권위가 있었기 때문이다"(마르 1,21-22).

그들은 예수님의 가르침에서 하느님의 힘, 하느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크나큰 신적인 위엄을 느낀 것이다. 안식일이 되면 율법학자들이 자주 회당에서 가르쳤는데 그들은 고작 스승들의 해설에 기초해서 텍스트를 설명할 뿐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예수님께서는 회당에서 사람들에게 가르치신 뒤에 기적을 통해서 하느님의 권위를 직접 보여주신다. 악령들린 사람을 고쳐주신 것이다.

"그 때 더러운 악령들린 사람 하나가 회당에 있다가 큰 소리로 '나자렛 예수님, 어찌하여 우리를 간섭하시려는 것입니까? 우리를 없애려고 오셨습니까? 나는 당신이 누구신지 압니다. 당신은 하느님께서 보내신 거룩한 분이십니다' 하고 외쳤다. 그래서 예수께서 '입을 다물고 이 사람에게서 나가거라' 하고 꾸짖으시자 더러운 악령은 그 사람에게 발작을 일 으켜 놓고 큰 소리를 지르며 떠나 갔다"(마르 1,23-26).

하느님의 권위에 누구보다도 맥을 못 추는 것은 악령들이었다. 악령은 예수님께서 '입다물고 이 사람에게서 나가 거라' 하는 말씀으로 명령하시자 그 사람에게 발작을 일으켜 놓고 떠나간다.

악령은 무엇인가? 악령은 '사탄, 마귀'라고도 부른다. 이는 대적하다라는 말에서 파생된 말로 '적, 원수'라는 뜻을 지니고 있으며, 악령이란 하느님과 인간을 대적하는 해로운 영적 존재이다. 구약성서는 악령의 존재들이 실제로 있어 활동한다고 인정했으며, 성서 저자들은 에돔과 바빌로니아와 같은 저주받은 땅을 그들의 거주지로 보았다. 그리고 바빌로니아 유배 이후에는 성서에 천사의 세계와 악령의 세계를 두드러지게 구별하는 것을 볼 수가 있다. 

이교도들은 악령을 신격화하였다. 이교도들은 해로운 영적 존재들인 악령, 마귀들에게 제사를 올리고 그들과 타협하면서 서로가 이익을 추구하였다. 그들은 물질적 이익을 위하여 마귀를 신으로 신봉하려는 끝없는 유혹을 받았다. 이스라엘도 그런 유혹을 물리치지 못하고 마귀에게 빠져드는데 창조주를 버리고 다른 잡신(신명 13,3.7), 즉 마귀들을 향하여 시선을 돌리고 사람을 잡아 바치기까지 했으며(시편 106,35-37), 불법 산당을 배회하는 들귀신과 부정한 관계를 시도하기도 했다. 따라서 성서는 이교 잡신과 악령을 동일시하거나, 잡신이란 단어를 쓰면서 마귀의 신봉과 우상숭배를 결부시켜 뚜렷한 집단으로 나타냈다. 이렇게 하여 마귀들의 세계는 하느님과 맞서는 세계가 되었으며, 후기 유대교 사상에서는 이 마귀들의 세계가 더욱 체계화된다. 즉 마귀들은 사탄의 공범과 앞잡이가 된 타락한 천사들이며, 교만과 추태를 일삼는 존재로 인간들을 괴롭히고, 죄를 짖도록 부추기는 악령으로 나타났다.

구약성서는 마귀를 물리치기 위하여 구마 예식에 의존하였는데 옛 바빌로니아에서처럼 마술이 아니라 하느님께 드리는 탄원 예식으로 기도를 바쳤다. 하느님의 능하신 이름에 의지하면서 하느님께서 마귀와 그의 끄나풀을 물리쳐주시기를 간절히 바랬던 것이다. 이스라엘은 하느님만이 마귀인 악령을 물리치시고 인간을 구하실 수 있다고 굳게 믿고 있었다.

예수님께서는 사람들이 많이 모인 회당에서 권위 있는 말씀으로 인간에게 해로운 악령을 물리치셨다. 세상의 주인인양 행세하며 인간을 괴롭히는 더러운 악령을 크게 꾸짖으시며 쫓아내셨다. 이것을 보고 사람들은 모두 놀라 서로 수근거렸다.

"이게 어찌 된 일이냐? 이것은 권위 있는 새 교훈이다. 그의 명령에는 더러운 악령들도 굴복하는구나!"(마르 1,27)

예수님께서는 하느님의 권능을 지니신 분으로 그 권위를 새롭게 행동으로 드러내셨다. 그래서 사람들은 예수님의 가르치심과 하시는 일을 보고 '권위 있는 새 교훈'이라고 말하였던 것이다. 

오늘 복음은 예수님께서 하느님의 권위를 가지고 하느님의 아들이신 메시아이심을 처음으로 세상에 드러내신 중요한 사건이다. 우리는 앞으로 성서를 통하여 예수님께서 끊임없이 악령을 물리치시고 악령의 세계를 제압하시는 하느님의 신적 권위를 보게 될 것이다. 이렇게 예수님의 권위와 명성은 활동 초기부터 갈릴래아 지방에 두루 퍼져 나갔으며, 이는 하느님의 다스림이 시작되었다는 증거이며 표징이었다. 이 세상에는 아직도 악의 세력이 있음을 우리는 알고 있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하느님의 아들이신 분에 대한 믿음과 신앙으로서 악령의 세력이 넘치는 세상을 하느님의 말씀으로 변화시키도록 노력해야 한다.

 

"입을 다물고 이 사람에게서 나가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