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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의 수요일(마태 6,1-6.16-18)

페이지 정보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4-02-12 09:42 조회164회 댓글0건

본문

기도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너는 기도할 때에 골방에 들어가 문을 닫고 보이지 않는 네 아버지께

기도하여라. 그러면 숨은 일도 보시는 아버지께서 다 들어 주실 것이다"

(마태 6,6).

 

오늘은 '재의 수요일'이다.

교회는 오늘, 지난해 주님 수난 성지주일에 축복한 성지가지를 태운 재를 머리에 얹는 예식을 거행하면서 속죄의 시간을 갖는다. 이는 재가 구약에서나 신약에서나 참회를 상징하기 때문이다.

먼지로 돌아가는 이 생명 없는 물질을 상징적으로 사용함으로써 스스로가 죄인임을 인정하고, 자기의 죄를 깊이 뉘우침으로써 하느님의 자비를 구하는 것이다. 회개와 속죄의 날인 재의 수요일에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이마에 재를 얹고 하느님의 자비를 구한다. 사순절이 시작되는 오늘 그리스도인들이 묵상하는 복음은 선행에 대한 주님의 말씀이다. 즉 자선과 기도와 단식이다. 지난해(가해)에는 3가지 선행 중에 자선에 대해서 알아보았는데, '나해'인 오늘은 기도에 대해서 알아보기로 하겠다.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기도에 대한 마음가짐과 자세에 대해 이렇게 말씀하신다.

"기도할 때에도 위선자들처럼 하지 말아라. 그들은 남에게 보이려고 회당에서나 한길 모퉁이에 서서 기도하기를 좋아한다. 나는 분명히 말한다. 그들은 이미 받을 상을 다 받았다. 너는 기도할 때에 골방에 들어가 문을 닫고 보이지 않는 네 아버지께 기도하여라. 그러면 숨은 일도 보시는 아버지께서 다 들어 주실 것이다"(마태 6,5-6).

그리고 오늘 복음에는 나오지 않지만 바로 뒤에 이어 기도는 이렇게 하여라 하고 가르쳐주는데, 그 기도문이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주님의 기도'이다.

기도란 무엇인가? 기도에 대한 의미는 구약에 잘 나타나고 있다. 구약의 모든 기도들을 특징짓는 불변의 요소는 기도가 항상 어떤 사건과 관련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이스라엘 사람들은 과거와 현재에 일어난 사건을 배경으로 미래에 어떤 사건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면서, 지상에서 하느님의 구원이 성취되도록 기도하였다. 따라서 그들의 기도 내용은 거의 역사성을 지니고 있었다. 그 때문에 이스라엘 구원의 역사 자체가 기도로서 점철되어 있다고 말한다. 구원의 역사 중에서 발생한 중대한 사건들은 이스라엘 백성의 운명을 결정지었는데, 그때마다 하느님과 백성 사이의 중재자들과 백성 전체가 거의 하느님께 기도를 바쳤다. 이스라엘 백성은 하느님께서 과거에 어떻게 당신 계획을 성취하셨는가를 상기하면서 현재에 밀어닥친 난관을 극복해주시도록 빌었다. 

이러한 예는 매우 많다. 구약성서 중에서 기도하는 인물들 중에 가장 강한 인상을 주는 기도자는 모세였다. 그의 기도는 중재하는 기도의 대표라고 할 수 있으며 예수님의 기도를 예시하고 있다. 하느님께서는 모세의 기도를 들어주셔서 백성을 구해주셨고, 그래서 모세는 백성 중에서도 독특한 지위를 차지하게 되었다. 백성들이 하느님께 배신 행위를 저질렀을 때 그의 기도는 대단히 열렬하였다. 그가 기도하는 방법은 탄원의 기도에서 공통적으로 볼 수 있는 그러한 형태를 취하였다. 먼저 '이 민족이 당신의 백성인 것을 기억해 주십시오'(출애 33,13)라고 하느님의 사랑에 호소하였고, 다음으로는 '만민이 당신을 인정하게 하시고 당신이 과거에 하신 업적을 생각하소서'라고 하느님의 정의와 성실성에 호소하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하느님의 영광에 대하여 언급하면서, '만일 당신이 우리를 버리신다면 이집트인들이 무어라고 말하겠습니까?'라고 기도하였다. 입법자로서의 모세의 업적은 기도에서부터 연유하였다. 그의 기도는 하느님을 직접 바라보는 관상의 기도였으며, 백성들로 하여금 경외심을 일으키게 하였다.

다음으로 하느님의 사랑을 받은 이스라엘의 왕 다윗의 기도를 보자. 다윗은 예언자 나단으로부터 그의 왕조에 대한 메시아적 예언을 들었을 때 감사의 기도를 드렸다. 이때 기도의 중심은 '당신이 하신 말씀을 길이 변치 마시고 이루어주십시오'였다. 솔로몬도 성전 봉헌식 때 미래의 모든 세대를 위한 장중한 기도를 바쳤다. 솔로몬의 기도는 죄를 뉘우치고 통회하는 요소가 기도의 전체 흐름을 지배하였다(1열왕 8,47). 이후 이스라엘이 멸망하고 성전이 파괴되었을 때 통회의 기도가 다시 강하게 나타났다. 이외에도 백성을 위해 기도를 바치는 왕들의 모습이 성서에 자주 나타난다.

아브라함이 예언자로도 불리게 된 것은 그가 백성을 대신하여 하느님께 간청하는 중재자의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사실 예언자들은 기도하는 사람들이었다. 사무엘이나, 아모스, 특히 예레미야 같은 예언자들은 기도를 하면서 중재하는 사람들이었고, 그에 대해서 성서는 '열심히 기도하는 사람'(2마카 15,14)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들 예언자들을 보면 중재자로서의 직무를 완성하기 위해서 개인과 공동체 사이에 구분이 있음과 동시에 상호 관계가 있음을 명백히 의식하였다. 예레미야는 백성이 당하는 고통을 자기 것으로 생각하기도 하였고(예레 4,19), 어떤 때는 백성을 원망하면서 복수를 부르짖기도 하였으며(예레 15,15), 또 어떤 때는 자신의 처지를 탄식하기도 하였다. 에즈라와 느헤미야 역시 자기 자신과 남을 위해서 기도하였다. 마찬가지로 후대에 와서도 마카베오 형제들은 기도하지 않고서는 전투에 나가지 않았다.

바빌로니아 유배 후에 저술된 성서에서는 개인적으로 바치는 기도문들이 점점 더 중요성을 띠고 나타났으며, 이러한 개인 기도는 오늘날 우리에게 기도에 대한 귀중한 자료를 제공한다. 이 기도문들은 하나의 이야기로 읽혀지도록 쓰여졌으며, 교회는 이 기도문을 읽는 사람들에게 자기 자신의 기도로 삼으라고 권고한다. 그래서 오늘날 우리들도 이를 우리들 자신의 기도문으로 삼아 기도를 바치고 있다. 예를 들어 시편은 야훼의 위대한 업적, 계명, 예언, 지혜 등 성서에 나타나는 모든 사상들을 가장 세세한 문제에 이르기까지 반영하고 있는 기도의 성격을 띠고 있다. 시편의 기도는 일치된 감정을 나타내는데, 교회는 이 일치된 감정 때문에 시편을 교회의 기도로 채택하였다. 즉 하느님께서는 우리에게 시편을 만들어주심으로써 당신이 듣고 싶어 하시는 말씀들을 우리의 입(교회)을 통하여 말하도록 하셨으며, 기도의 본질을 우리에게 가르쳐주시고자 하셨던 것이다.

모든 기도 중에서 무엇보다도 중심이 되는 기도는 예수님께서 가르쳐주신 기도이다. 예수님께서는 인류의 요구에 부응하시어 그들의 기대에 희망을 불어넣어주시며, 그와 동시에 신앙을 찬양하고 격려하도록 가르쳐주신다. 예수님께서는 당시에 사람들이 겪은 체험을 바탕으로 '너희는 기도할 때 이렇게 기도하여라' 하시며 기도의 필요성보다 기도하는 방법에 중점을 두고 제자들을 교육하셨다. 기도에 관한 가르침의 중심은 역시 '주님의 기도'이다. 이 기도는 하느님을 아버지라 부름으로써 시작하는데, 이 표현은 시편에서 볼 수 있는 하느님과 인간과의 친밀감을 그대로 보여주면서, 그것을 초월하여 심화하고 있다. 예수님께서는 기도를 자선이나 단식과 더불어 신앙생활의 중요한 선행의 하나로 말씀하신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사순절이 시작되는 오늘 재를 받으며 특별히 자선과 기도와 단식에 대해서 묵상하고 실천할 결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사순절 동안 우리는 주님의 수난에 동참하면서 선행에 충실할 것을 다짐하자.


"숨은 일도 보시는 아버지께서 다 들어주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