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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순 제4주일(요한 3,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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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4-03-03 23:12 조회14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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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고데모의 믿음


"하느님은 이 세상을 극진히 사랑하셔서 외아들을 보내 주시어

그를 믿는 사람은 누구든지 멸망하지 않고 영원한 생명을

얻게 하여 주셨다"(요한 3,16).

 

오늘은 사순절 제4주일이다.

오늘 복음은 예수님께서 니고데모와의 대화를 통해서 영원한 생명에 대한 말씀을 하신다. 예수님께서는 지난주 복음대로 예루살렘 성전을 정화하시고 예루살렘에 머물고 계시던 어느날 밤에 니고데모라는 사람이 찾아왔다. 그는 예수님께 이렇게 말했다.

"선생님, 우리는 선생님을 하느님께서 보내신 분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느님께서 함께 계시지 않고서야 누가 선생님처럼 그런 기적들을 행할 수 있겠습니까?"(요한 3,2)

니고데모는 예수님에 대해서 상당히 많은 부분을 잘 알고 있었으며, 예수님께서 행하신 기적에 대해서도 하느님께서 관여하신 예사롭지 않은 기적으로 믿고 있었다. 그러나 그가 밤에 남의 눈을 피해서 예수님을 찾아온 것을 보면 메시아에 대한 확신을 갖고 있지 않았던 것 같다. 이때에 예수님께서는 니고데모에게 "정말 잘 들어 두어라. 누구든지 새로 나지 아니하면 아무도 하느님 나라를 볼 수 없다"(요한 3,3) 하고 말씀하셨다. 하느님의 아들이신 메시아에 대한 믿음에서 오는 새로운 결단과 새로운 삶의 변화를 말씀하신 것이다. 그러나 그는 아직은 예수님의 말씀을 알아듣지 못하고 있었다. 그리고 나서 예수님께서는 니고데모에게 오늘의 복음 말씀인 '영원한 생명'에 대한 말씀과 더불어 '구원'에 대한 가르침을 주신다.

예수님을 찾아온 니고데모는 누구인가? 신약시대에 니고데모라는 이름은 헬라인과 유다인 중에 흔히 있는 이름이었다. 오늘 복음에 나오는 니고데모는 바리사이파 사람으로서 유다인들의 지도자 중 한 사람으로 나온다. 아마도 그는 유다 관원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예수님께서는 그를 '이스라엘의 이름난 선생'이라고 불러주시는데, 이름난 선생이라면 바리사이파 사람들 중에서도 상당한 위치에 있는 사람이 아닌가 생각된다. 그는 메시아와 하느님 나라의 도래에 대한 관심으로 예수님의 모든 것을 알고자 하는 사람이었다. 혹시 하느님의 아들이신 메시아가 아니신가 하는 관심이었을 것이다. 예수님의 답변은 아직 신앙의 결단을 내리지 못하는 그의 질문에 설명이라기보다는 깨닫지 못한데 대한 꾸짖음이었고, 또한 메시아를 알아보지 못하는 눈먼 이스라엘을 상징하였다.

니고데모가 밤에 예수님을 은밀하게 찾아와서 만난 것을 보면 당시에 니고데모 외에도 일부 유다인 지도자들이 예수님과 교제해 왔음을 말해준다. 또한 예수님에 대해서 완전히 알고자 하는 니고데모의 적극성은 당시에 예수님을 탐구하려는 뜻 있는 유다인들이 상당수 있었음을 암시한다.

니고데모는 예수님에 대해서 대단한 호기심과 동정심이 있었다. 복음에서도 잘 나타나고 있듯이 동료들인 바리사이파 사람들이 예수님을 정죄하는 경향이 있자 그들에게 "도대체 우리 율법에 먼저 그 사람의 말을 들어보거나 그가 한 일을 알아보지도 않고 죄인으로 단정하는 법이 어디 있소?"(요한 7,51) 하면서 이의를 제기한다. 또한 니고데모는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돌아가셨을 때 아리마태아 사람 요셉과 함께 예수님의 시체 매장을 준비한다(요한 19,39-40).

니고데모는 당시에 바리사이파 사람으로서 큰 부자였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리고 예수님께서 돌아가실 때까지 자신의 믿음을 공공연하게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끝까지 예수님을 지극한 정성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러나 그의 사회적 지위와 그가 가진 학식과 그의 부가 예수님을 완전하게 따르는데 있어서 큰 걸림돌이 되었던 것 같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니고데모에게 이렇게 말씀하신다.

"구리뱀이 광야에서 모세의 손에 높이 들렸던 것처럼 사람의 아들도 높이 들려야 한다. 그것은 그를 믿는 사람은 누구나 영원한 생명을 누리게 하려는 것이다. 하느님은 이 세상을 극진히 사랑하셔서 외아들을 보내 주시어 그를 믿는 사람은 누구든지 멸망하지 않고 영원한 생명을 얻게 하여 주셨다"(요한 3,14-16).

예수님께서는 하느님의 영원한 생명에 대한 말씀을 하시면서 모세의 구리 뱀 이야기를 들어 설명해주신다. 모세가 구리 뱀으로 이스라엘 백성을 구한 이야기는 민수기에 잘 나타나고 있다.

"야훼께서 모세에게 대답하셨다. '너는 불뱀을 만들어 기둥에 달아 놓고 뱀에게 물린 사람마다 그것을 쳐다보게 하여라. 그리하면 죽지 아니하리라.' 모세는 구리로 뱀을 만들어 기둥에 달아 놓았다. 뱀에게 물렸어도 그 구리뱀을 쳐다본 사람은 죽지 않았다"(민수 21,8-9).

이렇게 하느님께서는 이스라엘 백성들을 구원하셨고 구원받기 위해서는 하느님께 의존해야 한다는 것을 일반적인 원리로 가르쳐주셨다.

예수님께서 니고데모에게 특별히 장대에 높이 달린 구리 뱀 이야기를 하신 것은 장차 당신께서 십자가에 못박혀 높이 달리실 것을 암시하신 것이며, 사람들에게 높이 달리신 주님을 바라보게 함으로써 영원한 생명을 얻게 하시려는 것을 가르치신 것이다. 이는 예수님께서 장차 보여주실 십자가 신비의 중요한 예증이다. 따라서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님을 믿음으로써 영원한 생명을 얻게 될 것이다.

예수님께서는 니고데모에게 하느님의 외아들에 대한 말씀을 계속하신다.

"하느님이 아들을 세상에 보내신 것은 세상을 단죄하시려는 것이 아니라 아들을 시켜 구원하시려는 것이다. 그를 믿는 사람은 죄인으로 판결받지 않으나 믿지 않는 사람은 이미 죄인으로 판결을 받았다. 하느님의 외아들을 믿지 않았기 때문이다"(요한 3,17-18).

당시 이스라엘 백성들은 니고데모가 그러하였듯이 세상에 오시는 하느님의 아들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였다. 하느님의 아들이 오시면 종말론적인 재림의 모습으로 오실 것이고, 세상에 오시면 무서운 심판관으로서 사람들을 단죄하시리라 생각하였다. 그런 점에서 니고데모는 예수님을 동경하면서도 하느님의 아들이신 메시아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믿지 못하였던 것 같다.

그의 마음을 잘 알고 계셨던 예수님께서는 그에게 아들에 대한 하느님의 뜻을 분명하게 말씀하신다. 하느님께서는 아들을 시켜 세상을 단죄하시려는 것이 아니라 구원하시려는 것임을 가르쳐주신다. 무서운 심판관이 아닌 십자가에 달리신 모습으로 영원한 생명과 구원을 주시고자 하시는 하느님의 뜻을 가르쳐주신 것이다. 

그리고 예수님께서는 하느님의 아들이 이미 빛으로 오셨음을 말씀하신다.

"빛이 세상에 왔지만 사람들은 자기들의 행실이 악하여 빛보다 어둠을 더 사랑했다. 이것이 벌써 죄인으로 판결받았다는 것을 말해 준다. 과연 악한 일을 일삼는 자는 누구나 자기 죄상이 드러날까 봐 빛을 미워하고 멀리한다. 그러나 진리를 따라 사는 사람은 빛이 있는 데로 나아간다. 그리하여 그가 한 일은 모두 하느님의 뜻을 따라 한 일이라는 것이 드러나게 된다"(요한 3,19-21).

하느님의 외아들이신 분께서 이미 세상에 오셨는데, 세상이 그 빛을 알아보지 못하고 멀리하고 있음을 책망하신다. 특히 바리사이파 사람들을 염두에 두시고 그들의 행실이 악하여 빛을 피하고 어둠을 더 사랑한다고 하시며, 그들이 빛을 멀리 하고 배척하는 것은 그들의 죄상이 드러날까 봐 그러한 것이라면서 그들과 더불어 니고데모를 꾸짖고 계신다. 그릇된 생각과 삶은 하느님의 아들을 믿지 못하고 멀리하는 것이며 이는 곧 멸망을 가져온다. 오늘 제1독서에서는 성전 파괴에 대한 이야기로 악을 일삼는 자들의 삶을 이렇게 전한다.

"마침내 야훼로 하여금 돌이킬 수 없는 분노를 터뜨리시게 하고 말았다. 그는 하느님의 성전을 불살랐고 예루살렘 성을 허물었으며 궁궐들을 불살라 버리고 거기에 있던 값진 것을 모조리 부수어 버렸다"(2역대 36,16.19).

그러나 악을 일삼는 자들이 있는 반면에 진리를 따라 빛이 있는 데로 나아가는 사람들이 있음을 또한 말씀하신다. 이는 하느님의 은총이 있기 때문이다. 사순절은 은총의 시기이다. 이제 얼마 남지 않은 사순 시기를 주님의 수난에 동참하면서 회개하는 마음으로 주님의 부활을 잘 준비해야 겠다. 바오로 사도는 우리의 구원에 대해서 오늘 제2독서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여러분이 구원을 받은 것은 하느님의 은총을 입고 그리스도를 믿어서 된 것이지 여러분 자신의 힘으로 된 것이 아닙니다. 이 구원이야말로 하느님께서 주신 선물입니다"(에페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