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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순 제5주일(요한 12,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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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4-03-11 08:59 조회117회 댓글0건

본문

필립보와 이방인들


"정말 잘 들어 두어라. 밀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 죽지 않으면

한 알 그대로 남아 있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요한 12,24).

 

오늘은 사순절 제5주일이다.

오늘 복음은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에 입성하신 날에 일어난 일들을 기록한 내용이다. 오늘 복음은 크게 둘로 나누어지는데 하나는 '예수님을 찾아온 이방인들'에 대한 이야기이고, 또 하나는 '죽음을 예고하신 예수님'에 대한 말씀이다.

그러면 먼저 '예수님을 찾아온 이방인들'에 대한 이야기를 알아보자. 예수님께서는 당신의 때가 다 되셨음을 아시고 그해 '과월절-유월절'이 돌아오자 제자들과 함께 예루살렘에 올라가셨다. 예루살렘에 올라가시어 예루살렘 성에 입성하시는데 그 광경이 대단히 열광적이었다. 예수님에 대한 열광적인 환영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겠지만 특히 죽은 라자로를 무덤에서 불러내시어 죽은 자들 가운데서 살려 내신 일과 그 외에도 많은 기적들이 이스라엘 군중들을 흥분시키고도 남았기 때문이었다. 이를 보고 바리사이파 사람들이 "자, 이제는 다 틀렸습니다. 모든 사람이 다 그를 따라 가고 있지 않습니까?"(요한 12,19) 하고 걱정하였다. 이때에 이방인들 몇이 예수님을 찾아왔다.

"명절 때에 예배를 드리러 올라 왔던 사람들 중에는 그리이스 사람도 몇이 있었다. 그들은 갈릴래아 지방 베싸이다에서 온 필립보에게 가서 '선생님, 예수를 뵙게 하여 주십시오' 하고 간청하였다. 필립보가 안드레아에게 가서 이 말을 하고 두 사람이 함께 예수께 가서 그 말을 전하였다"(요한 12,20-22).

그 해 과월절에 이웃나라 이방인들도 예수님을 보기 위해서 상당 수 예루살렘에 올라 왔는데 그 중에 그리스인들이 있었다. 그들이 따로 예수님을 뵙기 위하여 필립보를 찾았다. 필립보는 그들의 청을 듣고 안드레아에게 가서 이를 전하고 그들을 예수님께 데리고 가 말씀드렸다. 그들 이방인들은 제자들 중에서도 특별히 필립보를 찾아가서 예수님을 뵙게 해달라고 청했던 것이다. 이때에 예수님께서는 필립보의 말을 들으시고 찾아온 사람들에게 희생에 대한 말씀을 하시면서 "누구든지 나를 섬기려면 나를 따라 오너라" 하신다. 복음은 이렇게 전한다.

"사람의 아들이 큰 영광을 받을 때가 왔다. 정말 잘 들어 두어라. 밀 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 죽지 않으면 한 알 그대로 남아 있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 누구든지 자기 목숨을 아끼는 사람은 잃을 것이며 이 세상에서 자기 목숨을 미워하는 사람은 목숨을 보존하며 영원히 살게 될 것이다. 누구든지 나를 섬기려면 나를 따라 오너라. 내가 있는 곳에는 나를 섬기는 사람도 같이 있게 될 것이다. 누구든지 나를 섬기면 내 아버지께서 그를 높이실 것이다"(요한 12,23-26).

예수님께서는 그들에게 희생이 가져다주는 생명의 신비에 대해서 가르쳐주신다. 밀알에 대한 비유를 통하여 자기 목숨을 아끼는 사람은 잃을 것이며, 자기 목숨을 미워하는 사람은 영원히 살게 된다는 역설적인 말씀을 하신다. 당신의 십자가상 죽음과 부활과 영원한 생명에 대해서 말씀하신 것이다. 그리고 예수님께서는 그들에게 누구든지 나를 섬기려면 나를 따라오라고 말씀하신다. 예수님께서는 당신을 섬기는 것은 당신을 따르는 것임을 강조하시면서 아울러 당신을 따르는 길은 곧 십자가상 죽음임을 암시하시고 영원한 생명이 당신에게 있음을 말씀하신다.

그러면 이방인들이 특별히 찾았던 필립보는 누구인가? 필립보에 대해서 잠시 알아보자. 요한 복음에 보면 필립보는 예수님께서 처음으로 베드로와 안드레아를 부르시고 난 다음 제자로 삼으신 사람이며, 요한 복음사가는 복음서에서 그의 모습을 자주 그리고 있다. 필립보는 하느님의 나라를 완전히 믿는데는 다소 주저하는 모습을 보인 사람이었다. 왜냐하면 그는 당시에 하느님의 아들이신 예수님과 하느님의 나라에 대해서 올바르게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예수님께서 오천 명을 먹이신 기적을 행하셨을 때에도 필립보는 "이 사람들에게 빵을 조금씩이라도 먹이자면 200데나리온어치를 사온다 해도 모자라겠습니다"(요한 6,7) 하고 걱정하고 있었다. 그는 예수님께서 사람들을 먹이실 수 있는 분이심을 알지 못하고 먼저 걱정부터 했던 것이다. 그리고 하느님께서 사람이 되어 오셨는데도 그분을 알아보지 못하고 예수님 앞에서 부차적인 하느님의 계시를 찾았다. 수난 전날 밤에 예수님께서 "너희가 나를 알았으니 나의 아버지도 알게 될 것이다. 이제부터 너희는 그분을 알게 되었다. 아니 이미 뵈었다"(요한 14,7)고 하셨는데, 필립보는 예수님의 말씀을 알아듣지 못하고 "주님, 저희에게 아버지를 뵙게 하여 주시면 더 바랄 것이 없겠습니다"(요한 14,8) 하고 아버지를 따로 뵙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부족한 지식과 불완전한 영적 믿음 가운데서도 그는 참다운 선교의 정신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을 예수님께로 이끄는데 열성을 가지고 크게 기여했다. 오늘 복음에서 그리스 사람들이 그를 찾은 것도 그러한 연유에서였다.

그리고 예수님께서는 당신의 제자들과 군중들에게 '죽음에 대한 예고'를 하신다.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신다.

"내가 지금 이렇게 마음을 걷잡을 수 없으니 무슨 말을 할까? '아버지, 이 시간을 면하게 하여 주소서' 하고 기원할까? 아니다. 나는 바로 이 고난의 시간을 겪으러 온 것이다. 아버지, 아버지의 영광을 드러내소서"(요한 12,27-28).

죽음을 앞두신 예수님의 고뇌이다. 육신을 취하여 사람의 아들로 이 세상에 오셨기에 예수님께서는 죽음을 앞두시고 긴 고통과 번민의 시간을 겪으신다. 그러나 죽음의 시간이 아버지의 뜻임을 다짐하시면서 당신의 죽음을 통하여 아버지의 영광을 드러내주시기를 기도하신다. 바오로 사도는 제2독서에서 오늘의 이 기도를 이렇게 회상한다.

"예수께서는 인간으로 이 세상에 계실 때에 당신을 죽음에서 구해 주실 수 있는 분에게 큰 소리와 눈물로 기도하고 간구하셨고 하느님께서는 당신을 경외하는 마음을 보시고 그 간구를 들어 주셨습니다. 예수께서는 하느님의 아들이셨지만 고난을 겪음으로써 복종하는 것을 배우셨습니다. 그리고 완전하게 되신 후에 당신에게 복종하는 모든 사람을 위해서 영원한 구원의 근원이 되셨습니다"(히브 5,7-9).

바오로 사도는 예수님의 고난과 죽음이 모든 사람들에게 영원한 구원의 근원이 되셨음을 말하고 있다. 그리고 복음은 예수님께서 기도하실 때에 하늘에서 하느님의 음성이 들려왔다고 이렇게 전한다.

"그 때에 하늘에서 '내가 이미 내 영광을 드러냈고 앞으로도 드러내리라' 하는 음성이 들려 왔다. 거기에 서서 그 소리를 들은 군중 가운데는 천둥이 울렸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었고 천사가 예수께 말하였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요한 12,28-29).

하느님의 영광은 이미 예수님의 온 삶을 통하여 드러났지만 이제 앞으로도 드러나게 될 것이라는 음성이다. 예수님의 십자가상 죽음이 하느님의 영광을 드러내는 것임을 다시 한 번 강조하는 것이다. 이는 아직 예수님의 죽음을 받아들이기에는 믿음이 약한 제자들에게 예수님의 죽음이 하느님의 영광을 드러내기 위한 하느님의 뜻임을 체험하게 한 하느님의 현시이다. 복음서는 거기에 있던 사람들이 그 소리를 듣고 천둥이 울렸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고, 천사가 말하였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고 전한다. 하느님께서 음성으로 나타나시어 하느님의 현존을 체험하게 하신 것이다. 예수님께서는 하늘에서 들려 온 음성에 대해서 이렇게 말씀하신다.

"이것은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너희를 위해서 들려 온 음성이다. 지금은 이 세상이 심판을 받을 때이다. 이제는 이 세상의 통치자가 쫓겨나게 되었다. 내가 이 세상을 떠나 높이 들리게 될 때에는 모든 사람을 이끌어 나에게 오게 할 것이다"(요한 12,30-32).

이제 세상은 심판을 받게 되고, 세상 모든 사람들은 하느님의 품안으로 들게 될 것이다. 세상을 이긴 십자가의 승리이다. 예수님께서 높이 달리심으로써 부활이라는 큰 영광이 드러나게 되고, 이로 인해서 위대한 하느님 자녀들의 공동체가 탄생하게 될 것이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오늘 하늘에서 들려온 이 음성을 마음속에 깊이 간직해야 한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주님과 함께 수난에 동참하는 것은 하느님의 영광을 드러내는 것이며, 또한 하느님께서 항상 함께 계신다는 것을 증언하는 것이다. 우리는 예수님의 수난을 하느님의 영광을 드러내는 우리의 수난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얼마 남지 않은 수난 시기를 회개하는 마음으로 정성껏 잘 지내자.

 

"누구든지 나를 섬기려면 나를 따라 오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