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하시면,

많은 정보를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오늘의 말씀

2024.05
13
메뉴 더보기

주일복음해설

SNS 공유하기

주님 성탄 대축일 새벽 미사(루가 2,15-20)

페이지 정보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3-12-21 22:58 조회218회 댓글0건

본문

아기의 탄생 소식이 목자들에게 전해지다.

 

"너를 구원하실 이가 오신다. 승리하신 보람으로 찾은 백성을 데리고

오신다. 수고하신 값으로 얻은 백성을 앞세우고 오신다"(이사 62,11).

 

 

 

오늘은 예수님께서 세상에 태어나신 축복받은 날이다.

'하느님의 아들'이신 분께서 우리와 똑같이 사람의 아들이라는 신분으로 세상에 태어나신 거룩한 날이다. 하느님께서 사람이 되시어 오셨다는 것은 참으로 기막힌 일이다. 인간에 대한 하느님의 깊은 사랑이 없이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하느님께서 이미 이스라엘이라는 민족을 통하여 당신의 이와 같은 계획을 전하셨지만 하느님께서 이 세상에 오심은 인류 역사에 크나큰 사건이 아닐 수 없다.

 

하느님께서 이 세상에 오심은 인류 역사에 크나큰 사건이며, 이로써 세상에는 큰 변화가 생겼다. 먼저 하느님 나라의 신비가 드러났으며, 성조 아브라함 때부터 2000년에 걸쳐 말씀과 현상으로 보여주셨던 하느님을 인간의 모습으로 가까이 볼 수 있게 되었다. 무엇보다도 하느님께서 인간이 되어 오심으로써 인간에게 구원이 주어진 것이다. 이사야 예언자는 오늘 제1독서에서 이렇게 말한다.

 

"너를 구원하실 이가 오신다. 승리하신 보람으로 찾은 백성을 데리고 오신다. 수고하신 값으로 얻은 백성을 앞세우고 오신다. 사람들은 그들을 '거룩한 백성'이라, '야훼께서 구해 내신 자들'이라 부르겠고 너를 '그리워 찾는 도시', '버릴 수 없는 도시'라 부르리라"(이사 62,11-12).

이사야 예언자는 이미 그분의 탄생으로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구원이 주어지고, 그들을 '거룩한 백성, 주님께서 구해내신 자들'이라 부를 것이라고 예언하였다. 거룩한 백성이란 곧 하느님의 자녀들이다. 하느님께서 인간이 되어 오심으로써 우리는 하느님의 자녀가 될 수 있으며, 하느님을 아버지라 부르게 되었다. 바오로 사도는 오늘 제2독서에서 하느님의 오심으로 우리가 하느님의 상속자, 하느님의 자녀들이며 아들이 되었다고 말한다.

"우리는 그 은총으로 하느님과의 올바른 관계에 놓이게 되었고 상속자가 되어 영원한 생명을 바랄 수 있게 되었습니다"(디도 3,7).

그리고 먼 훗날 종말에 가서 보게 될 하느님의 나라를 지금 우리가 볼 수 있게 되었다. 하느님께서 세상에 오심으로써 하느님의 나라가 시작되었고, 그 나라는 예수님의 말씀과 삶을 통해서 서서히 그 신비가 드러나게 될 것이다. 이사야 예언자는 그분이 오시면 이루어질 하느님의 나라에 대해서 이렇게 말했다.

"주 야훼의 영을 내려 주시며 야훼께서 나에게 기름을 부어 주시고 나를 보내시며 이르셨다. '억눌린 자들에게 복음을 전하여라. 찢긴 마음을 싸매 주고, 포로들에게 해방을 알려라. 옥에 갇힌 자들에게 자유를 선포하여라. 슬퍼하는 모든 사람을 위로하여라. 시온에서 슬퍼하는 사람에게 희망을 주어라'"(이사 61,1-3).

1000년 동안 구약에 예언된 나라, 메시아가 오시면 이루어질 그 나라가 그분의 탄생으로 성취되었다. 이로써 세상 사람들은 구원의 희망을 가지게 되었고 자유와 해방의 기쁨을 간직하게 되었다. 그런데 이 기쁜 소식은 목자들에게 처음으로 전해진다.

 

"천사들이 목자들을 떠나 하늘로 돌아 간 뒤에 목자들은 서로 어서 '베들레헴으로 가서 주님께서 우리에게 알려 주신 그 사실을 보자' 하면서 곧 달려 가 보았더니 마리아와 요셉이 있었고 과연 그 아기는 구유에 누워 있었다. 아기를 본 목자들이 사람들에게 아기에 관하여 들은 말을 이야기하였더니 목자들의 말을 들은 사람들은 모두 그 일을 신기하게 생각하였다"(루가 2,15-18).

 

목자란 누구인가? 목자(Herdsman)는 원래 '양치는 자'(Shepherd)이다. 그러나 성서에서 목자라는 의미는 '양치는 자'보다 넓고 깊은 뜻을 지니면서 널리 사용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양치는 자로서 목자의 책임을 보면 양들을 비옥한 땅으로 인도하고, 양떼에게 물을 먹이고, 양떼를 야수와 도적으로부터 보호한다. 이집트에서 목자는 최하위 계급이었지만 이스라엘에서는 존경받는 직업이었다. 아마도 그들은 가난하였지만 가축 떼를 지키고 보호하는 성실성과 책임감에서 오는 존엄성을 소중하고 귀하게 생각하였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구약의 왕들 중에서 직업이 목자였던 사람으로는 유다의 웃시아 왕, 히스키야 왕, 요시아 왕이 있었으며, 또한 모압의 메사왕도 목축을 하던 사람으로 목자였다(2열왕 3,4). 아모스 역시 자신이 목자였음을 이렇게 말했다.

 

"나는 본시 예언자가 아니다. 예언자의 무리에 어울린 적도 없는 사람이다. 나는 목자요 돌무화과를 가꾸는 농부다. 나는 양떼를 몰고 다니다가 야훼께 잡힌 사람이다. 당신의 백성 이스라엘에게 가서 말을 전하라고 하시는 야훼의 분부를 받고 왔을 뿐이다"(아모 7,14-15).

 

아담의 아들인 아벨도 양치는 목자였다(창세 4,2). 이스라엘의 목자들은 양과의 관계에 있어서 항상 보호자요 인도자였으며, 목숨을 내놓고 양떼를 지키는 사람들이었다. 구약성서에서는 야훼 하느님을 당신의 백성인 양떼들을 지키고 보호하시는 목자로 비유하곤 했다.

 

"야훼는 나의 목자 아쉬울 것 없어라. 푸른 풀밭에 누워 놀게 하시고 물가로 이끌어 쉬게 하시니 지쳤던 이 몸에 생기가 넘친다"(시편 23,1-2).

신약에 와서도 예수님께서는 당신을 목자로 비유하신다. 오늘 천사가 목자들에게 메시아 탄생에 대한 기쁜 소식을 제일 먼저 전한 것도 결코 우연히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목자들은 천사들을 통하여 하느님께서 알려주신 아기에 관한 이야기를 아기 어머니에게 해주었고, 마리아는 목자들의 말을 마음속에 간직한다.

 

"마리아는 이 모든 일을 마음 속 깊이 새겨 오래 간직하였다. 목자들은 자기들이 듣고 보고 한 것이 천사들에게 들은 바와 같았기 때문에 하느님의 영광을 찬양하며 돌아 갔다"(루가 2,19-20).

 

천사들에 의해서 목자들에게 전해진 하느님의 기쁜 소식은 또한 성실하고 책임감 있는 목자들에 의해서 이 세상에 널리 전해질 것이다. 마치 양들을 비옥한 땅으로 인도하고, 물가로 데려가 물을 먹이며, 야수와 도적으로부터 보호하는 목자들과 같은 사람들에 의해서 하느님 아들의 탄생 소식은 세상에 전해질 것이다.

오늘은 참으로 복되고 은총이 넘치는 날이다. 하느님의 아들이신 분이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에 오시어 하느님 나라의 신비를 드러내셨기 때문이다. 하느님의 아들이신 분이 오신 이 날, 특별히 가난하고 슬픔을 지니고 있는 사람들에게 큰 사랑과 기쁨이 넘치는 날이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