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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지동성당 목욕·미용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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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16-11-23 조회 2,759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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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에 꼬옥와, 고마워.” 정확하지 않은 발음이지만, 장애우들이 진심을 다해 건네는 인사는 따뜻했다. “저도 고맙지요.” 봉사자들 역시 환한 웃음으로 고마움을 전했다.
11월 20일(주일) 연지동 성당(주임=송광섭 신부)의 봉사자 9명이 ‘성모의집’(장애인복지시설)에 도착하자, 휠체어를 탄 장애우들의 표정이 밝아졌다. 봉사자들은 시작기도 후에 2~3명씩 팀을 이루어 미용과 목욕봉사에 들어갔다. 장애우들의 덥수룩한 머리카락을 자르고, 구석구석을 덮었던 때를 말끔히 씻겨냈다. 따뜻한 샤워물줄기에 장애우들의 웃음소리가 섞여 어우러졌다. 목욕 후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히고 손·발톱까지 깎아주고 나면 장애우들의 몸은 날아갈 듯 상쾌하다. 봉사자들 역시 영혼의 묵은 때를 벗겨낸 듯 마음까지 깨끗해진 기분이다.
연지동 성당의 목욕·미용봉사는 30여년의 긴 역사를 가졌다. 초창기 당시 빈첸시오 회원 10여명은 사회복지시설인 ‘작은자매의 집, 무지개마을, 성모의 집’에서 목욕과 미용, 청소봉사를 했다. 지금은 사회복지분과(=분과장 나미숙)주관으로 봉사자들이 매월 셋째 주일에 ‘성모의 집’ 봉사활동을 한다.
중증 장애우들은 대부분 기저귀를 하고, 몸을 전혀 가누지 못하기에 목욕봉사는 자매들이 하기에는 힘에 벅차다. 이것이 형제봉사자들과의 연대가 꼭 필요한 이유이다. 막상 봉사를 결심하고도 실행에 옮기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린다. “처음 몇 달 간은 냄새 때문에 견디기가 힘들었어요.”(유주희) 봉사가 어려울 때마다 선배 봉사자들을 보면서 배웠다.
장애우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해 받으면서 봉사의 마음도 성장했다. 다른 사람을 도울 수 있는 건강한 몸에 대한 감사와 장애우들을 위한 기도는 자연스럽게 따라왔다. 그러다보니 봉사자들은 멀리 이사를 가서도, 때로는 아픈 몸으로도 봉사에 빠지지 않는다.
송광섭 신부는 “예수님의 일을 대신하는 봉사자들을 존경한다.”며 봉사자들의 마음이 널리 확산되기를 희망했다. 자비의 희년 마지막 날인 그리스도왕 대축일(11월 20일)에, 봉사자들은 21명의 장애우들과 함께 시간을 보냈다. 이들 안에서 30년간 끊임없이 샘솟고 있는 연지동 성당의 자비의 샘물을 보았다.

오안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