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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순 제2주일(마르 9,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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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4-02-19 08:59 조회220회 댓글0건

본문

엘리야와 모세가 나타나다

 

"예수께서 베드로와 야고보와 요한만을 따로 데리시고 높은 산으로 올라 가셨다.

그 때 예수의 모습이 그들 앞에서 변하고 그 옷은 세상의 어떤 마전장이도

그보다 더 희게 할 수 없을 만큼 새하얗고 눈부시게 빛났다"(마르 9,2-3).

 

오늘은 사순절 제2주일이다.

매년 사순절 제2주일에는 예수님의 영광스러운 변모 사건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왜냐하면 이 변모 사건은 예수님의 수난을 앞두고 제자들이 신앙의 눈을 뜨게 되는 중요한 신앙 체험이기 때문이다. '가해' 때에는 마태오 복음사가가 전하는 것이었지만 오늘은 마르코 복음사가가 전하는 변모 사건의 이야기이다.

마르코 복음사가가 전하는 복음의 배경을 보면 이렇다. 예수님께서는 예루살렘에서 온 바리사이파 사람들과 율법학자들에게 전통을 지킨다는 구실로 교묘하게 하느님의 계명을 어긴다고 크게 꾸짖고 나신 후에 제자들과 함께 이방인의 지역인 띠로와 시돈 지방으로 가셨다. 그곳에서 예수님께서는 마귀를 쫓아내시고 귀먹은 반벙어리를 고쳐주시며, 사천 명을 먹이신 기적을 행하셨다. 그리고 예수님께서는 베사이다로 오시어 소경 한사람을 고쳐주신 후에 제자들과 함께 필립보의 가이사리아 지방으로 가셨다. 가시는 도중에 제자들에게 '사람들이 나를 누구라고 하더냐?'라고 물으셨다. 그때에 베드로가 '선생님은 그리스도이십니다' 하고 대답하였다. 예수님께서는 그것은 하느님 아버지께서 가르쳐주신 것이다 하시면서 베드로를 크게 칭찬하시고 당신의 수난에 대한 첫 번째 예고를 하셨다. 제자들은 예수님의 수난에 대한 말씀을 듣고 큰 혼란에 빠진다. 메시아이신 분의 삶을 깨닫지 못하는 그들에게 있어서 예수님께서 죽으신다는 말씀은 도저히 알아들을 수 없는 것이었다. 그때에 베드로가 예수님을 붙들고 '그래서는 안됩니다' 하고 펄쩍 뛰었다. 그러자 예수님께서는 돌아서서 제자들을 보신 다음 베드로에게 '사탄아, 물러가라. 하느님의 일은 생각하지 않고 사람의 일만 생각하는구나!' 하시며 꾸짖으셨다. 그리고 군중과 제자들을 한 자리에 불러 놓고 '나를 따르려는 사람은 누구든지 자기를 버리고 제 십자가를 지고 따라야 한다' 하시면서 하느님 나라의 영광은 반드시 수난이 있어야 함을 가르쳐주셨다. 이러한 말씀을 하시고 나서 "나는 분명히 말한다. 여기 서 있는 사람들 중에는 죽기 전에 하느님 나라가 권능을 떨치며 오는 것을 볼 사람들도 있다"(마르 9,1) 하시면서 재림에 나타날 하느님 나라의 신비에 대해서 말씀하셨다. 제자들은 예수님의 말씀을 깨닫지 못하고 더욱 불안에 빠졌다.

그리고 엿새 후에 오늘의 영광스러운 변모 사건을 보여주시는데, 수난에 대한 말씀을 알아듣지 못하고 두려워하는 제자들에게 하느님 나라를 체험하게 하신 것이다. 복음서는 이렇게 전한다.

"엿새 후에 예수께서 베드로와 야고보와 요한만을 따로 데리시고 높은 산으로 올라 가셨다. 그 때 예수의 모습이 그들 앞에서 변하고 그 옷은 세상의 어떤 마전장이도 그보다 더 희게 할 수 없을 만큼 새하얗고 눈부시게 빛났다. 그런데 그 자리에는 엘리야가 모세와 함께 나타나서 예수와 이야기하고 있었다"(마르 9,2-4).

이 변모 사건은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으로 마지막 여행을 하시기 직전, 북쪽으로 여행하시는 도중이었으며, 수난을 앞둔 중요한 시기였다. 예수님의 변모 사건이 일어난 장소는 복음서에는 '높은 산'으로 나오며, 베드로 후서에서는 '거룩한 산'(2베드 1,18)으로 나온다. 예수님께서 산으로 올라가실 때 데리고 간 제자들은 베드로와 야고보와 요한이었다. 이들이 체험한 경이로운 사건은 크게 세 가지로 볼 수 있다.

첫째는 예수님께서 어떤 특별한 광채, 예수님의 얼굴과 옷의 후광이 눈부시게 빛이 난 것을 본다. 제자들은 이 광채에서 하느님의 현시를 체험한다. 훗날 재림에 있을 예수님의 신비스러운 신적인 모습을 미리 본 것이다. 

둘째는 오래 전에 죽은 엘리야가 모세와 함께 나타나서 예수님과 함께 이야기하는 것을 본다. 엘리야는 '회오리 바람'을 타고 신비스럽게 승천한 사람이며, 승천한 엘리야는 종말에 다시 올 것이라는 예언을 남긴 사람이다. 말라기서에 보면 이렇게 나온다.

"야훼가 나타날 날, 그 무서운 날을 앞두고 내가 틀림없이 예언자 엘리야를 너희에게 보내리니, 엘리야가 어른들의 마음을 자식들에게, 자식들의 마음을 어른들에게 돌려 화목하게 하리라"(말라 3,23).

엘리야는 예수님의 재림에 앞서 하느님의 진노가 터지기 전에 불을 끄러 오는 선구자로 전해진 사람이다. 그런데 제자들이 주님의 재림 때에 보게 될 엘리야가 모세와 함께 나타나 예수님과 이야기하는 것을 목격하게 된다. 이 모습 역시 예수님의 재림에 있을 하느님의 신비를 미리 체험한 것이다. 그들은 하느님의 신비를 체험하면서 예수님과 함께 살고 싶은 종교적인 충동을 느낀다.

"선생님, 저희가 여기서 지내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여기에 초막 셋을 지어 하나는 선생님을 모시고 하나는 모세를, 하나는 엘리야를 모셨으면 합니다"(마르 9,5).

셋째는 구름 속에서 들려 온 하느님의 음성을 들은 것이다.

"이는 내 사랑하는 아들이니 너희는 그의 말을 잘 들어라"(마르 9,7).

예수님께서 세례를 받으실 때에 들려온 하느님의 음성이 들려온다. 제자들은 하느님의 현존을 느끼는 하느님의 음성을 직접 들은 것이다. 예수님께서 세례를 받으실 때에 들려 온 하느님의 음성은 하느님의 아들이심을 드러내신 공현이었지만, 오늘 하느님의 음성은 하느님께서 세 명의 제자들에게 당신의 아들이심을 확신시켜 주시는 신앙 체험이다. 이 신앙 체험은 하느님 아들이신 분의 죽음을 지켜보면서 수난을 증언할 증인으로 나설 때 큰 용기를 가지게 된다.

오늘 하느님의 현시와 현존을 체험함으로써 베드로와 야고보와 요한은 훗날 예수님 수난과 부활의 산 증인이 된다. 베드로는 사람들 앞에서 이렇게 증언한다.

"우리가 여러분에게 알려 준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권능과 강림의 이야기는 사람들이 꾸며낸 신화에서 나온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그분이 얼마나 위대한 분이신지를 우리의 눈으로 보았습니다. 그분은 분명히 하느님 아버지로부터 영예와 영광을 받으셨습니다. 그것은 최고의 영광을 지니신 하느님께서 그분을 가리켜 '이는 내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다' 하고 말씀하시는 음성이 들려 왔을 때의 일입니다. 우리는 그 거룩한 산에서 그분과 함께 있었으므로 하늘에서 들려 오는 그 음성을 직접 들었습니다. 이것으로 예언의 말씀이 더욱 확실해졌습니다"(2베드 1,16-19).

예수님의 영광스러운 변모는 예수님께서 십자가를 통하여 하느님 아들로서의 존엄성과 신성을 충만히 나타내주실 영광, 즉 빠스카의 사건을 미리 보여주신 예표가 된다. 제자들은 그리스도의 영광을 미리 체험함으로써 십자가의 신비에 참여할 때에 힘을 얻게 되었고, 무서운 박해를 받을 때 주님의 재림에 대한 확고한 믿음으로 박해를 잘 받아들인다.

우리 그리스도인들도 세례성사를 받을 때에 예수님의 영광스러운 변모와 수난과 부활의 신비에 참여하게 되는 것이다. 마치 예수님의 변모 사건이 제자들의 불완전한 믿음을 견고케 한 것처럼, 우리 그리스도인들의 신앙생활에 있어서도 신앙 체험은 굳은 믿음을 뒷받침해준다.

우리는 지금 사순절 회개와 참회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잠시 예수님의 영광스러운 변모 사건을 통하여 어렵고 힘든 수난의 시기에 신앙의 큰 힘이 되기를 바란다. 사실 우리가 살아가는 삶은 사막에 놓여 있는 고난과 수난의 길이기도 하다. 힘들고 고통스러운 삶의 여정에 예수님의 영광스러운 변모 사건은 우리의 믿음과 신앙을 깊게 하고, 기쁨과 평화, 그리고 희망을 줄 것이다.

 

"이는 내 사랑하는 아들이니 너희는 그의 말을 잘 들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