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하시면,

많은 정보를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오늘의 말씀

2024.05
06
메뉴 더보기

교구

보도자료 목록

SNS 공유하기

동혜원 공소 스테인드글라스 축복식[가톨릭신문 2012-07-29]

페이지 정보

작성일2016-02-17 조회 2,704회

본문

P2806_2012_0729_1104.jpg P2806_2012_0729_1103.jpg  

  

 

 

 

 

 

 

 

 

 

 

동혜원 공소 스테인드글라스 축복식각자의 재능으로 소외된 이웃에 치유·평화 전해
발행일 : 2012-07-29 [제2806호, 11면]
전라북도 고창군 고창읍 신월리 499-27에 위치한 동혜원 공소. 20일 오후 5시가 되자 마을에 종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공소에 새로 설치된 스테인드글라스 축복식이 곧 시작된다는 알림이었다. 밖에는 강렬한 태양빛이 내리쬐고 있지만 공소 내부는 은은하고 포근한 빛으로 가득 찼다. 이미 공소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새로 생긴 스테인드글라스의 아름다움을 감상하고 오랫동안 간직하고자 기도하러 모인 것이다.

■ 아픔을 간직한 공소

1952년 동혜원에 공소가 설립됐다. 6·25라는 동족상잔의 비극이 시작되고 2년이란 시간이 흐른 뒤였다. 동혜원에 모인 이들은 치열한 전쟁 속에서 살아남은 이들이었지만 사회에서 살아남지는 못했다. 한센병을 앓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저 같은 아픔을 지닌 이들이 서로를 위로하며 살아갈 수밖에 없었다. 시간이 흘러 공동체 구성원들이 하나 둘 주님 곁으로 떠났지만 새로운 사람의 유입은 없었고 마을은 점차 잊혀갔다.

지난해 12월 결성된 ‘놀자 재능기부’ 가족들은 이 아픔과 상처를 지니고 있는 동혜원 공소를 기억하고, 희망을 전달해주기로 결정했다. 자신들의 재능을 우리 주변의 소외된 이웃들을 위해 쓰는 것이 주님께서 자신들에게 재능을 주신 이유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남서울대학교 환경조형학과 손승희(소벽 막달레나) 교수도 그 뜻에 동참하기로 마음먹었다.

▲ 공소 다락방에 위치한 외부 창은 그리스도인들이 모여 무리가 된 모습을 상징하며 예수님의 성혈을 느낄 수 있도록 디자인됐다.

■ 사랑의 실천

▲ 남서울대학교 손승희 교수가 동혜원 공소에 설치된 스테인드글라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저 혼자 개인적으로 재능기부 하는 것도 좋지만 학생들과 함께하는 것이 더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손승희 교수는 지난 1월에 김봉술 신부(전주교구 사회사목국장)로부터 동혜원 공소에 대해 듣고 재능기부에 참여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놀자 재능기부’에 참여하는 이들의 됨됨이가 훌륭하다고 느낀 손 교수는 흔쾌히 요청을 받아들이고 사전 답사에 들어갔다. 그리고 개강 이후 학생들에게 재능기부를 제안했다.

“학생들이 싫다고 하면 어쩌나 하고 걱정했었는데 다행히 모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어요.”

요즘 대학생들은 바쁘다. 학비를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하랴, 학원가서 영어 공부하랴, 자격증 준비하랴, 정말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그래도 동혜원에 대한 설명을 듣고 실측조사를 나와서 1박2일을 지내고나니 모두 자기 일처럼 여기고 열심히 준비했다. 스테인드글라스의 주제인 ‘치유와 평화’는 학생들이 동혜원에 대해 고민하고 얻어낸 결과물이었다.

“학생들이 성적을 받고 나서도 좋은 추억이었다고 고맙다고 말하더군요. 저야말로 학생들에게 정말 고마웠죠.”

스테인드글라스 작업에 참여한 학생 중에는 다른 종교 신자들도 있었지만 모두 적극적으로 임했다. 여기저기에서 도움의 손길도 이어졌다. ㈜HK 스테인드글라스가 찍어내는 기계 유리가 아닌 장인들이 입으로 불어 만든 수제 유리를 후원했으며, 전주 유리 염진섭(요셉) 대표는 시공을 도왔다. 또한 남서울대학교도 실측과 시공을 위해 떠나는 학생들을 위해 버스를 대절해줬다.

▲ 남서울대학교 환경조형학과 3학년 학생들이 지난 3월 동혜원 공소 실측을 위해 방문했다.

■ 치유와 평화

손승희 교수와 남서울대학교 환경조형학과 3학년 학생들 26명이 4개월간의 작업 끝에 완성된 스테인드글라스는 6월 23~24일 양일에 걸쳐서 공소에 설치됐다. 학생들은 스테인드글라스를 통해 동혜원이 치유와 평화를 체험할 수 있는 곳, 하느님의 품 안처럼 느껴지는 곳으로 하기 위해 ‘치유와 평화’라는 주제로 스테인드글라스를 디자인했다.

이를 위해 전체적으로 추상적인 소재들을 사용하여 보는 사람들이 작품에 대해 생각하고 느낄 수 있도록 의도했으며, 성서적인 지식이 없어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보편적인 소재를 사용하여 작품을 표현하고자 했다.

공소 다락방에 위치한 외부 창은 ‘그리스도인들이 모여 무리가 된 모습’을 ‘씨앗이 모인 모습’으로 상징화했다. 또한 붉은 계열의 색상을 사용해 예수님의 성혈을 느낄 수 있도록 했으며, 예수님께 향한 믿음만이 치유와 평화를 인간에게 선물로 베풀어질 수 있다는 것을 느끼게끔 했다.

공소 내부 창은 묶인 줄과 뫼비우스의 띠를 소재로 선택하여 ‘치유와 평화’는 ‘하느님 안에 머무를 때 얻을 수 있다’는 것을 말하고자 했다. 묶인 줄은 하느님과의 영적인 연결을 의미하며, 하느님의 무한한 사랑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을 표현하기 위해 선택됐다.

▲ 전주교구 사회사목국장 김봉술 신부가 20일 동혜원 공소에서 스테인드글라스를 축복하고 있다.

◆ 인터뷰 - ‘놀자 재능기부’ 김봉술 신부

“재능기부로 이웃에 희망 전해요”

▲ 김봉술 신부“‘놀자 재능기부’는 오늘의 크고, 화려한 것만을 추구하는 시대에 작고, 소박하지만 자유롭고 열린 환경 속에서 재능 있는 이들과 함께 각자의 재능을 통해 닫힌 세상 속에 사는 사람들에게 바깥으로 나올 수 있다는 희망을 전해 주고 싶은 이유에서 출발했습니다.”

전주교구 사회사목국장 김봉술 신부가 함께하는 ‘놀자 재능기부’는 전라북도 무형문화재 선자장을 비롯해 한국화가, 스테인드글라스 작가, 목공예가, 아쟁연주가, 요리연구가, 자수전문가, 치의학박사, 안경공학가 등 각계의 전문가들로 구성돼 있다. 현재 46명이 활동 중이며 자신의 재능을 하느님을 위해서, 세상을 위해서, 사람을 위해서 나누고자 지난해 12월 26일에 결성됐다.

“동혜원은 단순한 한센인 정착마을이 아닌 마을 공동체의 정체성과 천주교회 공소의 전통과 역사성이 있는 곳입니다.”

‘놀자 재능기부’는 결성된 이후 첫 번째로 교구 내 소외된 이웃인 동혜원 공동체를 기억하기로 했다. 지난 3월 25일~4월 1일 전주 한옥마을 공예품 전시관에서 ‘창을 열다’라는 제목으로 미술·도자기 전시회를 열었고, 전시회 작품 판매의 수익금을 동혜원 공소를 위해 쓰기로 결정했다. 6월 23~24일에는 스테인드글라스를 설치했으며, 7월 20일에는 행복나무 한그루 작은 음악회를 열었다. 현재 홍순무 화백이 동혜원을 위한 성화 작업을 진행 중이며, 이후 동혜원 마을 공동체의 보존가치를 위하여 상당기간 지속가능한 사업계획으로 ‘마을 만들기 프로젝트’를 추진해 천주교인들이나 일반인들에게 열린 공간을 제공할 계획이다.

“저희는 일회성이거나 행사성으로 재능기부를 하는 것이 아니라 동혜원 마을 공동체와의 대화를 통해 이 분들의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고 일어설 수 있도록 꾸준히 도울 것입니다.”

김진영 기자 (nicolao@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