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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보국[주교회의] 교황 베네딕토 16세 성하의 제17차 세계 병자의 날 담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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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09-02-13 00:00 조회4,66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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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베네딕토 16세 성하의

제17차 세계 병자의 날 담화
(2009년 2월 11일)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루르드의 복되신 동정 마리아 기념일인 2월 11일에 거행되는 세계 병자의 날에 주교들은 교구 공동체와 함께 기도하며 고통의 실상을 깊이 깨닫고자 묵상하고 노력할 것입니다. 우리가 지내고 있는 바오로의 해는 바오로 사도와 함께 “그리스도의 고난이 우리에게 넘치듯이, 그리스도를 통하여 내리는 위로도 우리에게 넘친다.”(2코린 1,5)는 사실을 잠시 생각해 볼 기회를 줍니다. 또한 루르드는 성모님의 마음을 기억하도록 합니다. 예수님의 어머니께서는 당신의 모성애로 “아직도 나그넷길을 걸으며 위험과 고통을 겪고 있는 당신 아드님의 형제들을 돌보시며 행복한 고향으로 이끌어 주십니다.”(교회 헌장[Lumen Gentium], 62항).


올해 저는 특히 가장 힘없고 연약한 피조물인 어린이들, 그중에서도 병들고 고통 받는 어린이들에 대해 생각해 보고자 합니다. 병을 앓고 나서 장애를 지니고 사는 어린이들이 있습니다. 의학의 발전과 우수한 연구자들과 전문 의료진의 도움에도 불구하고 불치병과 싸우는 어린이들이 있습니다. 분쟁과 전쟁의 결과로 몸과 마음에 상처를 입은 어린이들이 있습니다. 어른들의 무분별한 증오로 무고한 희생자가 된 어린이들이 있습니다. 가정의 따뜻한 보살핌을 받지 못하고 홀로 버려진 ‘거리’의 어린이들이 있습니다. 사악한 인간들에게 순결을 더럽혀 평생 정신적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어린이들이 있습니다. 목마름과 굶주림과 의료 부족으로 죽어가는 수많은 어린이들과 더 나은 삶을 찾아 부모와 함께 고향을 떠난 유민이나 난민 어린이들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 모든 어린이는 인간이자 신앙인인 우리의 양심에 무언의 비명을 지르고 있습니다.


그러한 비극적 상황을 못 본 체할 수 없는 그리스도교 공동체는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할 의무를 느낍니다. 제가 회칙 「하느님은 사랑이십니다」(Deus Caritas est)에서 말씀 드린 것처럼, 사실 교회는 “온 세상에 퍼져 있는 하느님의 가족입니다. 이 가족 안에서는 필수품이 없어 고통받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야 합니다”(25항). 따라서 저는 세계 병자의 날을 맞아 본당과 교구 공동체가 ‘하느님의 가족’이라는 의식을 더 깊이 가지고 “교회의 가족 안에서 어떤 구성원도 가난으로 고통 받지 않기를”(25항) 바라시는 주님의 사랑을 마을과 이웃과 도시에서 드러낼 수 있기를 바랍니다. 사랑을 증언하는 일은 모든 그리스도교 공동체의 삶 자체에 속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사도행전에서 볼 수 있듯이, 처음부터 교회는 복음의 원리들을 구체적으로 실천해 왔습니다. 오늘날에는 의료 상황의 변화에 따라 지역 사회의 여러 의료 기관에 종사하는 의료진과 교회 공동체들 간에 긴밀한 협력이 요구됩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올해 설립 140주년을 맞은 교황청 부속 기관인 ‘아기 예수 어린이 병원’(Ospedale Pediatirico Bambino Gesu?)은 매우 소중합니다.


그러나 이것이 다가 아닙니다. 병든 어린이는 흔히 그들과 함께 고통을 겪는 궁핍하고 어려운 처지의 가정에 속해 있기에 그리스도교 공동체는 병든 자녀가 있는 가정들을 돕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우리는 ‘착한 사마리아인’의 모범을 따라 슬픔에 지친 사람들에게 다가가 참다운 연대의 도움을 주어야 합니다. 이렇게 고통을 받아들이고 나누게 되면 병든 어린이가 있는 가정들은 유용한 도움을 받아 평안과 희망을 느끼게 되고, 그리스도 안에서 형제자매가 되는 더 큰 가정이 그들 주위에 있음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예수님께서 나인이라는 고을에 사는 과부의 눈물(루카 7,12-17 참조)과 야이로의 간청(루카 8,41-56 참조)에 연민을 보이신 일은 우리가 많은 가정의 육체적 정신적 고통을 함께 나누는 법을 배우는 데에 좋은 본보기가 됩니다. 이 모든 것은 하느님의 자비로우신 사랑의 반영이자 표징인 관대하고 헌신적인 사랑을 필요로 합니다. 하느님의 사랑은 어려움에 놓인 자녀들을 결코 버리지 않고, 삶의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는 놀라운 힘을 마음과 정신에 불어넣어 줍니다.


병든 어린이들을 위해 날마다 헌신하고 한결같이 봉사하는 일은 인간 생명, 특히 미약하고 다른 사람에게 완전히 의존하는 생명에 대한 사랑의 고귀한 증언입니다. 모든 인간 생명의 절대적이고 지고한 존엄을 강력히 옹호하여야 합니다. 시대가 변해도 교회가 늘 선포하는 가르침은 변함이 없습니다. 인간의 생명은 아름다운 것이기에 미약하고 고통의 신비에 싸여 있을 때라도 끝까지 살려야 합니다. 또한 우리는 십자가에 못 박히신 예수님을 바라보아야 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십자가에서 돌아가시면서 모든 인류의 고통을 나누시고자 하셨습니다. 우리는 예수님의 사랑을 위한 고통에서 어린 환자와 그 부모의 고통을 함께 나누는 가장 훌륭한 모습을 봅니다. 특히 인생의 황혼에 고통을 인내하며 받아들여 빛나는 모범을 보여준 저의 존경하는 선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이 십자가 위에는 만대의 만민이 사랑 안에서 그들 고뇌의 구원적 의미와 그들의 모든 물음에 대한 타당한 해답을 발견하도록 모든 이의 육체적 정신적 고통을 스스로 짊어지신 인간의 구원자, 고뇌의 인간 그분께서 계신 것입니다”(「구원에 이르는 고통」[Salvifici doloris], 31항).


저는 여기에서 특히 가난한 나라의 병든 어린이들을 고결하고 헌신적인 마음으로 돌보는 국내외 기관들과 그러한 어린이들의 고통을 줄여주기 위해 사랑으로 헌신하는 사람들에게 감사와 격려를 보내고 싶습니다. 또한 저는 국가 지도자들이 병든 어린이들과 그 가족들을 돕는 법률과 조치를 강화시켜 주도록 무거운 마음으로 호소합니다. 인간 문명 전체를 ‘사랑의 문명’(「구원에 이르는 고통」, 31항)으로 바꾸기 위하여 교회는 언제나, 특히 어린이의 생명이 달려 있는 경우, 진심으로 협력할 것입니다.


끝으로, 저는 질병으로 고통받는 모든 형제자매 여러분과 영적으로 가까이 있음을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저는 병자들에게 도움을 주는 모든 이들, 곧 주교, 사제, 수도자, 의료인, 자원봉사자 그리고 병마와 싸우는 이들의 고통을 사랑으로 치유하고 경감시키는 일에 종사하는 이들에게 사랑의 인사를 전합니다. 특히 병들어 고통받는 사랑하는 어린이 여러분에게 특별한 인사를 전합니다. 교황은 아버지다운 사랑으로 여러분의 부모와 가족과 함께 여러분을 품에 안고, 기도 중에 특별히 기억하겠다고 약속합니다. 또한 여러분이 원죄 없으신 성모님의 자애로우신 도움에 의지하기를 권유합니다. 지난 성탄 때에 우리는 아기가 되신 하느님의 아드님을 품에 안고 계시는 성모님을 다시 한 번 묵상하였습니다. 병자의 나음이신 성모님께서 여러분과 모든 환자들을 보호해주시기를 간구하며 저는 사도로서 특별한 축복을 보내 드립니다.



바티칸에서
2009년 2월 2일
교황 베네딕토 16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