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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보국 좋은영화 228회] 음식남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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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08-02-28 00:00 조회1,735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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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8회 좋은 영화 감상하기

3월 5일(사순 4주 수요일) 오후 2시

제목 : 음식남녀
(飮食男女 Eat, Drink, Man, Woman, 1994, 120분)


영화, <음식남녀>는 <결혼 피로연 (喜宴: The Wedding Banquet),1993> 으로 세상에 알려지고, <브로크백 마운틴 (Brokeback Mountain,2005)>으로 아카데미 감독상, 최근엔 <색,계(色,戒:Lust, Caution,2007)>로 베니스 영화제 황금사자상을 받은 대만 출신의 이안 감독이 만든 작품이다. 그는 <음식남녀>를 통해 대만의 세대간의 갈등을 본질적으로 다룬다. 근본적으로는 남녀의 결합을 토대로 이루어지는 가정 속에서 온 가족이 둘러 앉은 밥상을 사이에 두고 부모와 자식, 남자와 여자간의 갈등을 잔잔히 풀어가고 있다. 요리사인 주선생이 마련하는 전통요리들은 화려하고 진기한 모습으로 미각을 자극한다. 그것은 대만의 부모세대가 자신의 세계관과 전통을 익혀 다음 세대에게 "생명의 양식"으로 먹이는 자부심 넘치는 사랑이다. 충분히 자식들을 기쁘게 할 거라고 생각하며, 자부심을 가지고 정성껏 준비한 음식은 먹을 것이라는 단순한 의미를 넘어서서, 자식들을 책임지고 부양하는 부모세대의 나름대로의 자부심이자 방식이다. 그러나 영화에서 볼 수 있듯이, 그렇게 푸짐하고 맛나게 보이는 음식을 아쉽게도 자식들은 먹어주지 않는다. 자식들은 부모의 넘치는 사랑조차 구속으로 여기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독립을 원하며 각기 배우자를 만나면서 미련없이 밥상을 떠난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제일 먼저 밥상을 떠나고 싶어했고, -아버지를 떠나고 싶어하는 것과 같은 의미- 가장 진취적인 둘째딸이 오히려 아버지에게 책임감을 느끼고 자기 일을 포기한다. 그러나 아버지는 먼저 자신이 독립함으로써 새로운 밥상을 차라게 된다.

영화는 신세대의 책임의식과 구세대로부터 독립하고픈 마음들을 절묘하게 균형지어 놓음으로써 두 세대간의 화해의 길을 열어놓는다. 마지막 장면에서 둘째딸이 아버지께 차려드리는 밥상은 바로 전통에 대한 신세대의 창조적 계승을 의미한다. 아버지와 딸은 식탁 위에서 전통 안에서 서로의 주체성과 자유를 인정하는 행복한 화해를 한다.
식탁 위에 놓은 음식은 물리적인 것을 넘어서서, 전통과 새로움, 구세대와 신세대의 갈등과 화해에 대한 정신적인 나눔을 말해주고 있다. 또한 식탁의 문화를 잘 보존하고 가꾸어가야하는 정신적 의미를 느끼게 하는 영화이다. 우리가 봉헌하는 미사 또한 식탁의 문화라는 관점에서 볼 때 그 의미는 풍성해진다. 우리는 정성껏 준비한 말씀과 성찬의 식탁에 모여 미사를 봉헌한다. 풍성한 나눔만 있는 것은 아니다. 갈등도 있고 화해도 있다. 또한 책임과 자유도 있다. 그리스도교의 말씀과 성찬의 문화도 함께 생각해봄직하다.
중국영화엔 중국본토, 홍콩, 대만 영화가 있다. 이들 영화를 묶어 3중국 영화라고 통칭하기도 한다. 홍콩영화하면 주윤발이나 유덕화, 서극 등의 이름을 떠올리게 되고, 본토 영화하면 <붉은 수수밭>이나 <패황별희>를 생각하게 되지만 대만 영화 역시 중국영화에 속함에도 불구하고 잘 알려지지 않았다. 대만영화가 중국영화의 반열에 올리게 된 것은 바로 할리웃에서 활약하는 대만출신 감독들이다. 바로 <음식남녀>의 이안 감독과 조이 럭 클럽 (The Joy Luck Club, 1993)의 웨인왕감독이 그들이다. 그들은 대만출신이자만, 활동무대가 할리웃임을 감안할 때, 어떤 의미에선 또 다른 의미에서 중국영화, 제4국의 중국영화이다.
<음식남녀>에 나오는 주제처럼, 이들은 관객에게 전통을 계승하면서도, 그 전통을 답습하는 것이 아니라, 전 세계에 맞는 새로운 입맛의 중국영화를 선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현재 전세계의 관객들이 이안감독을 인정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어쩌면 <음식남녀>에 나오는 둘째딸이 이안감독의 의도와 성격을 잘 드러내 주는 캐릭터일 것 같다.
<글 | 홍보국장 서석희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