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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보국 좋은영화 230회] 바베트의 만찬 (Babettes Feast, Babett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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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08-03-19 00:00 조회1,572회

본문

제230회 좋은 영화 감상하기

일시 : 3월 19일(성주간 수요일) 오후 2시 / 장소 : 새교구청 4층 강당
제목 : 바베트의 만찬 (Babettes Gaestebud, 1987, 102분)


영화, <바베트의 만찬 (Babettes Feast, Babettes Gaestebud, 1987, 102분)
1. 줄거리

19세기 중반 덴마크의 한 바닷가 마을에는 마르티나(Martina)와 필리파(Philippa)라는 할머니 자매가 살고 있었다. 그녀들은 자신이 살고 있던 동네의 정신적, 신앙적 지주였던 아버지의 삶을 따르느라 청춘과 연애, 결혼의 행복과 기쁨을 고스란히 지나간 버린 세월에 두고 어느덧 인생의 황혼녘에 이르렀다. 변하지 않은 것은 그녀들은 여전히 아버지의 삶을 본받아 아름답고 고운 마음씨와 두터운 신앙심으로 마을 사람들에게 봉사하는 삶을 사는 것이었다. 한 때 이들도 아름다운 외모와 신앙심으로 뭇 청년들의 연모의 대상이 되기도 했지만, 그들의 깊은 신앙심은 오히려 장애가 되어 사랑의 결실을 이루지 못하고 독신의 삶을 살아온 것이다. 가난하지만 평화로운 생활 속에 어려운 이들을 도우며 살아가던 이들에게 어느 날 초라하고 지친 행색의 바베트라는 여인이 찾아온다. 프랑스가 고향인 그녀는 전쟁 중에 남편과 자식을 잃고 어린 조카의 도움으로 간신히 두 자매가 살고 있는 덴마크의 시골마을에 피신해 온 것이다. 무보수로 두 자매의 가정부 일을 자청하고 나선 바베트는 지혜롭고 야무진 솜씨로 두 자매의 살림을 전보다 더 풍족하고 윤기 있게 가꾸어나가기를 15 년 동안이나 지속한다.

한편 마르티나와 필리파는 아버지를 대신해 마을 사람들과 함께 예배드리며 서로의 경건한 삶을 권면하는 작은 모임을 꾸려왔는데, 그 모임이 점차 싸움과 반목으로 분열의 조짐을 보이기 시작한다. 때마침 그 시기에 자매들의 아버지의 100년 되는 생일날이 가까워졌고, 바베트에겐 해마다 그녀의 친구가 프랑스에서 사두었던 그녀의 복권이 당첨이 된다. 바닷가를 거닐며 한동안 사색에 잠겨있던 바베트는 자매들에게 목사님의 생일기념일 저녁만찬을 자신이 비용을 부담하여 차리겠다고 제안하게 된다. 결국 열두 명의 교인들이 모인 두 자매의 초라한 저녁식탁에는 그들이 평생 맛볼 수 없었던 최고의 요리들이 예술작품처럼 차려진다. 그러나 아무도 몰랐지만 바베트는 한 때 프랑스 최고의 요리사였고, 그녀는 당첨된 복권의 전액을 투자하여, 온갖 정성으로 만찬을 차렸던 것이다. 만찬을 함께한 이들은 행복감 속에 서로 화해하고 삶에 대한 감사로 충일해진다는 내용의 영화이다.
2. 감상 포인트

영화 <바베트의 만찬 (Babettes Feast) 은 미국의 헐리웃 영화처럼, 빠른 템포나 감각적인 영상을 보여주지 않는다. 다소 지루하게 여겨질 정도로 천천히 진행되는 유럽영화 특유의 느낌을 갖지만 그 지루함의 경계를 넘어서기만 하면 예술처럼 느껴지는 아름다움에 대한 감동과 영혼의 울림을 경험하게 한다. 영화의 사이사이를 채우는 배경음악과 이들이 부르는 찬송가는 영화를 보는 느낌이 아니라 관객 모두가 경건한 전례에 참석하는 느낌을 갖게 하기에 이 영화는 저절로 기도하게 만드는 색다른 영화이기도 하다. 1995년 영화탄생 100주년을 맞이하여 바티칸에서는 "신앙생활에 도움을 주는 좋은 영화(Important Films)"목록을 뽑았었는데(http://www.uccb.org/fb/vaticanfilmes.htm), <바베트의 만찬>이 그 목록에 올라와있다. 말하자면 바티칸이 공인한 영화이다. 무엇보다도 이 영화는 음식을 주제로 다루는 다른 영화들과는 달리 음식을 전례의 의미로 각색했다는 점이다. 마치 성목요일 저녁에 행해지는 주님의 만찬 미사와도 흡사하다. 그 자리에 모인 사람들이 12명(?)라는 사실도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상징적 의미를 지닌다. 또한 자신의 가진 모든 것(돈, 육체적 수고, 마음)을 다 바쳐 만찬을 준비하는 바베트의 모습에서, 값비싼 나르드의 향유를 예수님의 발에 붓고 자신의 머리칼로 온갖 정성을 다해 닦아 내리는 마리아의 모습(요한 12.1-11)을 생각하게 한다. 또한 이 영화는 예수님께서 사랑과 정성으로 자신의 모든 것을 농축시켜 마련하신 주님의 식탁과 성체와 성혈의 깊은 의미를 드러내주고 있다. 바로 예수님의 육체(Body)와 깊은 정신(Soul)이 담긴 성찬의 깊은 의미를 드러내주고 있는 것이다. 음식을 주제로 한 영화, <빅 나이트(Big Night, 1996)>에선 "음식은 하느님과 같다(Food is like God)"라고 했던 것처럼, 영화 <바베트의 만찬>은 음식을 만든 사람과 음식을 먹는 사람들, 그리고 식탁에 놓인 음식의 의미를 신앙적 차원으로 승화시키고 있다. 한편 청교도적 삶의 태도로 음식에 대해 가타부타 하는 것을 쾌락을 추구한다거나, 먹는 것을 밝히는 것으로만 이해했던 사람들이, 정성스럽게 마련된 음식이 얼마나 사람과 사람사이에 평화와 화목을 이룰 수 있게 하는지, 음식을 먹은 후에 오는 결과까지도 친절하게 영화는 우리를 안내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성목요일 전 날, <바베트의 만찬>을 <좋은 영화>로 상영하게 되었다는 것도 의미있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