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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인터넷 윤리를 바로 세우자(上)[평화신문 2003-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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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11-07-07 조회 1,360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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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인터넷 윤리를 바로 세우자(上)[평화신문 2003-02-23]
  
▲ 교회 인터넷 사이트는 상당한 인적·물적 자원을 투입해 세운 ‘무형의 성전’이기 때문에 이를 선용하려는 자세가 요구된다. 사진은 1998년 세계 최초로 교구청·본당·산하기관 등을 초고속 전용선으로 연결한 서울대교구 종합정보시스템의 개통을 알리는 현수막.
교회 인터넷 사이트는 복음화의 소중한 도구로 이용돼야 한다. 하지만 최근 일부 이용자들이 인터넷의 익명성과 개방성에 편승해 비방과 인신공격으로 교회 인터넷 사이트를  어지럽히고 있어 우려를 낳고 있다. 교회 인터넷상에서 지켜져야 할 윤리와 교회 매스미디어의 근본정신을 2회에 걸쳐 살펴본다.


사이버 공간은 선교의 신대륙이다. 혹자는 가톨릭 선교역사의 획기적 전환점이 된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에 비유한다.

교회는 복음의 불모지인 이 무한대의 땅에 복음을 심기 위해 ‘주님의 집’(교회 인터넷 사이트)을 지었다. 비록 벽돌 건물과 종탑은 없지만 다수의 하느님 백성이 모여 살아가고, 그 안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기쁜 소식을 공유한다.

따라서 교회 인터넷 사이트에 비방과 욕설을 늘어놓고, 그로 인해 신앙 공동체에 불신을 조장하는 행동은 주님의 성전을 훼손하는 것과 다를 것이 없다. 그 같은 행동은 극소수 사람들이 저지르고 있으나 정보의 접근성과 전파력이 다른 매체보다 뛰어난 인터넷 매체의 특성을 감안하면 가볍게 보아 넘길 수만은 없다.

교회 인터넷 사이트, 그 중에서도 쌍방향 정보흐름의 공간인 게시판이 비방과 인신공격, 그리고 소모적 이념논쟁에 멍드는 실태는 인터넷 윤리교육 부재, 교회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이해부족 등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 인터넷 윤리는 자율과 책임

보편적 생활도구가 된 인터넷은 기본적으로 개방형 구조다. 누구나 정보를 생산할 수 있지만 어느 누구도 그것을 완벽하게 규제할 수 없다. 따라서 잘만 활용하면 현실세계에서는 보기 드문 민주적 공간을 창조할 수 있다.

하지만 그 같은 개방성은 자율과 책임을 기반으로 할 때 진가가 발휘된다. 그렇지 않으면 제도권에서 제 목소리를 내지 못했던 단체나 개인이 검증되지 않은 정보를 무한대의 가상공간에 유포시켜 막대한 피해를 줄 수 있다.

실제로 일부 네티즌들이 인터넷의 개방성과 익명성에 편승해 부적절한 사이버 여론을 형성하는 일은 ‘무형의 성전’에서도 비일비재하다. 모본당 홈페이지에 특정 사목위원에 대한 험담이 올라와 사목회에 분란이 일어나고, 모교구 게시판에 특정 단체의 검증되지 않은 비리가 유포돼 그 단체가 억울한 누명을 쓴 것이 최근의 사례다.

인터넷을 통해 유포되는 잘못된 정보는 여러 가지 부작용을 일으킨다. 우선 진위가 확인되지 않은 정보임에도 불구하고 빠른 속도로 퍼져나간다. 이로 인해 특정 개인이나 단체가 피해를 입는다면 그것은 정보가 아니라 ‘사이버 폭력’이다.

컴퓨터 이용자들은 컴퓨터 기술과 인터넷 사용법은 배웠지만 사이버 공간에서 지켜야 할 예절(윤리)을 제대로 배울 기회가 없었다. 교회 인터넷 사이트에 주로 접속하는 연령층인 성인들은 그런 기회가 더 없었다.

인터넷의 익명성과 개방성은 자율과 책임을 전제로 한 것임을 깨닫는 것이 시급하다. 자율과 책임이 없는 민주주의는 붕괴하듯이 그러한 윤리가 지켜지지 않는 민주적 사이버 공간은 혼란을 겪다 결국엔 무너질 수밖에 없다.

“모든 인터넷 사용자는 정보에 입각하여 자제력을 가지고 인터넷을 도덕적으로 좋은 목적에 사용할 의무가 있다. ‘컴퓨터 사용법’과 같은 기술적 기능만을 가르칠 것이 아니라 정보에 입각하여 내용을 식별하고 평가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줘야 한다. 자신들의 결정과 행동이 인터넷의 구조와 내용을 형성하는 데에 한몫 하는 사람들은 특히 공동선에 이바지하는 연대성을 실천할 중대한 의무가 있다”(교황청 사회홍보평의회 「인터넷 윤리」15항).


▨ 갈등 해소에 적극 나서야  

‘무형의 성전’에는 함께 생각해 볼 가치 있는 건전한 비판의 글도 많다. 그러한 글에는 네티즌들이 격의없는 토론을 벌이고 참신한 대안도 내놓는다.

하지만 근거없는 비방과 인신공격성 글은 호기심과 의혹만 부풀려진 채 떠다닌다. 일부 네티즌들은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나랴”는 식으로 수군거리다 사실로 받아들인다.

그런 글에는 교회 안에서 겪는 갈등이 표출돼 있다. 교회 안에서의 갈등이란 신자들간에, 또는 사목자와 신자들간에 발생하는 것으로 의견충돌·다툼·신앙적 회의가 포함돼 있다. 때로는 자기 중심적 사고에서 비롯된 사소한 감정대립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본당과 교회 전체의 일로 비화되기도 한다.

아무리 신앙 공동체라 하더라도 그 안에는 크고 작은 갈등이 상존하기 마련이다. 특히 한국교회처럼 20년∼30년 사이에 급성장한 신앙 공동체는 성장 지향적 사목구조에서 표출되는 갈등을 해소할 겨를이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문제는 갈등 자체가 아니라 갈등을 해소하는 방법이 미숙하다는 데 있다. 사목자와 신자들은 공동체에 갈등이 발생하면 적극 나서서 그것을 해소하기보다는 덮어두거나 회피하려는 경향이 없지 않다. 교회는 그리스도의 몸이기 때문에 분열과 다툼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중압감 때문이다.

그러나 갈등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덮어두면 그 불씨는 언제든지 다시 살아난다. 적극 나서서 갈등의 소지를 없애고, 갈등의 원인을 찾아내 해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권위의식을 버리고 해명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래야 신앙 공동체가 안정되고 그리스도와 한몸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