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하시면,

많은 정보를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오늘의 말씀

2024.05
17
메뉴 더보기

교구

보도자료 - 가톨릭평화신문 목록

SNS 공유하기

[기획] 인터넷 윤리를 바로 세우자(下)[평화신문 2003-03-02]

페이지 정보

작성일2011-07-07 조회 1,384회

본문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지난해 5월 홍보주일 담화에서 우리에게 한가지 생각거리를 던져 주었다.

“인터넷에서 그리스도의 얼굴이 보이고, 그분의 목소리가 들릴 수 있을까?”
교황의 대답은 “그럴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교황은 “인터넷은 새천년기의 여명에 새롭게 열린 영역”이라며 “무한한 잠재력을 갖고 있는 사이버 공간에 깊숙이 그물을 치라”고 권고했다.

비신자들은 책·신문·방송·인터넷 같은 매체를 정보습득과 오락, 의사소통의 수단으로 이용한다. 그러나 그리스도인에게는 이외에도 복음선포의 도구로 활용해야 하는 특별한 임무가 주어져 있다. 과학기술의 발전에 따라 속속 등장하는 정보전달매체를 ‘하느님의 선물’로 받아들여 복음선포 수단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교회 가르침은 확고하다.

“교회가 나날이 더 완전해지는 인간기술이 만들어 낸 힘있는 수단을 사용하지 않는다면 하느님께 잘못을 저지르는 것이다”(「현대의 복음선교」45항).

신자들이 인터넷을 포함한 교회 안 정보전달매체를 어떻게 이해하고, 활용해야 하는가는 교황청 사회홍보위원회가 1992년에 발표한 사목훈령 「새로운 시대」에 잘 나타나 있다.

“교회 안의 커뮤니케이션 그리고 교회를 통한 커뮤니케이션은 기본적으로 예수 그리스도의 기쁜 소식을 전달하는 것이다. 그것은 예언과 해방의 말씀인 복음을 현대인들에게 선포하는 것이며, 지나친 세속화에 맞서 하느님의 진리와 인간의 초월적 운명을 증언하는 것이며, 갈등과 분열을 거슬러 모든 신앙인과 연대하여 국가와 문화들 가운데에서 정의와 친교를 증언하는 것이다”(9항).

교회 매스미디어 종사자들에게 이 가르침은 금과옥조(金科玉條)이며, 정보의 생산전달 전 과정에 엄격하게 적용되는 준거(準據)이다.

그러나 뉴미디어 시대의 총아인 인터넷은 개방적·익명적 쌍방향 미디어이기 때문에 어느 누구나 정보 생산자가 될 수 있다. 교회는 이 같은 인터넷의 특성을 가능성과 위험성 두 가지 관점에서 바라본다.

교회 사이버 공간에서 그리스도의 얼굴이 보이고, 그리스도의 음성이 들리면 인터넷은 경이로운 복음화 도구가 될 수 있다. 하느님을 모르는 사람들, 특히 젊은이들이 사이버 공간에 축적된 종교적·영적 정보를 통해 신앙에 눈을 뜨고, 신자들이 그 공간에서 신앙을 나눈다면 이 무한대의 영역은 그야말로 선교의 황금어장이다.

교회가 막대한 물적 자원을 투입해 사이버 공간에 ‘무형의 성전’을 세우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그러나 이 공간은 자신을 숨긴 채 근거없는 비방과 인신공격성 글, 또는 반복음적 정보를 유포시킬 수 있는 위험성을 안고 있다. 만일 누군가가 그 같은 행동으로 사이버 공간을 어지럽힌다면 그것은 성전을 훼손하고, 성당에 찾아오는 비신자를 문밖에서 쫓아보내는 것과 다를 것이 없다.

실제로 지난 대선 무렵 신자들이 한 교회 사이트에서 거친 욕설을 섞어가며 보수-진보 논쟁을 벌이자 비신자들은 “이게 천주교 게시판 맞아요?”, “천주교도 한심하기는 마찬가지”,  “천주교인들은 모두 ‘싸움닭’ 같다”는 등 치욕적인 말을 남기고 빠져나갔다.

인터넷의 이 같은 가능성과 위험성은 달리 표현하면 기회이자 도전이다. 교황은 “이 새로운 문턱(도전)을 용감히 넘어 인터넷에 깊숙이 그물을 치라”고 격려한다. 그리고 교황청 사회홍보평의회는 지난해 발간한 「교회와 인터넷」이라는 문헌에서 이 도전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했다. 그 방법은 미디어 교육 활성화를 통한 교육과 훈련이다.

“사목 종사자들은 사회 커뮤니케이션이 개인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매체문화 안에서 사람들의 감성과 관심에 호소할 수 있는 전달방식을 습득하도록 해주는 매체교육을 받아야 한다. 그리고 가톨릭 교육기관은 다양한 집단을 위한 교육과정을 마련해야 하며, 부모들은 가정에서 매체를 신중하게 사용하는 모범을 보여주고 자녀들이 분별있는 인터넷 사용자가 되도록 지도해야 한다”(11항).

인터넷은 이제 커뮤니케이션의 도구 차원을 넘어 일상적 문화가 되어가고 있다. 따라서 신자들도 가톨릭 인터넷 문화에 대해 고민해 볼 때가 됐다. 일부 이용자들에 의해 교회 사이버 공간이 훼손되는 것을 초창기의 과도적 현상으로 생각하고 외면할 때는 지났다.

주교회의 매스컴위원회 총무 김민수 신부는 “교회 인터넷 사이트에 접속하는 신자는 자신이 교회의 한 구성원이라는 정체성을 잊어서는 안 된다”며 “자신이 생산하는 정보가 진정 복음전파에 도움이 되고, 신앙적으로 타당한지를 스스로 검증하는 자세를 견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신부는 또 “인터넷은 기본적으로 수평적·다원적·개방적 매체이기 때문에 교회의 하향적·일방적·폐쇄적 의사소통 구조와 충돌이 더 잦을 수 있다”며 “교회도 인터넷을 단순한 수단이 아니라 삶의 방식으로 받아들인다면 의사소통 구조를 유연하게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