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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르댕 신부 사상 핵심 담은 물질의 심장 그리스도[평화신문 2003-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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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11-07-07 조회 1,681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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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르댕 신부 사상 핵심 담은 물질의 심장 그리스도[평화신문 2003-03-23]
 과학과 신앙 사이에 연결고리 제공...전주교구장 이병호 주교 번역 출간
사실 대부분의 신자들에게 떼이야르 드 샤르댕 신부(1881∼1955년)는 낯익은 이름이 아니다. 하지만 20세기 그리스도교 사상사에서 가장 독창적 신학자요, 철학자를 꼽는다면 적어도 다섯 손가락 안에는 들어갈 이가 바로 샤르댕 신부다.

그의 저작이 워낙 방대하고 이해하기 어려워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았을 뿐, 별개의 세계로 치부되던 ‘과학’과 ‘신앙’에 하나의 연결고리를 제공한 샤르댕 신부의 사상은 과학적 진화론에 바탕을 둔 독창적 그리스도론을 제시하면서 20세기 신학에 새로운 도전장을 던졌다는 것이 학계 평가다. 그러한 샤르댕 신부 사상의 핵심을 담은 저서 「물질의 심장」과「그리스도」가 이병호(전주교구장) 주교의 번역을 거쳐 선보였다.

「물질의 심장」은 신학자 이전에 고생물학을 전공한 자연과학자인 저자가 과학과 신앙 어느 한쪽에 일방적으로 치우치지 않으면서 두 세계를 아우르는 철저한 논증을 통해 예수 그리스도야말로 모든 과학적 진화의 종점이라는 자신의 사상을 유감없이 보여주는 소책자다.  

샤르댕 신부에 따르면, 오늘날 빅뱅으로 잘 알려진 우주의 출발점을 알파 포인트라고 할 때 거기서 시작된 움직임은 진화과정을 거쳐 결국 그 도착점인 오메가 포인트에서 완성되며, 그 오메가 포인트는 다름 아닌 예수 그리스도라는 것이다.

이러한 그의 주장은 자칫 과학적 사실에 바탕을 둔 자연과학자에서 갑자기 계시를 믿는 신앙인으로 입장을 바꾼 한 사람의 신앙고백처럼 들릴 수 있다. 그러나 과학과 신앙의 연결고리를 찾는 일에 평생을 바친 저자의 논리를 꼼꼼하게 따라가다 보면 그의 주장이 어떤 이유에서 그토록 많은 사람들에게 설득력을 발휘하고 있는지 이해할 수 있게 된다.

「그리스도」는 샤르댕 신부가 세상을 떠나기 직전 마지막 남은 에너지와 열정을 다해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고백하는’ 심정으로 쓴 유언과 같은 책이다. 그는 그리스도교와 과학의 통합, 온 우주가 사랑을 향해 진화해 나가는 모습, 은하계 저쪽까지 뻗쳐 있는 물질세계와 영원에까지 닿은 신앙세계의 융합을 단순명료한 방식으로 이 작은 책에 집약했다. 그래서 비록 작아도 쉽게 읽힐 책은 아니다.

과학이 새롭게 펼쳐 보이는 세계를 앞에 두고 눈에 보이지 않는 영원의 문제를 생각하는 현대인을 위한 선구자, 샤르댕 신부. 과학과 신앙의 하나됨을 위해 생명이 다하는 순간까지 혼신의 힘을 다한 그의 작품들은 하느님과 예수 그리스도를 이해하는 데 또 다른 지평을 열어줄 것이 분명하다.(분도출판사, 각권 6000원·5000원)  
남정률 기자  njyul@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