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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무처관리자 작성일06-06-30 00:00 조회5,85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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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을 위한 교서 - cck.or.kr

가정, 사랑과 생명의 터전

2004년 11월 28일
(대림 제1주일)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차  례>


 

주교회의 의장 인사말
들어가는 말
제1장 참 가정에 관한 교회의 가르침
제2장 무너져 가는 우리나라 가정
제3장 사목적 대안
 I. 바른 가정 교육
 II. 사목적 배려
나가는 말


 

주교회의 의장 인사말


 

  10년 전인 1994년은 국제연합이 정한 ‘세계 가정의 해’였습니다. 가톨릭 교회는 국제연합의 이러한 결정을 기꺼이 환영하며 이에 동참하였고,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께서는 1994년 2월 2일 [가정 교서]를 통하여 인간이 걸어가는 수많은 길 가운데 “가정이 첫째가는 길이요 가장 중요한 길”(2항)이라고 강조하셨습니다.


 

  그로부터 10년의 세월이 흘렀고, 새로운 천년기가 시작되었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가정은 “첫째가는 길이요 가장 중요한 길”이지만, 우리가 그 길을 잘 닦고 훌륭하게 꾸며 왔다고 자신 있게 말하기는 어렵겠습니다. 왜냐하면 오늘날 우리 가정은 커다란 위험 속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이혼과 낙태, 가정 폭력과 청소년 가출 같은 가정 문제와 관련된 우울한 소식을 끊임없이 듣고 있습니다. 더 나아가 하느님께서 세우신 혼인제도 자체가 위협을 받고 있습니다. 한 남자와 한 여자가 사랑으로 결합하여 자녀 출산과 양육을 담당함으로써 창조주의 뜻을 이어가도록 하신 법도를 거슬러, 동성 결합도 합법적 혼인 관계로 인정하여 달라는 요구가 서양 여러 나라에서 증가하고 있고, 이는 곧 우리나라에도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그러나 동성 결합에 혼인 지위를 부여하고 동성 결합자에게 아이 입양을 허용하는 것은 남자와 여자인 부모 아래서 양육받을 아이들의 권리를 박탈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가정에 우리의 미래가 달려 있음을 믿습니다.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이라는 말도 여전히 유효합니다. 가정이 화목해야 만사가 제대로 이루어지고 사회도 건전합니다. 가정은 사회의 기초 공동체요 작은 교회입니다. 우리는 결코 가정을 포기하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는 가정의 그 긴밀하고 강력한 유대를 토대로 “사랑의 문화”를 창조할 것입니다([가정 교서], 13항). 그 사랑은 개인, 부부, 사회의 이기주의를 극복해야 하는 커다란 노력을 요구합니다. 그것은 또한 다른 사람, 다른 가정을 위한 “내어줌”입니다. 우리가 만들어내는 모든 아름다운 것들은 자신을 내어주는 십자가의 사랑을 통하여 완성됩니다.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는 가정사목위원회와 ‘생명31 운동’을 통하여 가정을 중심으로 한 사랑과 생명의 문화 창출에 힘쓰고 있으며, 특히 2004년 8월 17일부터 23일까지 아시아주교회의연합회(FABC) 제8차 정기총회를 한국에서 개최하고 아시아 20여 개 국가 180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최종 문서 "완전한 생명 문화를 지향하는 아시아 가정"을 발표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하였습니다.


 

  아름다운 가정, 아름다운 세상을 만드는 일에서는 어느 누구도 제외되지 않습니다. 우리 주교들은 한국의 가정 문제가 매우 심각하며 가정 문제의 해결 없이는 한국의 미래도 없다는 절박한 인식 아래, 이 교서를 마련하였습니다. 우리 주교들은 이 교서를 통하여 한국의 가정 현실을 교회의 가르침으로 조명하고 드러난 문제점들의 해결 방안을 제시하려고 노력하였습니다. 이러한 노력은 천주교 신자들만이 아니라 온 국민이 함께 참여할 때에 더욱 큰 열매를 거둘 수 있으리라고 믿습니다. 그러므로 이제 우리 주교들은 아름다운 가정, 아름다운 세상을 만드는 일에 그리스도인 가정뿐 아니라 한국의 모든 가정을 초대합니다. 사랑과 생명이 넘치는 가정을 이루고자 애쓰는 모든 사람에게 주님의 풍성한 은총을 빕니다.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의장 최창무 대주교
  

들어가는 말


 

  1. 인간의 기본 공동체는 ‘가정’이다. 이 가정에서 ‘생명’이 태어나고, 첫 인간 관계도 이루어진다. 인간 생명과 가정은 떼어서 생각할 수 없으며, 가정이 무너지면 생명도 무너진다. 그런데 오늘날 우리 가정이 절박한 위기에 빠져 있다.


 

  2. 1973년 2월 8일 모자보건법 제정 이후 급속하게 증가한 낙태 건수, 해마다 최고 기록을 갱신할 정도로 심각한 이혼율, 세계 최저 수준의 출산율(2003년 1.19명)뿐 아니라, 혼인제도 자체에 대한 회의와 성(性) 개방 풍조의 확산으로 동거와 독신 선호, 동성 결합 현상이 부상하고 있다. 또한 부모 이혼에 희생된 자녀, 소년소녀 가장, 결식 아동, 가정 폭력과 청소년 일탈, 자살 등 가정과 관련된 문제가 상존하고 있다.


 

  3. 오늘날 많은 청소년들은 지나친 입시 경쟁으로 너무 피곤하다. 지역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겠지만,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부터 남보다 앞서려고 특별한 학습과 과외 수업을 받으며, 초등학교에 들어간 뒤에도 상급 학교 진학을 위한 입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진다. 좋은 성적을 얻고자 날마다 학원 수강을 하고 개인 교습을 받으려니 늘 시간에 쫓기고 부모와 대화할 시간을 내기가 어렵다. 부모는 부모대로 자녀의 학원비, 과외비를 마련하고자 더 많은 시간을 일해야 하기 때문에, 자녀가 어떤 친구를 만나는지 어떤 게임을 좋아하는지 어떤 문제를 안고 있는지 진지하게 물어볼 기회조차 갖기 힘들다. 가족간의 대화 없이는 가정 교육도 없다. 또한 올바른 가정 교육 없이는 올바른 인성 교육도 어렵다.


 

  4. 대화의 부족은 부모와 자녀 사이의 일만이 아니다. 현금 남편과 아내 사이에도 대화하는 모습은 찾기 어렵게 되었다. 대화할 시간도 문제려니와 관심사가 자녀 교육에 집중되다 보니 정작 배우자에 대한 이해와 배려는 도외시되고, 부부는 위기를 맞는다. 부부가 서로에게서 받지 못하는 위로와 격려를 다른 데서 얻으려 하는 경우도 없지 않으니 부부 사이는 더욱 멀어지고, 상호 신뢰와 인내가 부족한 부부는 위기를 이겨내지 못하고 이혼을 하는 경우도 생긴다. 그러나 혼인의 유대를 끊는 것은 당사자 부부만이 아니라 자녀와 노부모까지 포함한 가정의 해체를 의미한다.


 

  5. 해체된 가정, 부모 없는 자녀, 봉양을 받지 못 하는 노인들은 특별히 돌보아야 할 대상이다. 공동 가정 생활(그룹홈: group home) 등 부모 없는 대안 가족이 필요하며 이에 대한 배려는 예전보다 더욱 중요해진 사목적이며 사회적 책무이다. 혈연 가정을 넘어선 신앙 가정으로서 교회는, 특히 본당 공동체는 관할 구역 안에서 이러한 사람들에 대한 특별한 배려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찾아내고 찾아가 돌보는 일에 우선적인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소공동체 사목의 활성화는 이러한 일을 효율적으로 수행하는 데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을 방편이다.


 

  6. ‘성가정’ 곧 ‘거룩한 가정’은 일차적으로 예수님과 성모 마리아 그리고 성 요셉이 이룬 가정을 가리키지만, 그 모범을 따르는 그리스도인 가정을 의미하기도 하고, 본당과 교구 구성원들이 이루는 커다란 그리스도교적 가정을 의미하기도 한다. 특히 성체성사를 통하여 친교와 일치를 이루는 교회는 그리스도를 중심으로 하는 성가정이다. 성체로 힘을 얻는 그리스도인 가정은 “생명의 성역”으로, “사랑의 문화의 중심이요 핵심”으로, “더욱 풍요한 인간성을 길러내는 학교”로, 그리고 “사회적 덕행을 가르치는 최초의 학교”로서 거듭나야 할 것이다.



 


제1장 참 가정에 관한 교회의 가르침



 


  성서가 가르치는 가정


 

  7. 하느님께서 “당신의 모습대로 사람을 지어내셨다. 하느님의 모습대로 사람을 지어내시되 남자와 여자로 지어내셨다”(창세 1,27). “이리하여 남자는 어버이를 떠나 아내와 어울려 한 몸이 되게 되었다”(창세 2,24). 우리는 창조된 남자와 여자가 한 몸을 이루며 살아가야 하는 상호 보완의 관계에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하느님께서는 사람이 홀로 있는 것이 부족해 보였기에 아담의 갈빗대로 여자를 만드셨다는 내용으로 부부가 한 몸을 이룬다고 가르친다(창세 2,18-22 참조). 본래 한 몸이었던 남자와 여자가 공범이 되어 하느님을 거역하고는 그 잘못을 서로에게 떠넘기려고 하는 모습 속에서 부부의 진정한 의미가 깨어지기 시작하였고, 한 몸이라는 사실도 망각되었음을 볼 수 있다.
 
  가정은 생명의 보금자리


 

  8. 교회의 “사목 헌장”은 부부 사랑이 생명에 대한 봉사를 지향하고 있음을 강조한다. 혼인과 부부 사랑은 그 본질상 자녀의 출산과 교육을 지향한다. 자녀들은 참으로 혼인의 가장 뛰어난 선물이며, 부모의 행복에 크게 이바지한다. ‘아담이 혼자 있는 것이 좋지 않다.’(창세 2,18) 하시고 ‘처음부터 사람을 남자와 여자로 만드신’(마태 19,4) 하느님께서 친히 당신의 창조 활동에 인간을 특별히 참여시키고자 바라시어, 남자와 여자에게 복을 내려 주시며 말씀하셨다: “자식을 낳고 번성하여라”(창세 1,28). 그러므로 진정한 부부 사랑의 실천은 혼인의 여러 목적들을 뒤로 제쳐 두지 않고, 부부가 그 여러 목적들을 통하여 당신 가족을 날로 자라게 하시고 풍요롭게 하시는 창조주와 구세주의 사랑에 굳센 마음으로 협력하는 자세를 갖추도록 한다.


 

  9.  [가정 공동체] 역시 이러한 입장을 천명하고 있는데 “가정의 기본 임무는 생명에 봉사하는 것, 창조주의 축복을 역사 안에서 실현하는 것, 곧 출산을 통해 하느님 모상을 사람에게서 사람에게로 전달하는 것”이라고 언급하고 있다. 결국 혼인을 통해 실현되는 성은 인간 생명에 봉사한다. 부부 행위를 통해 자녀가 태어나며, 여기서 성은 완전한 의미를 지니게 되어 남자와 여자를 “새로운 인간에게 생명을 전달하는 하느님의 협력자”가 되게 한다. 자녀를 낳고 기르는 가운데 부부는 자신들만의 행복을 추구하는 부부 중심의 삶에서 벗어나 더 넓은 세상, 더 많은 사람을 체험하고 하느님께서 주시는 위로와 진정한 행복을 누릴 수 있게 된다.


 

  혼인은 성사(聖事)


 

  10. 혼인의 본질에 관하여 성서는 ‘남자는 부모를 떠나 제 아내와 합하여 한 몸을 이루리라.’고 한다. 또한 단일성과 불가해소성은 혼인의 본질적 특성이다. 혼인의 단일성은 한 남자와 한 여자의 결합을 뜻하는 것으로, 일부다처제와 일처다부제는 이 단일성에 위배되며, 중혼이나 축첩은 혼인의 신성함을 모독하는 것이다. 혼인의 불가해소성이란 합법적으로 혼인을 하여 부부 관계가 이루어진 “완결된 혼인”은 헤어질 수 없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배우자가 살아 있는 동안에는 부부 상호 간의 합의는 인간의 어떠한 권한이나 의사로도 혼인의 계약을 풀 수 없음을 의미한다.


 

  11. “만물의 창조주께서 부부 공동체를 인간 사회의 원천과 기초로 삼으시고, 또 당신 은총으로 그리스도와 교회 안에서 큰 성사가 되게 하셨다.” 이렇듯 교회는 혼인을 성사로 여긴다. 혼인성사는 다른 성사들과 마찬가지로 구원을 위한 참된 표지이다. 혼인은 그리스도와 교회의 결합에서 나오는 은총을 뜻하고 또 그 은총을 나누어 주기 때문에 세례를 받은 자들의 혼인은 신약의 참 성사가 되며, 한마음 한몸으로 살아가는 부부는 인간에 대한 하느님의 사랑, 교회에 대한 그리스도의 사랑, 교회의 그리스도께 대한 충실, 더 나아가 일체를 이루시는 성삼위 간의 사랑을 보여 주는 성사이다.


 

  부부의 사랑은 성사


 

  12. 부부 사랑은 그리스도께서 교회를 위하여 당신 자신을 바치신 사랑과 교회가 그리스도께 드리는 성실에 견줄 수 있다. 이처럼 부부는 변함 없이 충실하게 자신을 바치고 서로를 섬기는 사랑을 지향한다. 이것은 그리스도와 교회의 사랑의 관계가 부부들을 위한 본보기가 된다는 것을 의미할 뿐만 아니라 근본적으로 부부 관계에 그리스도께서 함께하심으로써 그들에게 그리스도-교회의 사랑과 같은 사랑을 하며 살아갈 힘을 준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부부는 자신들의 사랑이 그리스도의 사랑 안에서 성장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또한 부부 사랑은 인격적 행위를 통하여 서로를 서로에게 내어 주는 사랑이기에 상호간의 의무와 권리가 존중되어야 한다.


 

  13. 부부 행위가 참으로 상호 존중과 사랑으로 이루어진다면 정당하고 품위 있는 행위이며, 서로를 주고받는 행위 안에서 즐겁고 고마운 마음으로 서로를 풍요롭게 한다. 이것은 부부 사랑이 단순히 부부 행위를 통해 생겨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부부 사랑을 바탕으로 부부 행위가 이루어지고 이를 통하여 부부 사랑이 점차 성숙되고 완성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인간은 성적인 존재이지만, 단순히 육체적으로 성적인 존재라는 것은 아니다. 인간에게는 영적 차원이 있으므로, 인간의 성도 육체적 한계를 넘어 영적 의미로 승화되어야 한다. 이런 관점은 [가정 공동체]에서도 언급된다. “남자와 여자가 부부에게만 국한된 정당한 행동을 통하여 서로에게 자신을 내어 주는 성은 결코 순전히 생물학적인 것만도 아니고 인간의 가장 깊은 존재와 관련된다. 성은 남자와 여자가 죽을 때까지 서로에게 자신을 완전히 바치는 사랑의 일부일 경우에만 진정으로 인간적이다.”


 

  14. 창세기에서도 언급되었듯이 남녀는 제 부모를 떠나 부부로서 “한 몸”을 이루고 산다. 서로 다른 두 개인이 만나 사는 것이기에 많은 어려움이 따르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기에 남편과 아내의 성숙한 관계와 일치를 위해서는 배우자의 삶의 내력에 대한 깊은 이해가 필요하다. 이러한 일치를 위한 노력은 배우자 관계를 넘어서 가족 구성원 사이의 다양한 관계에도 연장된다. “일치와 나눔의 체험은 가정의 일상생활을 성격지어야 하고 사회에 대한 가정의 일차적이고 기본적인 기여를 대표한다. 가정 성원들 사이의 관계는 ‘거저 줌’의 법칙을 따른다. 이 거저 줌은 각자의 인간적 존엄성을 가치와 유일한 기반으로서 존중하고 육성할 뿐 아니라 진심으로 받아들임, 만남과 대화, 이해를 따지지 않는 협조 자세, 관대한 봉사, 깊은 유대의 형태로 나타난다.”


 

  부모의 권리요 의무인 자녀 교육


 

  15. 교회의 미래는 가정에 달려 있고, 가정의 미래는 자녀에게 달려 있다. 가정 공동체 안에서 상호 인격적 성숙을 위해 구성원 서로가 자신의 위치를 지키고 자기다움을 잃지 않아야 하며, 특히 부모는 진정한 부부 사랑의 결실이고 하느님께서 베푸시는 최상의 선물인 자녀가 바르게 성장하고 성숙하여 또 다른 하느님의 봉사자가 되도록 특별한 관심과 애정을 쏟아야 한다. 새로운 생명에 대한 준비는 혼인하기 전부터 이루어지는 것이다. 자녀 출산이 부부 사랑의 절정이라면, 자녀 교육은 부모가 마땅히 누려야 할 권리요 의무이다. “교육에 대한 부모의 권리와 의무는 인간 생명의 전달과 직결되는 것이므로 본질적인 것이다. 부모의 자녀 교육 권리와 의무는 부모와 자녀의 특유한 사랑의 관계 때문에 타인들의 교육 역할과 비교해 볼 때 본래적이고 일차적이다. 그것은 대체하거나 양도할 수 없는 것이므로 타인이 완전히 위임받거나 빼앗을 수 없다.”


 

  16. 가정은 더욱 풍요로운 인간성을 기르는 한 학교이며 사회가 필요로 하는 여러 가지 덕행을 가르치는 최초의 학교이므로, 자녀들이 인간으로서의 기본적 덕행, 곧 친절, 책임감, 정직, 예의범절, 감사하는 마음, 협동심, 이타심 같은 것을 배울 수 있는 가정 분위기가 형성되어야 한다. 부모는 자녀의 개인적이고 사회적인 전인 교육을 촉진할 수 있도록 하느님과 사람들에 대한 사랑과 신심으로 가득 찬 가정환경을 조성해 주어야 하며, 자녀의 본보기가 되어야 한다. 성장기의 자녀에게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사랑이다. 자녀는 부모의 사랑을 받고 자라며 체험하고 배운다. 부모는 사랑에 대한 일차적 교사이다. 그래서 부모는 자녀에게 사랑이 가득 담긴 행동과 언어로 표현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부부 상호간의 사랑과 신뢰가 가장 좋은 가르침이 될 것이고 이를 체험한 자녀들은 자신들이 성장하며 느끼고 체험한 것을 바탕으로 또 다른 사랑의 공동체를 엮어나갈 것이다. 사랑이 가득한 가정에서는 인간 삶의 갖가지 어려움과 시련들을 이겨 내고 힘 있게 살아갈 원동력을 얻게 될 것이다. 이렇게 부모는 자녀를 출산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자녀가 성숙한 인간으로서 독립할 때까지 끊임없는 사랑과 관심으로 화목한 가정 분위기를 만들어야 하겠다.


 

  17. 오늘날 맞벌이 가정이 늘어나면서 부모가 자녀와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 급격히 줄어들었다. 부모 자식 간의 관계가 소원해지고, 자녀는 아버지와 어머니의 사랑을 충분히 체험하기 어렵다. 아버지는 생계 유지와 경제적 성공에 신경 쓰는 이상으로 자녀에게 관심을 갖고 대화 시간을 마련하여야 하며, 어머니는 사회 진출에 긍정적 의미를 부여하는 그 이상으로 자녀에 대한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여야 한다. ?가정 공동체?에서 특별한 관심이 자녀에게 집중되어야 하며 그것이 자녀의 권리임을 강조하고 있다.


 

  18. 현대 문명이 물질적 세속적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므로, 신자 가정의 자녀조차 신앙에서 유리된 생활을 하기 쉽다. 이러한 상황에서 그리스도인 부모는 자녀에게 정신적이고 종교적인 가치들을 우선적으로 가르치고 그러한 삶의 본보기가 되어야 한다. “어린이들은 물질적 재산에 얽매이지 않는 올바른 태도를 가지고, 단순하고 검소한 생활양식을 취하며, ‘인간의 가치는 무엇을 가졌느냐에 있지 않고 어떤 인간이냐에 있다.’는 충분한 확신을 가지고 성장해야 한다. 개인주의와 이기심의 극심한 충돌에서 발생하는 긴장과 갈등으로 흔들리고 갈라진 사회에 살아야 하는 어린이들은 각 개인의 인격적 존엄성에 대한 존경심으로 이끌어 가는 참된 정의감으로 무장되어야 할 뿐만 아니라, 타인에 대한, 특히 가난하고 곤궁한 사람들에 대한 진정한 염려와 공평한 봉사와 통하는, 참된 사랑의 마음으로 단단히 채워져야 한다.” 부모들 자신이 솔선수범하고 가정에서 기도 생활을 실천할 때 자녀들이 인격의 완성과 구원과 성화의 길을 더욱 쉽게 발견할 수 있다. 특히 종교적 체험을 자녀와 함께 나눌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


 

  가정은 교회


 

  19.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교회 헌장”에서 혼인성사를 설명할 때에 가정 교회의 개념을 천명하였다: “그리스도와 교회 사이의 풍요로운 사랑과 일치의 신비를 드러내고 그 신비에 참여하는 혼인성사의 힘으로(에페 5,32 참조), 그리스도인 부부는 부부 생활은 물론 자녀 출산과 교육을 통하여 성덕에 나아가도록 서로 도와 주며, 또한 하느님의 백성 가운데에서 자기 생활 신분과 영역에 고유한 은총을 받는다. 실제로 이 혼인에서 가정이 생겨나고, 가정에서 인간 사회의 새로운 시민들이 태어나며, 성령의 은총을 통하여 그들은 하느님 백성을 역사의 흐름 속에 영속시키도록 세례로 하느님의 자녀가 되는 것이다. 바로 이 가정 교회에서 부모는 말과 모범으로 자기 자녀들을 위하여 최초의 신앙 선포자가 되어야 하며, 각자의 고유한 소명을 특별한 배려로 육성하여야 한다.” 혼인성사의 신비는 교회와 그리스도의 관계를 드러내며, 그렇게 이루어진 가정은 구성원의 완덕 추구, 자녀 교육, 사회봉사 등의 실천을 통해 교회다움을 드러낸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도 가정을 “작은 교회” 또는 “가정 교회”로 부른다.


 

  21. 교회의 일곱 성사를 흔히 부모가 자녀를 출산하여 먹이고 양육하는 과정에 비유하는 것은 교회의 역할이 가정과 유사함을 보여 준다. 다른 사회 집단이나 공동체는 이러한 특성을 일부만 가지고 있기 때문에 신자들의 집단을 단순하게 가리켜 부르는 것과 가정 교회라는 개념은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가정은 교회의 본질을 잘 드러내고 교회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가장 적합한 공동체이다. 가정의 이러한 측면을 직시한 교회는 “교회 헌장”에서 교회의 칠성사를 설명하는 부분에서 “가정 교회”의 개념을 언급하고 있는 것이다.


 

  “가정 교회”의 역할


 

  22. 그리스도인 가정은 ‘생명과 사랑의 공동체’로서 생명을 전달하고 자녀를 가르치며, 일상 생활에서 그리스도교 가치를 실현하고 사회 발전에 참여함으로써 하느님 나라 건설에 이바지한다. 그리스도인 가정은 가정 교회로서 예언직, 사제직, 왕직을 그리스도와 함께 수행한다.


 

  23. 가정 교회는 예언직도 수행한다. 이는 혼인과 가정에 관한 하느님 말씀을 받아들이고 실천하며 다른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사명이다. 가정에서 자녀에게 신앙을 전해 주고 그 신앙에 따라 살도록 가르치는 것은 가정 복음화의 본질적 부분이다. 세속화되고 물질주의가 만연한 현대 사회에서 가정은 자녀들이 복음의 말씀을 듣고 깨우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장소이다. 가정의 신앙이 자라날수록 복음 선교의 열성도 더해지며, 자기 가정에서부터 시작하여 이웃 가정에 복음을 선포한다.
  자녀들은 가정 교회 안에서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바를 알게 되며 나아가 자신의 성소를 깨닫고 사제나 수도자의 길로 나아갈 수도 있다. 오늘날 입시 경쟁, 물신 숭배 경향, 탈선의 유혹들 속에서 신앙의 위기를 겪고 있는 청소년들에게 가정의 교리교육과 복음화는 매우 절실하다. 부모가 신앙 교육을 할 때 겪는 어려움은 일찍이 사도들이 당했던 수난에서 그들이 보여 주었던 태도를 본받아 지대한 용기와 내적 침착성으로 감당해야 할 것이다. 특히 부모들이 초등 교육 기간에만 자녀 신앙 교육에 신경을 쓰고 중?고등학생이 되면 소홀해지는 경향이 있는데, 연령에 따라 수행되어야 하는 신앙 교육은 어느 한 시기에 국한된 것이 아니므로, 부모는 자녀의 신앙이 성숙할 수 있도록 계속해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더 나아가 부모는 그리스도인의 선교 사명을 자녀에게 일깨워 비신자 친척이나 이웃 그리고 사회에 복음을 전하게 해야 할 것이다. 


 

  24. 가정 교회는 사제직을 수행한다. 이는 기도를 통하여 성부와 일치하신 대사제 그리스도의 삶을 본받는 것이다. 가정 교회는 하나의 작은 교회로서 기도의 사명을 수행해야 한다. 가정 기도의 첫째 대상은 그 가정 자체이며, 가족들의 성장과 성덕을 위하여 하느님께 꾸준히 기도해야 한다. 부모는 자녀에게 기도의 필요성과 방법을 가르쳐 주어야 한다.
  가정의 기도와 교회의 전례 기도는 상호 보완 관계를 이룬다. 가정 기도에서 자녀들은 교회의 기도를 배우게 되고, 세례성사와 다른 성사들을 통하여 개인과 가정과 사회의 생활 속에서 교회의 기도에 참여한다. 부모는 여러 전례나 미사를 자녀가 처음 경험할 때에 함께 있어 주는 것이 좋다. 가정 기도에 충실한 만큼 가정의 역할도 충실해진다.
  ?가정 공동체?는 몇 가지 개인 기도와 가정 기도의 형태를 제시하며 특히 가정 묵주기도를 추천한다. 그것은 예수 그리스도와 교회의 어머니이신 마리아를 모범으로 가정 안에서 사랑의 일치를 육성하고 부부의 영성과 가정의 영성을 발전시키는 데에 특수한 도구가 되기 때문이다. 묵주기도를 바칠 때에 관련 성서 구절을 봉독하고 묵상하는 등 여러 방법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25. 가정 교회는 그리스도의 왕직을 수행한다. 이는 하느님과 다른 사람들을 위한 사랑과 봉사에 기초한다. 가정 교회는 이 역할을 통하여 우리에게 봉사함으로써 만왕의 왕이 되신 예수 그리스도를 본받는 것이다. 그리스도께서는 자신의 능력을 우리에게 나누어 주시어 우리가 “지금 여기에” 하느님의 나라를 이룩하도록 도와 주신다. 가정 교회 구성원 사이의 사랑은 더욱 확대되어 보편 교회 공동체와 사회 전체에 미쳐야 하며, 교회는 이러한 가정의 사랑을 닮은 인간적이고 형제적인 관계 양식을 발전시켜야 한다. 가정은 그리스도를 본받아 자신이 봉사하는 사람 안에서 하느님의 모습을 볼 줄 알아야 하며,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모든 봉사는 바로 그리스도께 봉사하는 것임을 깨달아야 한다.


 

  가정의 영성과 이상적인 가정의 모습


 

  26. 가정 영성, 곧 가정에서 실현되고 또 가정에서 배워야 하는 영성은 친교의 영성, 제자 직분의 영성, 성찬의 영성이다. 사랑의 친교야말로 혼인과 가정에 가장 잘 어울리는 영성이며, 예수 그리스도의 말씀을 경청하고 실천하는 제자 직분의 영성은 먼저 일상적인 가정생활에서 실현되어야 하고, 부부와 그 가정들은 성체성사를 통하여 기쁨, 희망, 용서, 화해 그리고 힘을 충만하게 얻을 수 있다. 요컨대, 가정은 성자께서 성부와 성령과 함께 이루시는 친교에 참여하고, 성자 예수 그리스도의 완전한 자기 비움과 내어 줌의 가르침을 따르며, 빵과 포도주의 형상으로 우리에게 오시는 예수님을 맞이하여 삶의 중심으로 모시는 터전이며 사랑의 공동체이다.


 

  - 생명을 존중하는 공동체


 

  27. 가정의 기본 임무는 생명에 봉사하는 것, 창조주의 첫 강복을 역사 안에서 실현하는 것, 곧 출산을 통해서 하느님 모상을 사람에게서 사람에게 전달하는 것이다. 교회는 인간 생명이 나약하고 고통을 당할지라도 언제나 선하신 하느님의 훌륭한 선물이라고 굳게 믿고 있다. 세상이나 인생에는 살아갈 만한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는 염세주의와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이기주의에 대항하여 교회는 생명의 삶을 지지한다. 생명은 그 자체가 소중하고 고귀한가 하는 물음에 대하여 교회는 ‘그렇다’고 대답하며, 생명에 대하여 해악과 음모를 꾸미는 자들에게서 인간과 세상을 보호한다. 그리스도인 가정은 낙태를 비롯한 안락사, 인공 수정, 인간 복제 등 반생명적 행위를 단호히 배격하여야 하며, 자녀 교육에서도 올바른 생명관을 가르치고 반생명적 행위를 피하도록 반드시 가르쳐야 한다.


 

  - 신앙을 전수하고 전달하는 공동체


 

  28. 새로운 생명의 잉태와 더불어 부모는 하느님의 창조 사업에 동참하며, 자녀 교육으로 완성을 향해 나아간다. 그리스도인에게 가장 훌륭한 유산은 두 말할 나위 없이 신앙이다. 이 신앙을 자녀 스스로 알아서 하도록 방치하거나 “종교는 자유”라는 식으로 무슨 종교를 믿든 방관하는 태도를 가져서는 안 된다. 신앙 교육은 기도를 바탕으로 한 신앙생활의 모범으로부터 시작되며, 특히 가족 공동 기도는 중요하다. 이상적인 그리스도인 가정이란 가족이 함께 기도하는 가정이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그리스도인 가정의 위기는 ‘바쁘다, 피곤하다’는 핑계로 가정에서 공동 기도가 사라져 버렸기 때문에 오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흔히들 가정 기도라고 하면 거창한 그 무엇을 생각하기 쉽지만, 자연스럽게 하루의 생활을 서로 반성하면서 좋은 것은 하느님께 감사하고, 잘못된 것은 서로 용서하고, 다시 거듭하지 않겠다는 결심을 하는 것으로도 훌륭한 가정 기도가 이루어진다고 본다. 더욱이 가족이 함께 성서를 읽고 묵주기도를 바치며 그 안에서 성모님의 눈으로 예수 그리스도를 바라보며 하느님을 만나는 것은 더 없이 필요하고 아름다운 일이다.


 

  - 대화하는 공동체


 

  29. 부모와 자식 사이의 갈등, 고부간의 불화 등 가족간의 불일치는 대화 부족에서 오는 경우가 많다. 대화를 통한 충분한 의사 교환 없이 변화 또는 어떤 행동을 강요하는 것은 가족 관계의 단절로 이어질 수 있다. 반대로, 가족 불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정은 대화를 통하여 건강한 가정으로 거듭 날 수 있다. 다만, 자녀들은 입시 공부와 과외 공부, 부모는 직무 수행에 따른 늦은 귀가 때문에 서로 얼굴을 맞대고 음식을 함께 나누며 이야기할 시간을 내기 어려운 현실이므로, 각 가정에 적합한 가족 대화 방법을 찾아내려는 의지와 찾아낸 방법을 실천하려는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예를 들면, 대화가 가장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수 있는 때와 장소는 가족 공동 식사이므로, 요일을 정하여 집에서 또는 밖에서 가족이 함께 친교와 대화의 시간을 갖는 것도 좋은 방법이겠다. 또한 본당 사목자의 중재 역할과 소공동체의 활성화도 의사 소통의 부족에서 오는 가정 문제의 해결에 이바지할 수 있을 것이다.


 

  - 복음을 믿고 삶으로써 선포하는 공동체


 

  30. 그리스도인의 가정은 자신의 신앙 성숙 노력과 더불어, 자신이 받아들인 복음을 선포하는 공동체가 되어야 한다. 가정 밖으로 나아가 적극적으로 복음을 선포함으로써, 더욱 성숙한 가정 교회가 되며, 자신의 예언직을 완수하게 된다. 또 버림받은 아이를 입양한다든지, 장애인이나 무의탁 노인을 위한 사회 복지 시설에서 가족 봉사를 하는 것은 아름다운 사랑의 실천이며 온 몸으로 복음을 선포하는 이상적인 그리스도인 가정의 모습이다.


 

  - 죽음을 아름답게 맞이하는 공동체


 

  31. 세상에 태어난 사람은 누구나 죽는다. 죽음은 그리스도인은 물론 모든 사람에게 아주 중요한 사건이자 인간 행위이다. 죽음을 맞는 임종자에게는 인간의 나약한 면모가 잘 나타난다. 아무리 굳은 믿음을 가지려고 해도, 죽음 앞에서는 좌절과 공포와 의혹의 소용돌이 속에서 번민하게 된다. 그리스도인 가정은 구성원의 죽음을 잘 준비시켜 줄 의무가 있다. “죽음의 준비”란 인간의 한계에서 오는 자포자기가 아니라 지난 생애를 돌아보고 반성하며 하느님을 만날 희망, 부활의 희망으로 삶을 잘 마무리하는 것이다. 이상적인 그리스도인 가정은 인생의 종점에 다다른 구성원이 온 가족의 따뜻한 사랑과 배려 속에서 죽음을 맞이할 수 있도록 하는 최선의 도움을 주는 곳이어야 한다.



 


제2장 무너져 가는 우리나라 가정



 


  32. 그 동안 한국 역사에서 사회와 가정을 유지해 온 종교적 사회적 신념들이 힘을 잃으면서, 혼인과 출산을 삶의 ‘필수 요소’가 아닌 ‘선택 사항’으로 여기는 경향이 높아지고 있다. 혼인의 유대는 ‘천생연분’(天生緣分)이라기보다 인간적 판단에 따라 얼마든지 맺고 풀 수 있는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져 혼인 없이 동거하거나 이혼이 늘어나고, 이에 따른 가정 해체 현상은 자녀 부양과 교육, 노부모 봉양 등의 문제와도 맞물려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되고 있다.
 
  혼인에 대한 인식 변화


 

  33. 최근 혼인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확산되고 독신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 물론 전체 인구 가운데 독신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적으며 앞으로도 대부분 사람이 독신보다는 혼인을 선택할 것이다. 그렇지만 혼인하지 않는 사람도 계속 늘어날 것이며, 독신도 하나의 삶의 형태로 자리 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34. 혼인이 남녀의 자유로운 동의 아래 이루어지는 영속적 결합이고 사회적 행위라고 한다면, 동거는 남녀의 합의로 이루어지기는 하지만 영속성이 결여된 개인적 행위다. 이러한 동거 관계는 독신 남녀가 일정한 목적을 가지고 일정한 기간 함께 사는 형식이다. 또 어떤 사람은 이혼의 가장 큰 요인 가운데 하나가 상대방의 성격 등에 관한 정보의 불확실성이라면서, 혼전 동거를 통해 서로에게 필요한 정보 수집의 기회를 얻으므로 이러한 동거가 바람직한 결혼 생활에 이바지하고 이혼을 예방할 것이라고 보기도 한다. 그러나 혼전 동거 경험이 없는 사람들보다 혼전 동거 경험이 있는 사람들의 이혼율이 더 높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35. 우리나라의 이혼율이 계속 올라가고 있다. 인구 천명당 이혼 건수를 가리키는 조이혼율이 늘어났다고 한다. 이혼 증가의 원인은 부부간의 성격 차이, 경제 문제 그리고 자기중심적인 삶의 지향 등 가치관 변화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이제 이혼은 주체자의 적극적 행위로 인식되고 있다. 또 결혼한 지 10년 이내에 이혼하는 경우가 가장 많기는 하지만, 4년 이하는 크게 감소하는 반면, 20년 이상 동거부부의 이혼은 상당히 증가하였다. 또 자녀 양육을 회피하는 부부도 의외로 많다고 한다.


 

  자녀 교육에 심각한 문제


 

  36. 이혼은 단지 부부 두 사람이 갈라서는 것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혼인으로 맺어진 가정을 해체한다. 가정 해체의 최대 피해자는 자녀, 특히 미성년 자녀이다. 버림받은 아이들의 분노와 사회에 대한 불만, 증오 등으로 이들의 행동이 탈선과 범죄로 이어지기까지 한다. 또한 전문가들에 따르면 피해 어린이들의 50% 이상이 우울증과 같은 정서 장애, 학습 장애 등에 시달리며 사회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한다.


 

  37. 핵가족에서는 아이에게 영향을 줄 만한 어른이 부모밖에 없으므로 부모의 자녀 교육은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그러나 유치원부터 시작하여 교사들이 담당하는 교육의 비중이 커짐으로써 교육이라는 측면에서 부모의 권위는 크게 약화되었다. 자녀 교육이 가정의 테두리 밖에서 이루어지고 부모가 자녀 교육을 주로 외부에 의존하기 때문에 자녀의 인성에 심각한 결함을 초래하게 된다. 오늘날 도시의 많은 가정들의 생활은 하숙집을 방불케 한다. 아버지는 가족의 생계를 위하여, 학생은 입시 경쟁에서 탈락하지 않으려고, 어머니는 가계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자 집을 떠나 있는 시간이 많고, 부모가 자녀와 함께 있으면서 교육할 수 있는 기회가 매우 부족한 경우가 많다. 
  “가정은 없고 학교만 있다.”라는 말은 가정의 교육 기능이 제대로 발휘되지 않음을 가리킨다. 청소년들은 공부를 한다는 명분으로 가정의 바깥에서 방황하고 있는 “부모 있는 고아”들인 셈이다. 가정이 제 역할을 다해야 교육이 바로서고, 아이들에게 흔들림 없는 가치관을 심어 줄 수 있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38. 자녀를 많이 낳으면 든든하고 큰 보람이고 자랑거리가 되던 예전과는 달리 오늘날 출산에 대한 생각들이 많이 변했다. 이른바 딩크족(DINK: Double Income No Kids)이라 불리는 부부들은 자신들이 즐길 수 있는 시간을 자녀를 낳고 기르는 일로 빼앗긴다는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다. 부부 생활 자체가 자녀 없이도 얼마든지 가능한 것이고 자녀를 갖는 것은 경제적 부담을 가중시킨다는 현실적 이유로 ‘효용’을 따지고 ‘비용’을 따져보아 자녀냐 돈이냐를 선택하기도 한다. 이렇게 자녀를 낳지 않으려는 태도와 더불어 자녀가 단순히 성관계의 결과로 생기는 것이라는 인식 등 자녀의 가치를 부부생활의 단순한 이해 관계로 보기도 한다. 그래서 자녀의 인격적 성숙에 책임 있게 참여해야 할 의무를 쉽게 망각하는 부모들이 있다. 반대로 자녀에 대한 부모의 지나친 간섭, 특히 학업 성적에 대한 부모의 지나친 간섭은 또 하나의 문제이다. 오늘날 물질주의적 경향 때문에 학교 교육이나 직업을 사회적 출세의 수단으로만 보는 사람들이 많다. 이러한 생각을 가진 부모들은 자녀를 독립 인격체로 보기보다는, 자녀가 우수한 성적과 사회적 출세로 자신들의 희망을 이루어 주기를 바라며 자녀에게 지나친 부담을 주기도 한다.


 

  아버지의 가정 내 역할 위축


 

  39. 전통적 가족 규범의 성별 역할 구분에서는, 남성이 가장으로서 사회적 노동을 통해 가족 생계를 책임지고 그 권위를 통해 ‘가장’이라는 이름으로 가족을 통제해 왔다. 그러나 오늘날 고도의 대중 소비 사회로 진행하면서 일부 상류층을 제외한 중산층 가정에서도 가장의 수입만으로는 높아지는 소비 수준을 감당하기가 어려워지게 되고, 이것은 결국 가장 혼자서 생계의 책임을 지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게 됨을 의미한다. 또한 외환 위기에 즈음하여 일반화되기 시작한 기업들의 구조 조정이나 명예퇴직 등의 현상은 아버지의 가정 내 지위에 급속한 변화를 가져온 주요 요인이 되었다. 가족들은 매일 아침 일터에 나가 저녁에 들어오던 아버지와 남편이 온종일 집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에 익숙하지 않고, 남성들은 오랜 세월 가정 밖에서 사회생활을 하느라 가족들과 정서적 유대를 가질 여유가 없었기에 친밀함을 회복하기가 쉽지 않다. 그리하여 가족들과 깊은 갈등을 겪는 남성들이 상담소를 찾는 사례가 늘고 있다.


 

  맞벌이 가족


 

  40. 사회 경제적 변화는 부부들의 맞벌이를 강요하게 되었다. 맞벌이 부부의 증가 추세에 따라 전통적으로 부부에게 달리 부여된 성 역할도 변하고 있다. 부인도 가족의 생계 책임을 분담하고 남편도 가사와 육아를 분담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맞벌이 가족은 기혼 여성의 취업에서 비롯되므로 여성들의 노동 환경이 중요하다. 그러나 기혼 취업 여성들의 상당수가 저임금, 미숙련의 불안정한 직종에 편중되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들은 상대적으로 낮은 임금을 받고 장시간의 강도 높은 노동에 시달린다. 특히 저소득층의 여성들은 결혼하여 가정에서만 안주할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저소득층의 맞벌이 가족에서 여성은 경제적 자립이나 생활수준 향상은커녕 현실적으로 절박한 생계유지 수단으로 절대적 빈곤을 탈피하려고 취업을 한다. 맞벌이 가족의 가장 큰 문제로는 자녀 양육과 교육 문제를 들 수 있다. 맞벌이 부부는 자녀를 시부모나 친정부모에게 맡기건 보육시설에 보내건 부모들이 심각한 고민과 갈등을 겪는 경우가 많다.


 

  인구의 고령화와 노인층의 외로움


 

  41. 효도(孝道)를 백행(百行)의 근본으로 여겼던 우리나라에 산업 사회가 도래하고, 생활의 개선과 의료 기술의 발달, 아파트 생활로 분가와 핵가족화가 진행됨에 따라 노부모의 봉양 문제가 발생하게 되었다. 이러한 사회 변화로 사회의 경제 노동력 수급 불균형, 경제 활동 인구 감소, 노령 인구 증가에 따른 젊은 세대의 사회적, 경제적 복지비용 부담 증가 문제를 비롯해 노인층에 대한 여러 문제가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특히 결혼한 자녀들의 부모 모시기 기피 현상과 핵가족화 그리고 이혼 증가 현상으로 말미암아 의지할 곳도 갈 곳도 없는 노인들이 적지 않다. 생활고와 극심한 소외감으로 현실을 비관한 노인들의 자살 증가 또한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올랐다.


 

  날로 늘어나는 가정 폭력


 

  42. 가정은 모든 구성원이 서로 사랑하고 의지하며 삶의 희망과 힘을 얻을 수 있는 안식처로 인식된다. 그런데 적지 않은 폭력과 학대가 가정 내에 존재하고 있다. 이것은 가정 안에서 힘을 지닌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 행하는 폭력으로, 흔히 남편이 아내에게, 부모가 자녀에게, 자식이 노부모에게 행사하는데, 이러한 가정 폭력을 우리 사회는 이제까지 가정 내의 문제 내지 개인적인 문제로 여기고 드러내는 것조차 꺼리는 경향이 있었다. 그러나 이제 가정 폭력 문제는 개인적 차원을 넘어 사회적 문제이며, 범죄로 취급될 정도로 심각한 문제가 되었다. 가정 폭력은 신체적 폭력뿐 아니라 언어적, 정서적, 경제적, 성적 폭력 등 온갖 형태의 폭력을 포함한다.


 

  동성애


 

  43. 동성애자란 동성에 대해 주목할 만한 정도로 감정적, 정서적, 신체적, 성적으로 이끌리는 사람을 말한다. 요즘 동성 결합에 남녀 혼인과 동일한 법적 지위를 부여하는 것에 관한 논쟁이 세계적으로 일고 있다. 그러나 동성 결합자들은 아이를 낳지 못하므로, 가정의 본질적 기능을 수행할 수 없다. 그들의 자녀 입양 욕망은 자연법에 위배된다고 할 수 있다. ‘과연 동성 부부가 입양아에게 바람직한 본보기 노릇을 할 수 있겠느냐?’는 물음이 제기된다.
  동성애 행위는 인간이 남성과 여성으로 창조되고 혼인을 통해 부부가 한 몸이 된다는 성격에 위배된다.


 

  44. 이러한 인간 존엄에 위배되는 행위는 용납되어서는 안 되겠다. 교회는 공식적으로 “동성애자들도 언행과 법률 안에서 언제나 존중되어야 할 모든 인간의 천부적 존엄성을 지니고 있다.”고 가르치고 있으며, “그리스도교 공동체 전체가 …… 그 형제자매들을 소외시키지 말고 도와 주도록” 요청함으로써 그들과의 우애를 증진시키는 일 등 다양한 노력을 필요로 하고 있다. 또 인간의 성에 대한 교리 교육 프로그램에 동성애 문제를 특별히 포함시키고, 동성애자들의 가정에 대한 특별한 관심을 가지도록 당부하고 있다.


 


제3장 사목적 대안


 


  I. 바른 가정 교육


 

  성(性)과 생명 교육은 부모의 몫


 

  45. 현대의 청소년들은 인간의 성을 일상적인 것으로 표현하는 문화 안에 살고 있다. 이 문화는 인간의 성을 단지 육체와 이기적 쾌락에만 연관시키면서 의미를 축소시켜 드러내는 경향이 없지 않으므로, 부모의 교육 활동은 성 문제에서 진정으로 완전한 인격적 훈련을 꿋꿋하게 지향해야 한다. 성은 인간 전체, 곧 육체와 감성과 영혼을 풍요하게 하며, 인간을 사랑의 선물로 만드는 데에서 그 가장 심오한 의미가 나타남을 알려 주어야 한다. 생명의 존엄성을 일깨우는 성교육은 우선적으로 가정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가정은 ‘한층 더 풍요로운 인간성을 길러 내는’ 최초의 학교로서 자녀들이 까다로운 문제들을 마음의 상처 없이 받아들일 수 있게 하고, 그러한 문제들을 균형 있고 풍요로운 인격 안에 조화 있게 통합시킬 수 있게 만들어 주는 적합한 곳이기 때문이다.
  교육은 부모의 기본 권리이고 의무이기 때문에, 가정과 교육 기관에서 언제나 부모들과 긴밀한 협력을 이루는 가운데 실시되어야 한다. 이와 관련하여 교회는 보조성의 원리를 재확인하며, 학교는 부모와 함께 같은 정신을 가지고 성ㆍ생명 교육에 협력할 때에 올바른 양육이 가능하리라고 확신한다.


 

  46. 교육은 인간의 성적 차원과 도덕적 가치관의 밀접한 관련성 안에서 도덕 규범에 대한 지식과 존경심을 어린이에게 전수해야 한다. 왜냐하면 도덕 규범은 인간의 성ㆍ생명과 관련하여 책임 있고 인격적 성숙을 달성하는 데에 필수적이고 가치 있는 보장이라고 인정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교회는 도덕 원리와는 무관한 성 지식을 보급하는 것에 강력히 반대한다. 그러한 지식은 순진한 어린이들에게 죄악의 길을 열어 주고, 침착성의 상실을 가져오며, 쾌감과 충동에 이끌리는 위험에 노출시킬 염려가 있기 때문이다.
 
  47. 가정의 성ㆍ생명 교육에서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부모의 모범적 생활과 가치관 확립이다. 또 자녀를 너그럽게 받아들일 줄 아는 교육 태도와 무엇보다도 자녀의 모범이 되는 생활을 하여야 한다. 사랑의 공동체인 가정에서 부모는 먼저 자기 증여를 통하여 사랑을 실천하며 부부간의 신의와 헌신으로써 자녀에게 나눔과 일치, 봉사와 협동 그리고 희생의 모범을 보여 주어야 한다. 하느님께 부여받은 부부의 책무인 생명에 대한 봉사는 성의 거룩함을 일깨운다. 부모는 정결 덕의 중요성을 깊이 인식하고 인간의 성을 단지 육체와 이기적 쾌락에만 연관시키지 말고 생명의 존엄성과 성의 의미를 올바르게 이해하여야 한다. 성 개방의 분위기에서 부모는 더 이상 성문제를 금기와 억압 일변도로 다루어서는 자녀의 건전한 성윤리를 기대하기 어렵다. 부모는 청소년 자녀들이 자기 세대의 가치관과는 다른 세상에 살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자녀 세대의 문화를 이해하며 조화를 이루는 가운데 올바른 성ㆍ생명 교육을 실시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성(性)과 생명 교육에서 사목자의 몫


 

  48. 교회는 세례를 통하여 신자들을 탄생시키는 어머니로서 교육의 사명을 그리스도에게서 위임받았다. 그 사명은 복음 선포, 하느님과 이웃과의 완전한 일치, 성찬 전례에 대한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참여 등을 통하여, 그리고 사도직 활동을 통하여 수행된다. 교회 공동체는 생명을 받아들여 그리스도교 윤리에 동화시키고 신자들이 복음을 증언하는 법을 배울 수 있도록 적합한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교회 공동체는 가정의 성ㆍ생명 교육에 협력할 책임이 있으며, 특히 사목자는 신자들에게 성ㆍ생명 교육이 이루어지도록 배려하여야 한다. 성ㆍ생명 교육에 관하여 가톨릭 학교, 본당, 다른 교회 기관들도 모두 가정에 협력하도록 부름을 받았다. 신자들이 세례에 따르는 의무들을 깨닫고 충실히 지키도록 도와야 할 교회의 공동 책임은 신앙 생활의 교회적 성격에서 나온다. 그러므로 사목자들은 이 가정 사목을 위해서 시대에 걸맞고 깊이 있는 준비를 하여 가정을 위해 아버지ㆍ형제ㆍ목자ㆍ스승으로서 간단없이 봉사해야 하고, 은총으로 그들을 돕고 진리의 빛으로 그들을 깨우쳐 주어야 한다.


 

  부모가 할 혼인 교육


 

  49. 사랑과 자기 증여에 대한 교육은 부모가 자녀에게 혼인 교육을 시킬 때에 빼놓을 수 없는 필수 요소이다. 정결 교육 또한 필수적이다. 정결은 인간의 진정한 성숙을 개발시키고 육체적 “결혼의 의미”를 존중하고 육성하게 하는 미덕이기 때문이며, 혼인성사의 준비를 위한 사목적 배려로서 먼 준비와 중간 준비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또한 그리스도인 부모는 하느님의 부르심의 징표를 식별하면서, 인간의 성이 의미하는 최상 형태의 자기 봉헌이라고도 할 수 있는 동정 또는 독신에 관한 교육에 특별한 관심과 주의도 쏟을 것이다.


 

  사목자가 할 혼인 교육


 

  50. 혼인 준비 단계나 기간은 엄밀히 정해져 있지는 않다. 그러나 시기적으로 ‘먼 준비’와 ‘중간 준비’ 그리고 ‘가까운 준비’로 나누어 볼 수 있다.


 

  - 먼 준비


 

  51. 먼 준비는 유아기, 아동기, 청소년기를 포함하며 무엇보다도 가정과 학교 그리고 가정에 유익한 도움을 주는 교육 주체들에 의해서 이루어진다. 이 기간은 인간 상호 관계에서든 사회적 관계에서든 참된 인간 가치에 대한 존중을 전달하고 가르치는 시기이다. 이와 함께 이 기간에는 성격, 자제심, 자부심의 형성을 위해 자기 성향의 올바른 사용과 이성(異性)에 대한 존중을 가르쳐야 한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가정 교서?에서 교육 임무를, 인간은 진리와 사랑 안에서 살도록 부름 받고 있다는 점과 모든 사람은 아낌없이 자기를 내어 줌으로써 자기 완성을 발견한다는 두 가지 진리로 제시하고 있다. 그러므로 자녀교육은 새 생명을 기다리고 환영하는 분위기에서 출산부터 특히 태내의 아기와 나누는 부모의 애정어린 대화를 통하여 시작된다. 이것은 유아기에도 계속되는데, 왜냐하면 교육은 “무엇보다도 먼저 부모 양편의 상호 ‘증여’이며, 부모는 그들 자신의 성숙한 인간성을 새로 태어난 아기에게 함께 전달해 주기”(16항) 때문이다.


 

  52. 먼 준비는 젊은이들이 자신들의 주변 환경에 대한 비판 능력과 세상에 살면서도 세상에 속하지 않는 법을 아는 사람들의 그리스도인다운 용기를 얻도록 도와 주어야 한다. 교육을 통해 젊은이들이 죄의 영향과 수많은 사회적 압력에 맞설 수 있도록 비판 의식을 길러 주어야 한다. 그리스도인 가정들이 보여 주는 그리스도인다운 삶의 양식은 그 자체로서 하나의 복음화이며 먼 준비의 토대이다. “부모는 자녀의 최초의 교육자요 가장 중요한 교육자입니다. 그리고 부모는 또한 교육 분야에서 근본적인 역량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들은 부모이기 때문에 교육자이다.” 이러한 교육 임무에서 부모들은 적절하고 합당한 지원을 받아야 한다. 이러한 지원 형태 가운데 그리스도교 교육의 첫 번째 장소로 꼽힐 수 있는 곳이 본당이다. 그리고 청소년 교육 과정에서 특히 중요한 것은 홍보 매체 수단이다. 이러한 수단은 사회 안에서 가정 선교를 긍정적으로 도와 주어야지 어렵게 해서는 안 된다. 특히 사목자들은 혼인 준비에 도움이 되는 주제들을 강조하고 부각시키기 위하여 미사 강론과 여러 다른 형태의 복음화, 개인적 만남, 그리스도교적 투신 방법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약혼 전(前) 기간에 계속적인 청소년 교육을 위한 수단과 방법을 위해 가정은 본당과 기관, 여러 형태의 단체들과 연계하여 책임 있는 사랑이 육성되는 건전한 사회 분위기를 만드는 데 도움을 준다. 이 모든 것은 “인간 생태계”의 일부이다.


 

  53. 가정은 인간 생활의 기본 바탕이요, 신앙의 요람이다. 집안의 신앙 교육은 부모들이 자녀들과 함께하는 삶과 시간 속에서 효과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 예컨대, 부모들이 일주일에 한 번만이라도 시간에 쫓기지 않고 자녀들과 단란하게 둘러앉아 식사를 하거나 자연 속을 거닐며 대화를 나눌 때에 자녀들의 육체적 정신적 굶주림을 채워 줄 뿐 아니라 신앙심을 키워 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


 

  54. 많은 학자들은 이구동성으로 일치하여 신앙 형성의 촉진은 가정 환경의 종교적 분위기와 부모의 모범적 신앙생활에 달려 있다고 말한다.
  첫째, 심리적으로 건전하고 균형 있는 가정환경이어야 한다. 자녀는 안정감, 도움, 인정을 받으려는 자연적 욕구가 강렬하며 이 욕구는 부모로부터 성취된다. 그러므로 가정 안에서 행복감이나 감사의 정을 체험하지 않고서는 종교적 갈망이 있을 수 없다. 인간은 열등감 또는 자신에 대한 불안감을 갖고 있으면 근본적으로 다른 사람을 사랑할 수 없고 다른 사람을 믿지 못한다. 곧 가정 안에서 부모로부터 차별 대우를 받는다든지 공평치 못하다는 느낌을 가질 때, 자녀는 하느님이 공평하다는 것을 믿지 못하고, 부모가 믿는 종교나 교회의 일에 대해서 경원시하며 자신의 종교적 자세에서 많은 탈선이 일어날 수 있다.
  둘째, 부모의 모범적 균형적 신앙생활이 중요하다. 가정의 종교적 분위기는 부모의 모범적 신앙생활로 이루어진다. 오늘의 가정은 그러나 예처럼 신앙생활을 가정의 중심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아침, 저녁기도, 미사 참례, 각종 교회 예식이나 일보다는 건강을 위한 운동, 취미 생활을 위한 오락, 직장 등에 더 관심을 갖고 있다. 이러한 현대의 여러 가지 어려움들은 가정의 정상적인 생활 리듬을 깨뜨리며 한 가족이 함께 모여 기도할 시간을 마련하지 못하도록 한다. 신앙 교육이란 교리 지식의 전달이 아니라 생활의 증거를 통해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부모는 자녀의 신앙 교육의 첫 교육자로서 말과 행동과 생활을 통해서, 곧 항상 친절하고 이웃을 사랑하고 정의롭고 책임감이 강한 모습을 자녀들에게 보여주어야 한다.
  셋째, 가정의 신앙 생활 체험은 자녀에게 신앙심을 더욱 견고케 하고 교회 공동체에 대한 소속감을 확고하게 하며, 유아기에 이러한 특징적인 인상은 성장한 후에도 지울 수 없는 기억으로 남아 있게 된다. 이러한 예는 공동 기도, 식사 전후 기도, 교회 전례 주기에 따른 여러 가지 종교적인 일들을 가정에서 꾸리는 것(대림환 만들기, 성탄 구유 꾸미기, 성탄 트리 장식, 부활 계란 만들기) 등을 들 수 있다.
  넷째, 가정과 본당의 긴밀한 유대 관계가 필요하다. 어린이는 가정생활의 여러 가지 요인에 따라 종교적으로 형성되며 곧이어 교회 생활에 들어간다. 거기에서 교회 공동체는 특수한 체험의 완성으로서 종교적 가치들에 관계되는 아주 잘 묘사된 사회 실재로서 나타난다.
  다섯째, 교리교육에 대한 부모의 적극적 관심이 필요하다. 부모들은 교리교육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적극적인 관심과 후원을 아끼지 말아야 되고 자녀 교육에 대한 가치 기준의 변화가 있어야 한다. 입신 출세주의, 진학 제일주의 가치관에서 풍요로운 인간 형성을 위한 교육, 곧 교리교육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교리교육은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