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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처2006년 성서주간 담화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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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무처관리자 작성일06-11-01 00:00 조회5,40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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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성서 주간 담화

깊이깊이 말씀 속으로:
“우리 마음이 타오르지 않았던가!”(루카 24,32)

  친애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한국 천주교회가 특별히 성서 주간을 정해 신자들이 성경을 올바르게 읽고 가까이 함으로써 더 깊이 하느님 말씀에 맛들일 수 있도록 성서사도직 활동을 전교회적으로 펼친 지도 벌써 20년이 지났습니다. 그동안 주님의 풍성한 은혜 속에서 말씀의 단맛을 느끼며 우리의 삶을 하느님께 봉헌할 수 있었던 것에 감사드립니다. 지난 몇 해 동안 성서사도직 활동 중에서 두드러진 활동들로 성경통독과 성경쓰기 운동을 꼽을 수 있을 것입니다. “성경을 모르는 것은 그리스도를 모르는 것이다.”라고 하신 예로니모 성인의 말씀처럼 진정으로 그리스도를 만나고 싶으면 성경을 더 가까이 하고 읽어야 합니다. 하느님 말씀을 마음속 깊이깊이 새겨야 합니다. 우리 자신이 깊이깊이 말씀 속으로 들어가 하느님을 만나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성서사도직 활동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지난해 새 성경 발간을 계기로 성서 주간의 주제를 ‘말씀의 새로움’으로 정해 새로운 모습으로 우리 가운데 오시는 말씀을 영접했습니다. 올해는 한걸음 더 나아가 <깊이깊이 말씀 속으로>라는 주제로 우리 모두가 말씀에 더 깊이 맛들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하느님의 말씀은 능력과 힘이 있으시어 단 한마디 한 줄이라도 헛되이 쓰일 수 없으며 그저 헛바람처럼 지나가지 않습니다. 하느님의 말씀은 모든 피조물 가운데 살아 있으며 항상 우리를 진리의 길로 부르고 계십니다. 하느님을 아는 것은 이 말씀을 듣는 데서 출발합니다. 하느님의 말씀은 잡담도 아니고 유머도 아닙니다. 그렇다고 학술서적의 서문도 아니며 잡지의 기사가 될 수도 없는 진리의 책입니다. 지식은 암기하고 해설을 공부해서 머릿속에 정리하고 넣을 수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성경을 사회과학의 지식처럼 생각해서 암송한다고 해서 하느님을 알게 되는 것이 아닙니다. 성경은 우리 신앙인의 삶의 지표로써 윤리적 의미 이상의 가치를 가지고 있습니다. 성경은 생명의 말씀을 담고 있습니다.

  우리가 이 생명의 말씀을 어떻게 접하고 생명의 양식으로 삼고 살아가는가 하는 것이 성서사도직 활동의 과제가 될 것입니다. 현재 한국 교회의 성서사도직 활동은 참으로 역동적이고 그 모습 또한 다양합니다. 이처럼 생명의 말씀 전파를 소명으로 여기며 살아가고 있는 성직자, 수도자, 평신도가 많은 것은 교회의 희망이 아닐 수 없습니다. 개인이든 단체든 서로간의 유기적인 관계를 형성하고 다양성 속에서 조화를 이루고 일치를 이루는 아름다운 모습을 발전시켜 나가야 할 것입니다. 말씀이 사람이 되시어 우리 가운데 살아 계시듯이 말씀의 봉사자들이 먼저 말씀으로 기쁘게 사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면 이를 보고 다른 사람들도 깊이깊이 말씀 속으로 들어가게 될 것입니다. 
  
  모든 신앙인은 생명의 말씀이 담긴 성경을 삶의 길잡이로 받아들이고 다양한 응답을 해야 합니다. 우선, 하느님 말씀을 들어야 합니다. ‘들어야 믿는다.’는 격언처럼 우리는 귀로, 눈으로, 입술로, 그리고 마음으로 하느님 말씀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다음으로, 받아들인 주님의 말씀을 진실한 행동과 실천으로 증거해야 합니다. 예수님께서 사랑을 말씀하셨고 그 사랑의 징표로 십자가를 지셨습니다. 예수님은 가르치신 말씀 그대로 우리에게 모범을 보여주신 것입니다. 이제 우리는 하느님 말씀의 성취를 위해서 ‘말씀’을 잉태한 성모님처럼 살아야 할 것입니다. 잉태라는 것은 그저 생각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신체적으로, 사회적으로, 마음으로 완전히 달라진 상태 즉 전인적인 변화가 생기게 된 사건이 바로 잉태입니다. 예수님을 받아들이면서 성모님은 완전히 다른 삶을 살게 되었습니다. 주님의 어머니로 특히 수난하시고 죽으시고 부활하시는 예수님 어머니의 삶이 기다리고 있었던 것입니다. 예수님의 탄생 예고 사건으로 성모님은 하느님을 향한 전인적인 순종을 체험하시고 말씀을 받아들였으며 모든 인생을 하느님 중심으로 살게 된 것입니다. 말씀을 받아들인다는 것은 바로 성모 마리아가 되는 것입니다.

  친애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이번 성서 주간을 지내면서 우리 모두 깊이깊이 말씀 속으로 들어가는 신앙인이 됩시다. 예수님을 잉태한 성모님처럼 우리 삶이 완전히 바뀌는 인생을 만들어 갑시다. 우리 주위의 사람들이 우리 삶의 표지들을 보면서 예수 그리스도의 삶을 발견할 수 있도록 변화된 그리스도인이 됩시다. 이것이 바로 말씀의 은혜가 될 것입니다.

  “길에서 우리에게 말씀하실 때나 성경을 풀이해 주실 때 속에서 우리 마음이 타오르지 않았던가!”
   (루카 24,32)


2006년 11월 26일 그리스도왕 대축일에
주교회의 성서위원회
위원장 권 혁 주 주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