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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보국제14회 생명의 날 담화문 - 주교회의 생명윤리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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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08-05-09 00:00 조회4,62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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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회 생명의 날 담화문


생명의 존엄성 회복을 위하여


  하느님으로부터 받은 인간 생명의 존엄성을 거듭 확인하고, 이를 선포하기 위해 교회가 제정한 열네 번째 생명의 날을 우리는 우울한 마음으로 맞이합니다. 오늘날 우리 사회 안에 하느님께서 주신 생명의 존엄성을 보존하고 지키기보다는, 다양한 모습으로 그 존엄성을 파괴하고 훼손하려는 죽음의 문화가 확산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인간 생명의 존엄성을 파괴하고 침해하는 일부 생명공학의 무분별한 실험과 조작에 대해 우리는 우려를 표명합니다. 국민의 생명을 지키고 보호해야 할 책무를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국가의 법률적이고 재정적인 지원을 받아 이러한 실험과 조작을 허용하는 입법화가 시도되고 있다는 소식도 듣게 됩니다. 우리의 염려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생명을 파괴하는 일부 생명공학의 실험과 조작은  우리 사회의 일부 계층의 광범위한 지지와 참여를 유도해 내려는 의도를 숨기지 않고 있습니다.

  오늘날 과학 기술의 발전과 그 결과는 인간 생활 전 영역에 걸쳐 나타나고 있습니다. 특히 생명공학의 발전으로 가능해진 새로운 영역들이 인간 생명의 존엄성에 대한 새로운 위협들로 나타나고 있으며, 인류의 미래에 대한 위협을 부채질합니다(「생명의 복음」4항 참조). 이로 인해 인간 생명의 존엄성이 과학 기술에 따른 효율성, 기능성, 유용성이라는 가치 기준으로 대체되고, 인간 생명에 대한 기술적 개입과 조작이 정당화되어 인간 생명의 존엄성에 대한 파괴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이러한 현상을, 우리사회가 물질적 가치에 영혼을 빼앗겨 생명이신 하느님을 잃어가고 있는 현상으로 파악합니다. 또한 이러한 현상은 하느님에 대한 믿음의 실종으로 이어져, 현대 사회를 실천적 유물론(「생명의 복음」23항 참조)이라는 또 다른 형태의 무신론의 영향권 아래 예속시키고 있음을 확신합니다.

  우리는 생명의 기원이 하느님이라는 사실을 믿으며, 생명이 인간의 능력이나 기술로써 생겨난 것이 아니라 전능하신 하느님의 창조적인 힘을 통해 나타나는 절대성을 함축하고 있음을 믿습니다. 그래서 생명은 살아 계신 하느님의 존재를 의미하기에 생명은 인간이 결코 침해할 수 없는 신비로운 영역에 속하는 것임을 그리스도교 신앙은 고백합니다. 그러므로 인간 생명의 존엄성을 파괴하거나 거부하는 일부 생명공학은 바로 하느님에 대한 부정에 기초하고 있으며, 그것은 곧 새로운 형태의 무신론이라고 규정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인간의 생명을 해치는 이러한 형태의 무신론을 단호히 배격하며, 인간 생명의 존엄성을 수호하는 것이 우리에게 위임된 사명임을 단언합니다. 특히 근래에 베네딕토 16세 교황께서 언급한 현대의 7대 죄악 중에도 ‘윤리적 논란을 낳는 과학 실험’과 ‘인간의 존엄성을 해칠 수 있는 유전자 조작’이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에 우리는 주목합니다.
 
  생명 공학은 먼저 인간 생명의 존엄성을 지키고 보호하는 것을 목표로 삼아 그 도덕성을 확보해야 할 것이며, 생명 공학은 지금까지 이루어 놓은 눈부신 업적에 자만하지 말고 거듭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하는 고뇌를 해야 할 것입니다. 할 수 있다고 해서 무엇이나 해도 되는 것은 아니며, 할 수 있음에도 해서는 안 되는 경우를 식별하고 필요할 경우 기꺼이 포기하는 용단을 내릴 때 생명 공학은  우리 모두의 신뢰와 지지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이 시대에 믿음의 삶은 너무나 많은 유혹과 도전을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유혹과 도전은 그리스도인들이 더욱 더 철저한 그리스도인으로서 살 것을 요청받고 있다는 의미로 알아들어야 합니다. 믿음은 복음의 가치와 세상의 가치, 생명의 문화와 죽음의 문화 사이에서 철저하고도 근본적인 선택을 내릴 것을 요청 받고 있습니다. 언제나 생명을 선택할 것을 요청받고 있습니다. 우리가 생명을 버리고 포기하고서 기대할 것이라고는 아무것도 없을 것입니다.

  그리스도인들의 삶은 물질적 성공에 대한 사냥이 아니라 영적 성장의 추구임을 증거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지상에서의 우리의 삶은 다만 보다 더 높은 곳을 향해 나아가는 여정이고, 그 여정의 한 단계일 따름이기에, 우리의 믿음은 물질의 법칙만으로는 충분히 설명될 수 없으며, 물질의 법칙은 삶의 방향마저도 제대로 제시해 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스도인들은 오늘날 이 세상에서 복음의 말씀대로 살기란 쉽지 않다는 구실로 스스로를 합리화해서는 안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