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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보국2008년도 교구장 성탄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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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08-12-24 00:00 조회4,802회 댓글0건

본문

1. 말씀이 사람이 되셨다.(요한 1,14)

친애하는 교형자매 여러분!
   우리는 다시 한 번 요한복음 서두의 이 말씀이 발산하는 엄청난 신비 앞에, 동방박사들과 목동들뿐 아니라 짐승들까지 그랬던 것처럼, 무릎을 꿇게 됩니다. 
   하늘과 땅과 그 가운데 있는 모든 것(창세 2,1), 한 마디로, 우주 전체를 만드신 그 분이 우리와 똑 같은 인간이 되셨습니다.(필립 2,7)
   그리고 인간 측으로 보자면 이 엄청난 사건이 나자렛의 한 처녀 마리아의 몸을 빌어 이루어졌습니다. 나약하고 보잘 것 없는 존재처럼 보이는 우리 인간도 이 큰 일에 한 몫을 한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하느님의 아드님을 세상에 낳아주신  마리아는 확실히 복된 분이십니다.  그래서 한 여인은 예수님을 보면서 외쳤습니다. 당신을 낳아서 젖을 먹인 여인은 얼마나 행복합니까?(루가 11,27). 글자 그대로 번역하면 이
렇게 됩니다. 당신을 배었던 태와 먹여 기른 젖은 얼마나 행복합니까?

그렇습니다.
 마리아는 참으로 행복한 분이십니다. 인간적으로 불가능한 일을 하느님의 능력으로 할 수 있게 된 엘리사벳을 만나, 그보다 더 불가능했던 일이 이루어진 자신의 경험을 확인하며, 마리아께서 기쁨에 휩싸여 부르신 노래에서 우리는 그것을 확인합니다. 내 영혼이 주님을 찬송하며, 나를 구하신 하느님께 이 마음 기뻐 뛰노나니 당신 종의 비천함을 돌보셨슴이요 그 이름은 거룩하신 분이십니다. 이제로부터 과연 만세가 나를 복되다 일컬으리니 능하신 분이 큰 일을 내게 해 주셨기 때문입니다.(루가 1,47-49)

2. 그런데 마리아의 참 행복, 그 기쁨은 그분이 하느님의 아드님을 몸으로 낳아주셨다는 사실에서 오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위의 여인에게 예수님께서 해 주신 말씀에서 우리는 그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지키는 사람이 오히려 행복하다(루가 11,28).
여인이 자기의 몸에 남자의 씨를 받아 아홉 달 동안 잘 간직하면, 그 씨가 자라서 아기가 되듯이, 하느님의 말씀이라는 씨를 받아 손상되지 않게 잘 보호하고 지켜주면 잘 자라 열매를 맺을 것이며, 그렇게 하는 사람이야말로 참으로 행복하다는 뜻입니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씨뿌리기에 관한 예수님의 비유 말씀을 생각하게 됩니다. 하느님 나라는 이렇게 비유할 수 있다. 어떤 사람이 땅에 씨앗을 뿌려 놓았다. 하루 하루 자고 일어나고 하는 사이에 씨앗은 싹이 트고 자라나지만 그 사람은 그것이 어떻게 자라나는지 모른다.
땅이 저절로 열매를 맺게 하는 것인데, 처음에는 싹이 돋고 그 다음에는 이삭이 패고 마침내 이삭에 알찬 낟알이 맺힌다. 곡식이 익으면 그 사람은 추수 때가 된 줄을 알고 곧 낫을 댄다. (마르 4,26-29)  사람은 씨 뿌리는 일밖에 한 일이 없고, 나머지는 땅이 수분과 양분을 공급하고 해가 빛을 주어, 사람 측에서 말하자면, 씨앗은 저절로 자라 열매를 맺고 익히기까지 했기 때문에, 씨뿌린 사람은 거두기만 하면 되는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하느님의 말씀이라는 씨앗을 잘 받아들여 손상되지 않게 간직하고 지켜 주면 나머지는 하느님의 능력으로 열매까지 맺는다는 말씀입니다. 그리고 그런 일은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할 수 있고, 그런 의미로 누구나 마리아처럼 말씀이신 그리스도를 세상에 낳을 수 있는 것입니다.

3. 그런 뜻에서 암브로시오 성인(340-397)은 모든 그리스도인이 하느님의 말씀을 잉태하고 낳는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리스도께서 육체적으로는 한 어머니만을 가지셨지만, 신앙으로는 모든 이가 그분을 낳는다는 것입니다. 어떻게 그런 일이 이루어질 수 있을까? 여기에 대해서는 예수님 자신이 위에 언급한 여인에게 주신 말씀을 통해서 답을 주셨습니다. 그렇습니다. 우리가 하느님 말씀을 외워서 마음 속 깊이 새기고 오래 간직하면, 성령께서 그 깊은 뜻을 깨닫게 해 주시고, 그것이 점점 자라나 열매를 맺게 도와주시는 것입니다. 마리아께서도 바로 그런 뜻에서 그리스도의 어머니가 되셨고, 그분의 참 행복과 기쁨은 바로 거기에서 왔던 것입니다. 천사를 시켜 하느님께서 들려주신 말씀, 일어나는 사건을 통해서 들려주시는 하느님의 말씀 앞에서 마리아가 어떤 태도를 보이셨는지에 관해서 성서는 짤막하면서도 뜻깊은 증언을 전해 줍니다. 마리아는 이 모든 일을 마음 속 깊이 새겨 오래 간직하였다 (루가 2,19).   

말씀의 어머니이신 마리아께서 가신 길은 누구의 삶보다 더 어렵고 곡절이 많은 것이었습니다. 처녀의 몸으로 아기를 가지게 된 일, 약혼자의 의심을 사게 된 일, 어린 예수님을 성전에서 잃어버린 일 사흘만에, 겨우 찾아냈을 때 어린 아들로부터 들으셨던 뜻밖의 대꾸, 다 자라 복음선포 행각에 들어가셨을 때 그 아들이 정신이 돌았다는 소문을 듣고 친척들과 함께 찾아갔던 일, 그리고 무엇보다 십자가에 못박히신 모습을 보아야 했던 일 등은 차라리 그 일을 자신이 당한 것보다 더 참기 어렵고 처참한 경험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일을 겪으시는 그분의 태도는 언제나 같은 말로 표현할 수 있는 것이었습니다. 마리아는 이 모든 일을 마음 속 깊이 새겨 오래 간직하였다(루가 2,19).   

4. 친애하는 교형자매 여러분!
경제 한파에 휩싸여 가는 요즈음, 우리의 삶은 점점 더 힘들고 미래는 불안하기만 합니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어떤 사태 앞에서도 우리를 최선으로 이끌어주시는 하느님에 대한 절대적 신뢰를 가지고 한결같은 모습을 보여 주신 신앙인들이 구름처럼 우리를 둘러싸고 있으며(히브 12,1), 그 맨 앞에 성모님이 계십니다. 특히 힘들 때마다 성모 마리아를 통해 예수님을 바라보며 온갖 무거운 짐과 우리를 얽어매는 죄를 벗어 버리고 우리가 달려야 할 길을 꾸준히 달려갑시다. 그리고 우리의 믿음의 근원이시며 완성자이신 예수만을 바라봅시다. 
그분은 장차 누릴 기쁨을 생각하며 부끄러움도 상관하지 않고 십자가의 고통을 견디어 내시고 지금은 하느님의 옥좌 오른편에 앉아 계십니다(히브 1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