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 전주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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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너희에게 명령한 모든 것을

가르쳐 지키게 하여라.
마태 2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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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대

2020년도 교구장 사목교서 - 내가 너희에게 명령한 모든 것을 가르쳐 지키게 하여라.(마태 28,20)

본문

2020년도 교구장 사목교서

내가 너희에게 명령한 모든 것을 가르쳐 지키게 하여라. .” (마태 28,20)

- 교구설정  100 주년을 향한 새로운 복음화 -
 

 1. 사랑하는 교우 여러분! 

 “하느님 우리 아버지와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에게서 은총과 자비와 평화가 여러분에게 내리기를 빕니다.”(1티모 1,2) 우리 교구는 이미 ‘교구설정 100주년을 향한 새로운 복음화’를 교구의 중장기 목표로 정했고, 그 계획에 따라 지난 2019년 한 해를 성경 말씀에 역점을 두고 신앙생활을 하였습니다. 많은 교우들이 통독하거나 필사하고 혹은 다양한 성경 프로그램에 참여하거나 거룩한 독서를 시행하면서 신앙 쇄신에 크나큰 노력을 기울여주셨습니다. 이에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앞으로도 계속 모든 교우가 신앙의 원천인 성경 말씀에 가까이 하시기를 바랍니다. 이를 통해 우리는 살아 계신 그리스도를 더욱 깊이 만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2. 올해 저는 교회의 가르침을 강조함으로써 우리의 신앙을 더욱 쇄신하고자 합니다. 부활하신 주님께서는 제자들에게 “내가 너희에게 명령한 모든 것을 가르쳐 지키게 하여라.”(마태 28,20) 하고 복음 선포의 사명을 주셨습니다. 이 지상 명령에 따라 교회는 사람들을 끊임없이 가르치고 신앙을 전달하였는데, 여기에는 두 가지 전달방식이 사용되었습니다. 그 하나는 기록된 하느님의 말씀인 성경이고, 나머지 하나는 구두로 전해지는 하느님의 말씀 곧 성전(聖傳)입니다. “성경으로만 모든 계시 진리에 대한 확실성에 이르게 되는 것은 아니기”(계시 헌장 9항) 때문에, 우리는 거룩한 전통도 결코 소홀히 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성전과 성경을 똑같이 경건한 애정과 존경으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이 둘을 바탕으로 신앙을 전달하는 것이 바로 교리 교육입니다. 우리는 교회의 가르침 곧 교리 교육을 통해 하느님의 말씀을 더욱 생생하고 풍요롭게 이해하며 우리의 신앙을 깊게 다질 수 있습니다.

 

 교리 교육의 개념

 3. 사실 교회는 교리 교육을 결코 중단할 수 없는, “가장 중요한 임무 가운데 하나”(현대의 교리 교육 1항)로 여겨왔습니다. 이 교리 교육은 복음화의 맥락에서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습니다. 복음화란 “기쁜 소식을 인류의 모든 계층에 전해 주어 그 힘으로 인류를 내부로부터 변혁시켜 새롭게 하는 것”(현대의 복음 선교 18항)입니다. 그런데 이 복음화는 결코 짧지 않은 과정으로 이루어집니다. 복음화 과정 전체를 크게 세 가지 단계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첫째는 “때가 차서 하느님의 나라가 가까이 왔다. 회개하고 복음을 믿어라.”(마르 1,15)라는 외침처럼 복음을 명쾌하게 선포하고 회개로 초대하는 ‘최초의 선포’(교리 교육의 준비) 단계입니다. 둘째는, 첫 선포를 듣고 회개하여 예수 그리스도께 귀의한 사람들에게 신앙과 그리스도교 생활을 가르치고 그들을 그리스도인 공동체의 일원이 되게 하는 ‘교리 교육’ 단계입니다. 마지막 단계는 세례 이후에 이루어지는 강론과 영성 교육, 신학, 공동체 참여와 성사 거행, 사랑의 실천 등 다양한 형태를 통한 ‘지속적인 신앙 교육’(교리 교육의 결과) 단계입니다(교리 교육 총지침 48항 이하 참조).
엄밀한 의미에서 교리 교육이란 이 복음화 과정에서 가장 눈에 띄는 둘째 단계, 그리스도교 입문에 직접 도움을 주는 예비신자 교리 교육을 의미합니다. 그러나 넓은 의미에서 교리 교육이란 복음화 과정 전체를 가리킵니다. 사람들을 완전한 그리스도인 생활로 이끌려고 신앙의 진리를 가르치는 것이 교리 교육을 뜻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점을 생각하면, 새로운 복음화를 위해 교리 교육이 한층 강화되어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교리 교육은 새로운 복음화를 위한 가장 강력한 수단이기 때문입니다.

 

 교리 교육의 필요성

 4. 복음화와의 이런 밀접한 관련성 외에도, 우리는 교리 교육이 우리에게 절실하게 필요한 또 다른 이유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최근 우리 사회에는 우리의 신앙을 혼란하게 하고 신앙생활을 방해하는 여러 가치관들과 주장들이 난무하고 있습니다. 물질만능주의, 극심한 개인주의, 소비주의, 상대주의, 현대판 영지주의 등이 그것입니다. 여기에다 신흥종교들까지 가세하여 선과 진리를 왜곡하고 그릇되게 가르치고 있습니다.
이런 혼탁한 상황에서 우리 신앙인이 가야 할 올바른 길을 알려주는 나침반이 요구됩니다. 그것이 바로 교회의 가르침 곧 교리 교육입니다. 우리가 교회의 가르침에 따라 신앙생활을 한다면 그릇된 길로 빠지지 않을 수 있고, 자신의 신앙을 더욱 확고하게 다질 수 있습니다.
실제로 교회의 역사를 돌아보면, 교회가 어려움을 겪을 때마다 교리 교육을 강화함으로써 교회를 쇄신하고 그 위기를 극복하였습니다. 16세기 종교개혁으로 큰 혼란에 직면했을 때 교회는 트리엔트 공의회를 개최하고 『로마 교리서』를 펴냈고, 현대에 이르러 세상의 큰 도전을 받았을 때 제2차 바티칸공의회를 개최한 다음 『가톨릭교회 교리서』를 발간하였습니다.
이렇게 신앙의 진리를 체계화한 교리서는 확실히 “교회 생활 전체의 쇄신에 크게 이바지하는…, 신앙 교육을 위한 확고한 규범이며 교회의 친교를 위해 유효하고 권위 있는 도구”(믿음의 문 11항)입니다. 교리 교육은 오류와 이단에 맞서 신자들의 신앙을 바로잡아 줄뿐만 아니라 성숙시키는 데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리고 교리 교육은 “선교적 열성을 낳습니다.”(현대의 교리 교육 24항) 교리교육이 제대로 시행되면, 신자들은 자기의 신앙을 증언하거나 인간 공동체에 봉사하는 일에 더 열성을 냅니다. 그리하여 교리 교육은 “교회의 지리적 확장이나 수적인 증가는 물론 교회의 내면적 성장”(현대의 교리 교육 13항)에 크게 기여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신앙의 성숙과 강화를 위해 교리 교육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교회의 쇄신 시기는 동시에 교리 교육이 왕성하게 이루어지는 시기”(가톨릭 교회 교리서 8항)이기 때문입니다.

 

 교리 교육의 중요한 기준

 5. 그런데 이렇게 풍성한 열매를 맺기 위해서는 교리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교회가 늘 강조하는(교리 교육에 관한 일반 지침서 40항 이하), 올바른 교리 교육을 위한 몇 가지 기준을 다음과 같이 제시할 수 있습니다.
첫째, 교리 교육은 그리스도 중심적이어야 합니다. “교리 교육의 핵심에서 우리는 무엇보다도 한 인물, 성부의 외아들, 나자렛 사람 예수 그리스도라는 인물을 만나게 됩니다.… 우리를 위하여 수고 수난하시고 돌아가신 분, 부활하여 지금은 영원히 우리와 함께 살아 계시는 분 말입니다.… 교리 교육은 그리스도라는 한 인물을 소개하여 하느님의 영원하신 계획 전체를 보여 주는 것입니다.… 교리 교육은 그리스도의 행적과 말씀의 의미, 그분을 통해 나타난 표징의 의미를 알아들으려는 노력입니다.”(현대의 교리 교육 5항) 따라서 교리 교사는 “자기의 가르침이나 다른 스승의 가르침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반드시 전해야 합니다.”(현대의 교리 교육 6항)​


 6. 둘째, 교리 교육은 언제나 삼위일체 하느님께 대한 신앙으로 이끌어야 합니다. 사실 그리스도 중심적인 교리 교육은 하느님이신 성부, 성자, 성령께 대한 신앙 고백으로 이끌 수밖에 없습니다. 부활하신 그리스도께서 세상에 성령을 보내심으로써 우리 인간을 성부께로 인도하시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교리 교육에서 삼위일체 하느님의 신비가 소홀히 다루어지는 일이 있어서는 결코 안 되겠습니다. 이 신비가 우리 그리스도인의 믿음과 삶의 핵심 신비임을 『가톨릭교회 교리서』는 이렇게 천명합니다. “지극히 거룩한 삼위일체의 신비는 바로 그리스도인의 믿음과 삶의 핵심적인 신비이다. 이는 하느님 자신의 내적 신비이므로, 다른 모든 신앙의 신비의 원천이며, 다른 신비를 비추는 빛이다. 이는… 가장 근본적이고 본질적인 교리이다.”(234항) 그러므로 교리 교육의 내용 전체는 성령 안에서 그리스도를 통해 성부께 나아가는 삼위일체 하느님 중심적이어야 합니다.


 7. 셋째, 교리 교육은 가톨릭 신앙 전체를 “유기적이고 체계적으로”(가톨릭교회 교리서 5,11, 18항) 제시해야 합니다. 그리스도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내가 너희에게 명령한 모든 것을”(마태 28,20) 그야말로 가르쳐야 합니다. 구원의 진리를 온전하게 전해야 합니다. 전해 받은 신앙의 진리를 임의에 따라 단편적으로나 부분적으로 제시해서는 안 됩니다. 말하자면 신앙의 유산 가운데 “어떤 것은 중요하다고 여겨 그것을 선택하여 [지나치게 강조하여] 가르치고 또 어떤 것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여 그것을 배척할 수는 없습니다.”(현대의 교리 교육 30항) 그렇지 않으면 신앙의 진리는 손상되고 왜곡되고 축소되고 말 것이며, 결국 신앙의 위기를 초래할 것입니다. 신앙의 진리를 유기적이고 체계적으로 제시할 때 비로소 신앙을 온전하게 전할 수 있습니다.


 8. 넷째, 교리 교육은 – 유기적이고 체계적인 가르침의 관점에서 볼 때 – 『가톨릭교회 교리서』가 보여주는 것처럼, 신앙교육, 전례교육, 윤리교육, 기도에 대한 가르침으로 구성됩니다. 신앙의 신비를 알고 거행하고 생활화하며 관상하도록 도와주는 것이 교리 교육의 주된 과제입니다. 구체적으로 말한다면,

1) 신앙 교육은 믿어야 할 것을 가르칩니다. 믿어야 할 것은 하느님께서 역사 안에서 인간의 구원을 위해 활동하신 업적들입니다. 성부께서 세상을 창조하신 업적, 성자께서 세상을 구원하신 업적, 성령께서 세상을 성화하시는 업적 등을 말하는데, 이런 업적들이 ‘사도신경’(혹은 ‘니케아-콘스탄티노폴리스 신경’)에 충실하게 집약되어 있습니다.
2) 전례 교육은 믿는 바를 기념하고 거행할 것을 가르칩니다. 말하자면 그리스도께서 성령을 통하여 당신의 죽음과 부활로 이루신 구원의 신비를 기념하고 현재화하는 성사들을 다룹니다. ‘일곱 가지 성사’와 준성사가 그것입니다.
3) 윤리 교육은 거행한 바를 이제 생활화할 것을 가르칩니다. 구원의 파스카 신비에 참여함으로써 “낡은 인간을 벗어 버리고 그리스도 안에 완성된 새 인간”(선교교령 13항)의 삶을 살도록 가르칩니다. 그런 내적 변화에 이르는 길은 ‘십계명’에 핵심적으로 요약되어 있습니다. 십계명은 우리를 하느님 사랑과 이웃 사랑의 계명으로 이끕니다.
4) 기도에 대한 가르침은 우리의 마음을 하느님을 향해 드높이도록 가르칩니다. 예수님께서 하느님 아버지께 향할 때 품으셨던 흠숭, 찬미, 감사, 자녀다운 신뢰, 간청, 아버지의 영광에 대한 경외 같은 감정을 가지도록 도와줍니다. 이런 모든 감정은 ‘주님의 기도’에 나타나 있습니다. 주님의 기도는 “가장 완전한 기도”(성 토마스 데 아퀴노)로서 모든 그리스도교 기도의 전형입니다.

이처럼 네 가지 가르침으로 구성되는 교리 교육에서 마지막으로 유념해야 할 것이 하나 더 있습니다. 그것은 교리 교육에서 항상 하느님의 행동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앞의 첫 번째 두 가르침인 신앙 교육과 전례 교육은 인간을 위해 활동하시는 하느님의 행동을 다루는 반면, 나머지 두 가르침 곧 윤리 교육과 기도 교육은 하느님을 향한 우리 인간의 행동을 다루고 있습니다. 인간의 행동은 언제나 하느님의 행동에 대한 응답이고 또 그럴 때에만 비로소 의미가 있기 때문에, 교리 교육은 무엇보다도 하느님과 그분의 업적에 중점을 두어야 합니다.​

 

 구체적인 실천사항 제안

 9. 이제 우리의 신앙 쇄신과 새로운 복음화를 위해 교리 교육의 관점에서 우리 교구가 올 해부터 앞으로 실천해야 할 구체적인 내용을 아래와 같이 제안합니다.

첫째, 그리스도교 입문을 위한 예비신자 교리 교육에는 신앙의 진리를 비교적 유기적 체계적으로 제시한 『한국 천주교 예비신자 교리서』(천주교중앙협의회 발행)를 교재로 사용하시기 바랍니다.

둘째, 견진성사를 합당하게 받기 위해 견진교리 교육을 시행하되, 그 교재로 『한국 천주교 견진교리서』(천주교중앙협의회 발행)를 사용하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견진교리 교육을 되도록 본당의 모든 교우에게 개방하여 신자 재교육의 장으로 활용하시기 바랍니다.

셋째, 사제는 교리 교육 활동에 책임이 있는 ‘신앙의 스승’(사제생활교령 9항)이므로 직접 예비신자 교리를 가르치시기 바랍니다. 교리 교육 활동을 통해 참된 스승이신 그리스도와의 친교가 더욱 증대될 것입니다.

넷째, 본당이나 시설은 교회의 가르침이나 교리를 배우는 자리를 적극적으로 마련하시기 바랍니다. 미사 전후를 이용한 짧은 교리 교육을 시행할 수 있고, 몇 차례의 특강이나 정기적인 강좌를 통하여 신앙의 진리를 전달할 수 있습니다. 아니면 가톨릭교회 교리서나 교회의 가르침을 담은 문헌을 함께 통독할 수 있습니다.

다섯째, 본당에서는 주일학교 교리교사들이 교구에서 실시하는 교리교사 양성 프로그램에 적극 참여하고, 또한 청소년들과 젊은이들의 신앙교육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아낌없이 지원해주시기 바랍니다.

여섯째, 물질만능주의와 온갖 부조리에 허덕이는 우리 사회에 복음의 정신을 구현하기 위해 교구의 정의평화 위원회는 인간 존엄성, 공동선, 보조성, 연대성 등을 가르치는 사회교리 학교를 개설할 것입니다. 이에 적극 참여하시기 바랍니다.

일곱째, 개인적인 차원에서 예비신자 교리서나 가톨릭교회 교리서 혹은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문헌 등 교회의 가르침을 전하는 서적들을 꾸준히 읽으시기 바랍니다. 아는 만큼 믿을 수 있고 또 제대로 봉사할 수 있습니다.

여덟째, 전주가톨릭신학원의 교리부(교리교육과, 신앙연수과)에 등록하여 가톨릭 신앙을 체계적으로 배웁시다. 교리부는 교회가 전통적으로 지켜온 신앙의 핵심 내용을 가르침으로써 개인의 신앙 심화뿐만 아니라 교리교사 양성 등 교회생활의 여러 분야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평신도의 인재를 양성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의 결정에 따라, 한국전쟁 발발 70주년을 맞이한 2020년 한 해 동안(2019년 12월 1일 대림시기부터 2020년 11월 28일까지) 벌이는 ‘한반도 평화를 위한 밤 9시에 주모경 바치기’ 운동에 적극 참여해주시기 바랍니다. 


 2020년 한 해 동안 우리 모든 교구민이 하느님의 도우심으로 교회의 가르침을 적극 배움으로써 신앙을 쇄신하고 새로운 복음화의 길에 들어서시기를 바랍니다. 그리하여 주님의 자애를 영원토록 노래하시기를 빕니다.
 

2019년 12월 1일 대림 첫 주일에 

천주교 전주교구장 주교 김선태(사도요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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