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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교구의 작은교회 공소를 찾아서(17)

신앙을 이어가는, 밀알 같은 삼 기 공 소 교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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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20-06-15 조회 2,311회

본문

  삼기공소(황등성당 관활, 주임=김광석 신부)는 마한과 백제의 문화 유적지가 있는 역사와 전통의 고장 익산시 삼기면 구정길 4-5에 위치하고 있다. 1941년 창인동성당 관할 내에 오룡공소와 석불공소가 설립되었다. 초대 회장 박흔규(필립보)형제가 봉동 역터에서 삼기면 구정리로 이주하여 옹기공장을 운영하며 공장 직원들과 지역 신자들과 함께 자택에서 공소예절을 하였다. 1960319일 창인동성당 관할내에 있는 황등공소가 본당으로 승격되면서 황등성당 관활의 오룡공소와 석불공소가 통합되어 삼기공소가 되었는데 당시의 신자 수는 약 80여 명이었다. 박 필립보 형제가 대지 700여 평을 전주교구에 봉헌하여 삼기공소의 터를 잡고, 공소신자들이 좀도리 쌀을 모아 종잣돈을 만들고 벽돌을 직접 만들어 한 장씩 쌓아 올려 지금의 삼기공소를 건립하였다. 1974128서정수 신부 주례로 축복식을 거행하고 1975126일 박종상 신부(원로사제)가 새사제 첫 미사를 봉헌했다.

  박 필립보 형제는 슬하의 자식 중 아들 박종상(가브리엘), 박종탁(마태오) 신부와 수녀 1명을 하느님에게 봉헌하였다. 이후 박진량 신부님 재임 때 성모상을 건립하고 내·외부 보수공사와 황규선(베네딕토) 형제가 십자가의 길 14처를 봉헌하여 축복식 후 현재의 모습이 되었다. 공소 제대는 황등성당이 리모델링을 하면서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전 제대를 공소로 가지고와 소중하게 사용하고 있다.

  삼기공소 미사는 매월 둘째 주 금요일 저녁 730분에 있지만 김만석(그레고리오) 총무는 아침부터 바쁘게 움직인다. 삼기면에 거주하는 63세대 168명 신자들 중 공소미사에 참여하고 싶은 어르신을 집집마다 방문하여 공소로 모시고 와야 하기 때문이다. 공소 신자들은 실내에서 묵주기도와 십자가의 길 기도를 봉헌하는데 날이 풀리면 마당으로 나가 십자가의 길 기도를 바친다. 어르신들이 기도하는 동안 주방 자매들도 손길을 바삐 움직인다. 어르신들 점심을 챙겨 드리고 주임신부와 공소미사에 참석하는 20여 명의 저녁도 준비해야 하기때문이다. 최봉순(안나) 자매는 예전부터 주님 성탄 대축일과 주님 부활 대축일에 성당에서 미사를 드리고 공소에 모여 어린이들의 재롱잔치와 청년들의 연극도 보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어요. 한 해는 본당의 날 행사를 하였는데 공소마당에 천막을 치고 맛있는 음식도 먹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다가 미사를 드리는데 공소가 꽉 찼어요.”라며 지금도 공소미사가 있는 날이면 밥상에 둘러앉아 밥을 먹는 것이 너무나 좋아서 힘든지도 모른다고 한다.

  김광석 신부가 도착하면 방안에 밥상을 차리고 밥을 먹으며 이야기 꽃을 피운다. 김 신부는 삼기공소 자매님들이 밥상을 너무 잘 차려줘서 항암치료로 죽은 세포들이 10개씩 살아나는 것 같아 너무나 고맙다.”라고 말했다. 유숙현(루시아) 자매는 옛날에 엄마가 신부님이 오셔서 식사하시고 밥을 남기시면 준다고 해서 문밖에서 기다리며 쳐다보는데 신부님이 밥을 물에 말아 드셔서 엉엉 울어 버린 기억이 있네요.”라고 하자 웃음꽃이 터진다.

  “예전에는 공소에 잔치가 있는 날이면 신자가 아닌 동네 아이들도 와서 밥을 먹었는데 그때 옆에 앉아서 괴롭히던 남자아이와 커서 결혼을 하게 됐어요. 외짝 교우로 살면서 하느님께 성가정을 이루게 해달라고 기도 했는데 몇 해 전 세례를 받아 남편(황 베네딕토 형제)과 오늘 이렇게 공소에서 같이 밥을 먹고 있네요. 아마도 하느님이 중매를 해 주신 것 같아요.”라고 하니 모두 박수로 축복해 주었다.

  삼기공소의 60대 이하 자매들 10명은 루시아회를 구성하여 매월 첫째 주 월요일 모임을 가지면서 공소에서 밀알 역할을 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취재 | 송병근 스테파노(교구 기자단), 사진 | 김창식 베드로(교구 가톨릭사진가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