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모성월 맞이 “천호성물박물관 - 상설 소품 전시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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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20-05-22 조회 2,352회본문
“코로나-19 때문에 교우들과 함께하는 미사를 못하게 됐을 때, 박해시기 동안에 미사를 못한 채 두려움 속에 기도하며 살았을 우리 신앙선조들이 떠올랐어요. 그러면서 미사가 다시 열리기를 기다리는 교우들에게 우리 박물관이 뭔가 기여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지요.”(최영면 천호성물박물관 소장)
다행히 일상 속 방역 체계로 전환되어 미사가 재개되고 성모성월을 맞았지만 코로나-19가 바꿔버린 일상은 신앙생활에서도 과거와 다른 무언가를 우리에게 요구하고 있다. ‘거리두기’라는 초유의 상황은 공동체적 친교의 기쁨을 앗아가 버리고 홀로 시간 보내기를 연습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차제에 묵주를 쥐고 기도로써 내면으로 다가갈 수도 있고 한적한 성지를 찾아 십자가를 더 깊이 묵상할 수도 있겠다.
마침 성모성월을 맞아, 2013년 개관한 국내유일의 천호천주교성물박물관(관장=남종기 신부)이 기지개를 켜듯 성모신심을 새로이 할 수 있는 성물들로 성모 소품전을 마련하였다.
월요일을 제외한 주중(화~주일)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5시까지 관람이 가능하다.
박물관에 들어서면 강생 주제의 상설 전시물이 눈에 들어온다. 이어지는 수난 주제 작품들을 감상하며 스테인드글라스를 통해 들어오는 봄볕의 안내를 받아 계단을 내려가자 알렐루야가 반향하는 가운데 부활의 영광이 하늘로부터 내리고 있다. 원대한 우주적 시공의 흐름을 따라 1층 베드로관에 이르자, 교회의 원형과 역사, 은총의 7성사 상징물들이 반갑게 맞아 준다. 그 모퉁이에 눈부신 햇살의 유리창이 한 폭의 캔버스가 되어 전례시기에 맞춤한 소장품 전시 코너를 품고 있다.
1531년 멕시코시티 인근 테페약 산에서 인디언 여인의 모습으로, 가난한 농부 후안 디에고에게 발현한 ‘과달루페의 성모’는 작은 키에 거무스름한 피부에 꽃무늬가 새겨진 엷은 분홍색 드레스, 검은 초승달을 밟고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다. 스테인드글라스 한 점은 맑고 투명한 성모의 본성을 말해주는 듯하다.
동방교회의 너무도 유명한 이콘 두 점, 수난의 성모와 자비의 성모에 이어 1858년 프랑스의 루르드 마사비엘르의 동굴에서 열네 살의 가난한 소작농 베르나데타에게 나타난 루르드의 성모는 발아래 노란 장미를 두고 팔에 묵주를 두른 온통 하얀색의 아름다운 모습이다.
교회의 어머니로서 함께했을 최후의 만찬 프레스코화, 5월에 수도서원을 한 콜카타의 성녀 마더 테레사까지 이밖에도 성모님의 특별한 봉헌의 삶을 말해주는 촛대 등이 성모님의 생애와 영향력을 말해 주고 있다.
제대 건너 박물관 극장에서는 유럽의 성모 성화작품들로 구성된 4분짜리 영상을 네덜란드의 폴포츠라고 할 수 있는 마틴 허켄스의 아베마리아를 배경으로 감상할 수 있다.
성경과 구원 역사를 눈으로 볼 수 있게 하고 또 교회의 신앙을 표현하는 상징물이기도 한 성물은 권태로울 수 있는 신앙생활에 좋은 자극이 된다. 특히 이 성월에 우리를 위한 중재의 기도를 바치고 계시는 성모의 모범적인 신앙의 원형에 다가갈 기회임에 분명하다.
6월 예수 성심 성월에는 또 다른 성물이 소장고에서 나와 우리를 맞이할 것이다. 보이는 것 그 이상을 생각하는 삶으로 이 싸움을 다하자.
|현화진(교구 기자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