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교구의 작은 교회 공소를 찾아서(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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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21-03-15 조회 1,805회본문
수만 년 동안 물결이 다듬어 놓은 기묘한 바위들로 이루어진 장군목 유원지가 인근에 있는 동계공소는 순창성당(주임=공현성 신부) 관할 공소이다. 순창성당에 1980년 강덕행(요셉) 신부가 부임하여 본당의 발전과 지역 선교의 일환으로 1981년 7월 수녀원 기금 마련 ‘신축 추진위원회’를 구성, 1982년 4월 21일 동계공소 신설 준비, 5월 8일 동계면 현포리 541번지 공소 부지 매입, 9월 7일 박정일 주교(전주교구 제6대 교구장) 주례로 축복식을 거행했다. 아담한 마당이 있는 건평 43평 건물로 총공사비는 3천만 원이 소요됐다. 1983년 3월 동계유아원을 개관하여 공소 건물에서 운영했으나 1989년 폐관됐다.
동계공소는 역사가 짧은데 공소가 지어질 당시의 상황을 알 수 없어 초대 공소회장인 송기창(에드몬드)형제를 방문했다. 강 신부와 신축 추진위원들이 서울에 다니며 고추장, 된장 판매한 종잣돈 일부를 지원받아 동계공소를 설립했다고 전했다.
공소 구역장과 운전봉사를 맡고 있는 장미순(안나) 자매는 1984년 유아원의 자모인 초등학교 교사의 권유로 공소에서 두 번째로 세례를 받고 김 바울라 자매와 격주로 제대 봉사를 해왔다.
신광호(안드레아)형제는 강 신부 부임 후에, 동계지역이 개신교는 활발한데, 천주교 신자 불모지여서 선교 목적으로 공소를 설립하게 되었다. 집 근처에 공소가 생겼으니 신앙생활의 활력소가 되어 기뻤다고 전했다. 이경식(로사리아) 자매는 막내아들 유아원에서 10여 명의 자모와 함께 교리를 듣고 세례를 받았다며 젊은 시절에 대한 회상을 이야기했다.
떡 방앗간을 운영하는 김순남(바울라)자매는 살면서 다섯 번이나 큰 어려움을 겪고 고통에 있었으나, 5년여 전부터는 ‘주님께서 다 해 주시겠지’ 맡겨 놓으니, 매일 감사한 마음으로 산다고 한다. 하느님의 자녀로 부르심은 1985년에 가정사로 교리를 받고 세례를 받았다. 방앗간에서 일을 하다 보니 토요일 저녁 미사만 참례하지만 빠진 적 없이 감사함으로 봉헌하고 있다.
신앙의 초석은 인근 학교로 부임 온 신자 교사 3명이 자녀를 유아원에 맡기어, 자연스럽게 자모들을 교리반으로 인도하여 세례를 받게 되었다. 80년대 말에는 80여 명으로 복음 선교에 활짝 꽃을 피웠던 시절이었다. 사순, 부활 판공 때는 다 함께 청소하고 반찬 준비하며 잔칫집 분위기로 판공성사를 봤다. 주님 승천 대축일 야외 미사는 본당 신자들과 함께 성지순례에도 참여하고 성전 신축 기금 마련에도 고추장, 된장, 장아찌 판매에 참여해왔다. 공소 승합차 구매에 15여 명이 기쁜 마음으로 절반을 부담도 했다. 지난해 11월을 끝으로 공소 미사가 없어졌지만, 운전봉사자 5명이 번갈아 가며 승합차로 2020년도에 지어진 순창성당의 새 성전으로 주일미사에 참례하고 있다.
농촌인구 감소와 유아원 폐관, 전근으로 교사가 공소를 떠나자 활기를 잃어 교적에 70여 명이 있으나, 코로나19로 신앙생활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주일을 지키는 신자는 감소하여 지금은 10여 명에 이른다. 그럼에도 친목과 단합으로 이뤄진 작은 공동체인 동계공소가 섬진강의 장군목 바위같이, 주님 말씀과 기도로 믿음이 단단하게 켜켜이 쌓이길 바라본다.
취재 | 서정순 세실리아(교구 기자단), 사진 | 원금식 대건안드레아, 김원웅 토마스(교구 가톨릭사진가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