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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문화 유산 교회 울타리 넘어 지역에 복음 전한다[가톨릭신문 2021-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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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21-05-17 조회 5,562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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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 성지, 지방자치단체와 손 잡다

가톨릭 문화 유산, 교회 울타리 넘어 지역에 복음 전한다

종교 문화·관광 상품으로서 가치 주목
신앙유산 기반 문화 콘텐츠 개발 활발
가톨릭 문화 바탕으로 지역 축제도 마련
타 종교에 대한 배려와 신중한 접근 필요
과도한 상업화로 의미 잃지 않도록 주의

발행일2021-05-16 [제3245호, 9면] 

 

한국교회는 순교자의 교회다. 그만큼 성지와 사적지가 전국 곳곳에 자리잡고 있다. 교회는 이들 성지와 사적지를 개발하고 보전하기 위해서 노력한다. 하지만 이들 순교자들의 정신이 어린 성지와 사적지들이 단지 천주교회만의 전유물은 아니다. 교회는 가톨릭 신앙을 바탕으로 하는 종교 문화를 교회 울타리를 넘어 전함으로써 보편적 인류애와 공동선, 초월적 진리를 선포한다.


지방자치단체들은 한국 천주교회의 성지와 사적지들을 종교 문화의 다양성을 확충하고 종교 관광의 자원으로 활용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들이 함께 손잡고 펼치는 이러한 노력은 한국의 종교 문화를 풍요롭게 하고 지역 사회에 복음적 가치를 전하는 유용한 수단이 되고 있다.


최근 경기도 광주시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남한산성에서 천진암까지 약 32㎞ 거리의 ‘한국형 산티아고 순례길’ 조성 계획을 발표했다. 이 순례길은 광주시가 조성하기로 한 남한산성 역사문화관광벨트의 7개 길 중 하나로, 광주시는 이 길을 따라 주위의 역사적인 명소와 생태 공원들도 연결해 단지 천주교 신자뿐만 아니라 비신자인 시민들도 함께 걷고 싶은 길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충남 당진시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2014년 방한 당시 직접 방문한 솔뫼성지를 비롯해 합덕성당 등 당진시에 산재한 성지들을 지역 내 종교 문화의 핵심 거점으로 지원하고 있다. 솔뫼성지에서는 오는 8월 대대적인 성 김대건 신부 탄생 200주년 기념행사가 열린다. 이 행사들은 정부와 당진시의 지원을 받아 건립되는 천주교 복합예술공간에서 치러진다. 천주교 복합예술공간과 일대 정비 사업을 통해 이를 지역의 관광명소로 거듭나게 한다는 계획이다. 당진시는 또 일대의 성지와 명소들을 잇는 ‘버그내순례길’을 조성한다.

충남 서산시는 해미면 대곡리 한티고개와 최근 교황청에 의해 국제성지로 지정된 해미순교성지를 잇는 11.3㎞ 구간에 천주교 순례길을 조성했다. 시는 “높은 가치의 역사성을 지닌 해미 천주교 순례길은 주변 경관도 빼어나다”며 ‘순례길을 종교 관광의 거점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 지자체의 순례길 조성 지원 활발

경기도 용인시는 지난 3월 초 ‘청년 김대건길’ 관광 콘텐츠 개발에 나선다고 밝혔다. 용인시는 지난해 안성시·당진시와 ‘천주교 문화관광’ 활성화를 위한 업무 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은이성지에서 안성 미리내성지에 이르는 총연장 10.3㎞의 둘레길을 조성한 용인시는 미비한 점을 보완하기 위해 현재 정비 사업을 벌이고 있다.

제주도는 제주교구 및 제주관광공사와 함께 2011년부터 제주교구 성지순례길을 조성하기 시작했다. 김대건 신부의 길, 하논성당길, 정난주길 등 제주지역 내 성당과 성지를 잇는 형태로 조성, 지금까지 총 6곳이 조성됐다. 전주시와 전북도는 전주시의 문화 및 관광 자원을 연계해 생명과 사랑, 가정, 평화 등 고귀한 정신 문화를 증진한다는 취지로 치명자산 성지 ‘세계 평화의 전당’ 건립을 지원했다.

서소문역사공원은 2011년 서울대교구가 문화체육관광부와 서울시, 서울 중구청에 ‘서소문 밖 역사유적지 관광 자원화 사업’을 제안하면서 마련됐다. 천주교회만의 성지로 꾸민다는 오해로 일부 시민·종교단체들의 반대에 부딪히기도 했지만, 오해가 풀린 지금은 오히려 화합의 장으로 거듭났다.

가톨릭 목포성지 역시 광주대교구와 목포시가 손잡고 추진한 대규모 성지 조성 사업의 결실이다. 2009년 교구와 목포시가 협약을 체결한 후 10여 년에 걸쳐 성지 조성을 추진해왔다. 특히 성지 내에 한국 레지오마리애 기념관이 2017년 건립된 후에는 방문객 수가 부쩍 늘어나 건립 이듬해인 2018년 상반기에만 이미 건립 이전 한 해 방문객 수를 훌쩍 넘겼다.


■ 복음적, 보편적 가치의 확산

지방자치단체들이 이처럼 천주교 사적지와 성지들의 개발 및 이를 통한 종교 관광 자원의 확충에 나선 것은 대체로 2000년대 초부터다. 교회 안에서는 성지 순례가 크게 붐을 이뤘고, 소홀했던 사적지와 성지 개발 시도들이 이어졌다. 지방자치단체들은 천주교 성지들이 지닌 종교 문화 및 종교 관광 상품으로서의 잠재력에 주목했다.

교회는 고유한 신앙 유산을 다양한 문화 콘텐츠로 승화하려고 시도해왔다. 특히 지역사회와 문화에 열린 사목을 지향하고, 현대 사회에서 복음화를 위한 가장 강력한 수단은 문화 콘텐츠라는 인식이 높아졌다. 이에 따라 여러 교구에서는 가톨릭 문화를 바탕으로 지역 사회와 문화에 접근하려는 시도로서의 축제를 마련하기도 했다.

전통적 문화 도시 광주에서 광주대교구는 시와 공동으로 ‘광주가톨릭 비움 나눔 페스티벌’을 매년 개최한다. 종교적 의미를 바탕으로 하지만 지역 사회에 열린 축제다. 직접적으로 종교적 색채를 띠지 않고 치러지는 이 축제에는 신자 여부를 막론하고 모든 시민들이 참여한다.

전주교구 요안루갈다제는 가톨릭 순교 정신을 담은 신앙 유산을 다양한 문화 콘텐츠로 제시한다. 2018년 이후, 가톨릭 신앙뿐만 아니라 지역의 전통 문화 유산을 가톨릭 신앙과 접목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김영수 신부(전주교구 치명자산 성지 관장)는 “문화는 신앙을 전하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라며 “교회가 품고 있는 신앙유산은 교회의 울타리를 넘어서 나눠져야 한다”고 말했다.

 

버그내 순례길을 걷고 있는 순례자들. 당진시는 솔뫼성지에서 신리성지까지 이어지는 13㎞ 순례길 정비를 지원하고 있다.당진시 제공

2020년 10월 24일 제주 천주교 역사체험관 및 순례길 안내센터 기공식에서 참석자들이 기념 테이프를 자르고 있다.가톨릭신문 자료사진


 

2019년 9월 17일 전주 치명자산 성지에서 거행된 ‘세계평화의 전당’ 착공 및 부지 축복식에서 참석자들이 시삽을 하고 있다.가톨릭신문 자료사진

가톨릭 목포성지 역시 광주대교구와 목포시가 함께 추진한 성지 조성 사업의 결실이다. 사진은 가톨릭 목포성지 내 한국 레지오마리애 기념관.가톨릭신문 자료사진


■ 지역 문화와 역사, 타 종교에 대한 배려도 필요

김민수 신부(서울 청담동본당 주임)는 오래 전부터 문화 사목을 주창하면서 “교회가 미래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그 자신의 문화를 대중화하고 생활화해, 교회 구성원만이 아니라 사회와도 끊임없이 소통해야 한다”며 그 소통의 방법은 “종교 문화의 콘텐츠화, 구체적으로는 가톨릭 문화의 콘텐츠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해왔다.

이러한 시각에서 볼 때, 교회가 마련하는 다양한 열린 행사들이 종교 문화 축제의 한 마당이라면, 지역 사회와 함께 조성하는 성지와 사적지들은 가톨릭 문화 콘텐츠의 상설 전시장이라고 할 만하다.

지역사회 및 지방자치단체들과의 협력을 통한 가톨릭 성지 개발 사업이 갖고 있는 가치에도 불구하고 몇 가지 염두에 둬야 할 점들은 있다. 특히 과도한 ‘가톨릭 성지화’에 대한 오해는 정교 유착이나 지역의 역사와 종교 문화, 타 종교에 대한 배척과 배제라는 불필요한 편견을 불러올 수 있다.

조계종 종교평화위원회는 지난 2019년 비공개 보고서 ‘종교계 성지화 사업, 현황과 문제점 그리고 해법’을 통해 성지화 또는 성역화가 특정 종교만을 중심으로 과도하게 진행된다면 종교 갈등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성지와 사적지 개발을 위한 지자체와의 협력에 있어서도 지역 사회와 문화, 타 종교의 문화 전통 등에 대한 배려와 신중한 접근은 반드시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교회는 지방자치단체의 성지 개발과 성지 순례 지원에 대한 관심이 종교 관광 자원의 확충에 있음을 염두에 두고, 과도하게 상업적이 되거나 종교적 의미를 손상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교회는 성지를 찾는 사람들이 천주교회의 종교적, 복음적 메시지를 발견할 수 있도록 교육 및 체험 프로그램 개발에도 고심해야 한다.
 

박영호 기자 young@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