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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2002년도 사목교서 - 어두움에 빛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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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애하는 교형자매 여러분
1. 천년기를 앞두고 있었을 때, 인류는 “희망과 불안이 엇갈리는 사이에서”(사목헌장4) 미래를 바라보았습니다. 그런데 새 천년기의 문턱을 넘어선 지금, 2001년 9월 11일에 미국에서 있었던 대규모 테러 사건으로 촉발된 국제 분위기를 지켜보며, 우리는 온 세상이 또 다시 폭력과 전쟁의 악순환 속으로 빠져들지는 않을까 하는 불안을 떨쳐버릴 수 없습니다. 그러나 다른 면에서 생각하면, 세상이 이렇게 쉽게 빛을 잃고 어두움 속으로 빠져들 수 있다는 바로 그 점 때문에, 세상의 빛으로 오신 그리스도의 복음이 더욱 절실한 현실성을 띠고 나타난다고 하겠습니다.


학기술은 본래 사람의 삶을 편안하고 풍요롭게 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바로 그것 때문에 온 인류가 대규모의 파괴와 파멸의 공포에 휩싸이게 된 것도 사실입니다. 새 천년기라는 말로 표현되는 이 시대는 인간이 이룩한 과학문명의 이 두 얼굴과 그 앞에서 우리가 행사해야 할 자유와 책임이 얼마나 엄숙하고 큰 것인지를 깨닫게 합니다.


제는 온 인류가 함께 잘 살든가, 모두가 같이 멸망하든가, 둘 중 하나의 가능성 밖에 없습니다. 네 편과 내 편, 나와 너를 대립시켜 생각하는 어떤 이념이나 체제도 더 이상 의미가 없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나라와 민족도 그것이 다른 나라와 다른 민족에 대해서 대립하고 싸워 이길 상대로 인식되는 한, 그것마저 뛰어넘어야 할 시점이 되었습니다. “네 이웃을 네 몸같이 사랑하라”(마태 22,39)는 말씀 만이 모두가 함께 잘 사는 유일한 길임이 현실적으로 드러난 시대가 된 것입니다.


친애하는 교형자매 여러분!
2.리스도 탄생 2000년을 기념하여 교회는 전 세계적으로 은총의 한 해를 지냈고, 우리 교구에서는 이 때를 기해서 <대희년 특별 사목교서>를 발표하였습니다. 교황님께서도 삼위일체 신비를 강조하신 이 해에, “아버지의 눈으로 바라보고, 아들의 마음으로 느끼며, 성령의 힘으로 실천합시다”하는 구호 아래, 우리는 이 교서에서 그리스도의 복음을 구현하기 위해 앞으로 여러 해 동안 줄기차게 추진해야 할 분야를 종합적으로 제시하였습니다.


년에는 ‘하느님의 말씀을 우리 삶의 중심에’라는 주제로 특별히 ‘성서 사도직’의 활성화를 위해 노력했습니다. 많은 본당에서 이를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 왔고 그 결과 더 많은 신자들의 삶 속에 하느님의 말씀이 뿌리내리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아울러 신유박해 순교 200주년을 맞이하여 다채로운 기념 행사를 성공적으로 개최함으로써 자랑스러운 순교자들의 신앙을 돌아보고 본받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앞으로도 ‘요안,루갈다제’를 정례화함으로써, 이분들의 정신이 교회 안에서 뿐 아니라 주변사회에도 전파되어, 인간관계 전반, 특히 이기적 성향으로 파괴되어가는 가정을 바로 세우는 데에 큰 빛을 발하게 할 것입니다. 이번의 행사에서 보여준 전주시 당국의 협조는 그 점에서 소중한 첫 걸음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년에도 역시 대희년 특별 사목교서에서 밝힌 노선에 따라, 지난 해에 강조하여 실천한 성서 사도직 활성화를 계속적으로 추진해 가면서, 복음의 정신이 우리 주변 사회와 삶의 현장에 적극적으로 스며들고 전해지도록 하기 위하여 ‘선교’에 역점을 두기로 하였습니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에서도 <선교는 교회의 본질적 사명>(선교교령 2)임을 천명한 바 있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더구나 우리 교구의 현재 선교상황과 사목현실을 생각할 때 이 사명이 우리에게는 한층 더한 절실성을 띠고 있습니다.


리 교구는 한국 최초의 자치교구라는 점 이외에도, 특히 수많은 순교자들이 피 흘려 세운 교회의 전통을 이어받았다는 점에 긍지와 자부심을 가져왔습니다. 사실 우리가 지금 누리고 있는 모든 결실들은 신앙의 선조들이 뿌려놓은 순교의 피와 신앙의 선배들이 흘린 땀과 정성의 결과입니다. 그토록 귀중한 결실을 더욱 소중하게 간직하는 길은, 지금 우리의 상황에서 요구되는 신앙생활의 쇄신과 더불어 적극적인 선교활동을 통하여, 내적으로 뿐만 아니라 외적으로도 선배들의 신앙 유산을 지키고 발전시켜 나가는 것입니다. 그러나 최근의 통계에서 드러나는 우리 교구의 선교상황 및 사목 현실은 자랑스런 역사 앞에서 부끄러움을 느끼게 합니다. 일례로, 작년 말 한국교회 총신자수는 407만 명에 이르렀습니다. 인구 대비 신자의 비율은 8.8%의 수준입니다. 그런데 우리 교구는 신자수가 154,132명으로 인구의 7.68%에 불과합니다. 이는 전국 평균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입니다. 그 뿐 아니라 신자 증가율, 새 영세자의 전년도 대비 증가율, 주일미사 참례율, 판공성사 참여율 등 모든 면에서 우려할 만한 수치를 보이고 있습니다.


리 교구의 선교 실태가 이러한 상황에 이르게 된 원인을 우리는 여러 각도에서 분석할 수 있겠습니다. 먼저, 우리 교구의 지역적 여건을 들 수 있겠습니다. 우리 교구는 타 도시나 지역으로 이주하는 인구가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고 인구 유입은 적은 편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신자수의 증가에는 한계가 있다는 점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 교구와 비슷하거나 더 열악한 조건에 있는 타 지역에 비해 월등하게 낮은 복음화율을 보이는 것은 단순히 지역적 여건에만 탓을 돌릴 수는 없음을 말해주는 것도 사실입니다.


리의 열정과 노력 여하에 따라서는 지금도 우리 앞에 복음선교의 기회가 수없이 주어져 있습니다. 사목자 개인의 열정과 신자들의 협력 여하에 따라 선교 효과가 큰 차이를 보이는 것은 이를 반증합니다. 선교는 단순히 선교에서 머물지 않고, 신앙 공동체의 활력을 더욱 증진시키고 신앙인으로서의 사명과 그에 따른 기쁨을 체험하는 계기로서도 큰 의미가 있습니다. 가정에서 자녀가 새로 태어나면 온 가정의 기쁨이 되고 활력이 배가되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예비신자 권면, 교리교육, 영세 후 신앙공동체로의 통합 등 전 과정을 본당 내 소공동체별로 담당하면, 새신자가 소외되지 않고, 하느님 가정의 일원이 된 기쁨 속에서 자연스럽게 성장해 나갈 것입니다.


한 교구의 현안 사업에 대한 교구 공동체 전체의 관심과 협력이 더욱 활발해져야 하겠습니다. 교구청사의 신축, 방송국 설립, 성소 개발과 육성, 청소년 교육을 위한 시설 등 우리가 설정해 놓은 계획들이 더욱 구체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모두의 기도와 정성을 모아야 하겠습니다.


리고 이런 목표를 두고 각 사목자와 본당 공동체들이 실제로 얼마나 노력하고 어떤 성과를 거두는지를 확인하고 평가함으로써 설정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노력이 지속적이고 체계적으로 이루어져야 하겠습니다.


친애하는 형제 자매 여러분!
3. 런데 남에게 기쁜 소식을 전하려면, 먼저 자기 자신이 복음에서 참다운 기쁨을 체험하고 거기에서 새로운 힘을 얻는 일이 앞서야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이치입니다. 요한복음 4장(1-42절)에 나오는 사마리아 여인의 이야기는, 그런 점에서 우리에게 뜻깊은 가르침을 줍니다.


가. 내 마음 속 깊이에 기쁨의 샘물이 다시 터질 때
곱의 우물가에서 우연히 예수님을 만난 사마리아 여인은 삶에서 기쁨의 샘물이 다 말라버리고, 영혼과 육체가 지칠 대로 지쳐 있었습니다. 남자를 여섯씩이나 바꾸고서도 그 몸과 마음의 갈증은 점점 더 심해갈 뿐이었습니다. 그러다가 그리스도라 하는 메시아를 만나서 비로소 그 깊은 갈증이 해소되고 마음 속 깊이에 기쁨의 샘이 터졌던 것입니다. “이 우물물을 마시는 사람은 다시 목마르겠지만, 내가 주는 물을 마시는 사람은 영원히 목마르지 않을 것이다. 내가 주는 물은 그 사람 속에서 샘물처럼 솟아올라 영원히 살게 할 것이다”(요한 4, 13-14). 우물물을 길어갈 생각으로 가지고 왔던 물동이는 이제 더 이상 필요 없게 되어 그 여인은 실제로 그것을 우물가에 버려 둔 채 동네로 돌아갔습니다.


나. 비로소 선교사가 되어
여인의 놀라운 체험담은 온 동네 사람들을 예수께로 끌어오는 힘이 있었습니다. “그 말을 듣고 그들은 동네에서 나와 예수께 모여들었다”(요한 4,30). 이제 여인의 부끄러운 과거까지 복음을 증거하기 위한 자료가 되었습니다. 복음의 기쁨을 체험한 사람에게는 그 삶 전체가 이제 하나도 남김없이 소중한 의미를 띠게 되고 심지어 죄악까지도 선을 위해 쓰여질 수 있게 됩니다. “하느님을 사랑하는 사람들 곧 하느님의 계획에 따라 부르심을 받은 사람들에게는 모든 일이 서로 작용해서 좋은 결과를 이룬다는 것을 우리는 압니다”(로마 8,28). 여인의 달라진 모습에서 사람들은 이 진리를 눈으로 보았습니다.


다. 그리스도만이 구세주
러나 그 여인의 역할은 사람들을 그리스도께 데려 오는 데에서 끝납니다. 그 다음부터는 그리스도께서 직접 그들을 가르치시고, 영원히 목마르지 않는 물을 주실 것입니다. 예수님을 만났던 동네 사람들은 그 여인에게 말합니다. “우리는 당신의 말만 듣고 믿었지만 이제는 직접 그분의 말씀을 듣고 그분이야말로 참으로 구세주라는 것을 알게 되었소”(요한 4,42).


라. 이제 예수님의 제자들에게는 미룰 시간이 없습니다.
“너희는 ‘아직도 넉 달이 지나야 추수 때가 온다고 하지 않느냐? 그러나 내 말을 잘 들어라. 저 밭들을 보아라. 곡식이 이미 다 익어서 추수하게 되었다. 거두는 사람은 이미 삯을 받고 있다. 그는 영원한 생명의 나라로 알곡을 모아들인다”(요한 4,35-36). 우리에게는 늘 핑계가 있을 수 있습니다. “때가 아직 안되었다. 때가 이미 지났다. 대상자가 더 이상은 없다. 할말한 사람은 이미 다 했다. ……” 그런데 그리스도의 눈에는 그렇게 보이지 않습니다. 그분의 눈에는 밭에 곡식이 이미 누렇게 익어 추수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분은 방금 그 탐스런 알곡 하나를 거두어 영원한 생명의 나라로 모아들였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핑계 대기에 급급하고 있을 때에도 온갖 열성을 다해 추수에 공을 들이는 사목자와 신앙공동체는 지금도 놀라운 결실을 거두고 있습니다.


친애하는 교형 자매 여러분!
4.기는 이에 적극적으로 대처하면 언제나 기회로 바뀝니다. 우리가 선교적인 측면에서 깊은 반성을 통한 새로운 노력을 지속적으로 기울여 나간다면 우리는 자랑스런 전통을 다시 한 번 이루어낼 수 있을 것입니다. “나는 하늘과 땅의 모든 권한을 받았다. 그러므로 너희는 가서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을 내 제자로 삼아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이름으로 그들에게 세례를 베풀고 내가 너희에게 명한 모든 것을 지키도록 가르쳐라.” 이렇게 말씀하시고, 덧붙여 당신께서 함께 해 주실 것을 약속해 주셨습니다. 주님의 이 약속을 믿고 확신을 가지고 복음전파의 대열에 뛰어듭시다.

“내가 세상 끝날까지 항상 너희와 함께 있겠다”(마태 28,20).



 

2001년 대림 제 첫 주일에
천주교 전주교구장 이 병 호(빈첸시오) 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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