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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도 사목교서 -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서 완전하신 것 같이 너희도 완전한 사람이 되어라

본문

교형자매 여러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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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천년 대희년을 맞이하면서 우리는 <대희년 특별사목교서>를 발표한 바 있습니다. 그것은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4대 헌장, 곧 [계시헌장], [전례헌장], [교회에 관한 교의헌장], [현대세계 사목헌장]의 기본 노선에 따라, 성서운동, 전례의 활성화, 소공동체 운동과, 주변 세계와의 관계를 개선하여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기 위한 여러 과제, 곧, 선교, 생태환경, 생명, 사회복지, 북한돕기, 외국인, 장묘문화 개선 등을 활동목표로 설정한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2010년에는 지난 10년 동안 우리가 걸어온 길을 돌아보며, 잘되는 것은 더욱 발전시키고, 부족한 것은 보완하는 방향으로 노력할 것을 다짐하였습니다. 그런데 작년은 2천년 특별사목교서 이후 10년이 되는 해였기 때문에, 다시 한 번 <특별 사목교서>를 통해서 이 모든 것을 다짐하였습니다. 그리고 이 역시 우리 교회가 앞으로도 오랜 동안 따르고 실천해야 할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기본 정신을 계승하고 구현하는 것을 목표로 한 것이었습니다. 그러므로 금년에도 구체적 실천 사항에 관해서는, 2000년에 이어 작년 특별사목교서에서도 밝힌 내용 그대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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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세월 동안 우리가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가르침에 따라, 하느님의 은총과 우리의 노력을 통해서 이룩한 것을 바탕으로 하여, 금년에 한 가지를 특별히 강조하자면, 지난 공의회가 목표로 했던 신앙인의 모습을 구현하는 일입니다. 그것은 한 마디로, 신자 하나하나가 신앙인으로서의 의식이 뚜렷하고, 믿음이 생생하게 살아있는 성숙한 신앙인이 되는 것입니다. 열매로 치면 여물고 잘 익은 과일이 되는 것입니다. 가을이 되면, 산과 들의 모든 식물들이 나름대로 잘 영근 열매를 맺고 있는 것이 신기합니다. 이름 없는 작은 풀도, 큰 나무도 예외 없이 성숙한 열매를 맺어, 이른 봄부터 시작된 삶이 한 여름의 폭염과 모진 비바람을 거쳐 완성된 작품을 보여주고 있는 것입니다.

만물의 영장인 인간은 더 말할 것도 없이, 한 삶의 끝에 이르면 열매를 맺어 나름대로 완성된 모습을 갖추게 됩니다. 우리는 특히 가까운 분이 돌아가셨을 때, 그것을 더 분명히 느낍니다. 살아계실 때에는 인간으로서의 약한 모습도 보이고 뚜렷하게 드러난 점도 없었던 것 같았는데, 돌아가시고 나서 돌아다보면, 그분의 완성된 면면들이 한꺼번에 크게 느껴지는 경우가 있고, 실제로 거의 모든 장례식에서 우리는 같은 경험을 합니다. 그렇습니다. 완덕, 성덕, 성인. 이런 말을 들으면 우리는 흔히 자신의 부족과 결점들이 대조적으로 더 크게 느껴져서 주눅부터 드는 것이 보통입니다.

그러나 예수께서는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서 완전하신 것같이 너희도 완전한 사람이 되어라”(마태 5,48) 하고 말씀하심으로써, 인간적으로는 감히 상상할 수도 없는 목표를 설정해주셨고, 거기에 실제로 도달할 수 있도록 빛과 힘을 주십니다. 예를 들면, 씨뿌리는 사람의 비유(마태 13, 1-23)를 통해서, 우리가 말씀을 제대로 받아들여 마음속에서 가꾸기만 하면, 수확량은 100배, 60배, 30배 등, 개인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누구나 나름대로 열매를 맺어 완성된 모습에 이를 수 있음을 분명히 보여주십니다. 그리고 이 때, 수확량은 각자의 능력에 따라 다르고, 그 능력은 하느님께서 주신 것이기 때문에, 우리 하나하나로서는 특별히 신경을 쓸 필요조차 없다는 점도 분명히 보여주십니다. 처음에 다섯 달란트를 받아 다섯 달란트를 더 벌어 온 사람이나, 두 달란트를 받아 두 달란트를 더 벌어 온 사람이나, 주인에게서 들은 말은 똑 같았습니다. “잘하였다. 너는 과연 착하고 충성스런 종이다. 네가 작은 일에 충성을 다하였으니 이제 내가 큰일을 네게 맡기겠다. 자, 와서 네 주인과 함께 기쁨을 나누어라”(마태 25,23). 아무리 작은 꽃이라도 하느님의 눈에는 큰 꽃 못지않게 완전하고 아름답습니다. 그래서 리지외의 데레사는 자신을 작은 꽃이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하느님의 눈은 흔히 세상의 눈과는 정 반대로 보시기 때문에, 어떤 사람이 과연 큰 사람인지, 어떤 사람이 작은 사람인지는 하느님만이 아십니다. 그러므로 문제는 많든 적든 자기가 하느님께 받은 것을 활용하지 않고 그대로 땅에 묻어두는 사람입니다. 비유 속에서는 한 달란트를 받은 사람이 그랬습니다.

“한 달란트를 받은 사람은 와서 ‘주인님, 저는 주인께서 심지 않은 데서 거두시고 뿌리지 않은 데서 모으시는 무서운 분이신 줄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두려운 나머지 저는 주인님의 돈을 가지고 가서 땅에 묻어 두었었습니다. 보십시오, 여기 그 돈이 그대로 있습니다’하고 말하였다. 그러자 주인은 그 종에게 호통을 쳤다. '너야말로 악하고 게으른 종이다. 내가 심지 않은 데서 거두고 뿌리지 않은 데서 모으는 사람인 줄을 알고 있었다면 내 돈을 돈 쓸 사람에게 꾸어 주었다가 내가 돌아 올 때에 그 돈에 이자를 붙여서 돌려주어야 할 것이 아니냐?” (마태 25, 2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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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오로 사도께서도 한 삶의 끝에 이르러 이렇게 말합니다. “나는 이미 피를 부어서 희생제물이 될 준비를 갖추었습니다. 내가 세상을 떠날 때가 왔습니다. 나는 훌륭하게 싸웠고 달릴 길을 다 달렸으며 믿음을 지켰습니다. 이제는 정의의 월계관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 뿐입니다. 그 날에 정의의 재판장이신 주님께서 그 월계관을 나에게 주실 것이며, 나에게뿐만 아니라, 다시 오시는 주님을 사모하는 모든 사람들에게도 주실 것입니다”(2디모 4, 6-8). 여기서 이 위대한 사도께서는 정의의 월계관이 자신뿐 아니라, 주님을 믿고 기다리는 모든 신앙인들도 같이 받게 될 것임을 분명히 알려주십니다.

완성에 대해서 사도 요한께서 하신 말씀은 더 구체적입니다.

“우리는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베푸시는 사랑을 알고 또 믿습니다. 하느님은 사랑이십니다. 사랑 안에 있는 사람은 하느님 안에 있으며 하느님께서도 그 사람 안에 계십니다. 이 세상에서 우리가 그리스도처럼 살게 되었으니 사랑이 우리 안에서 완성된 것이 분명합니다. 이제 우리는 자신을 가지고 심판 날을 맞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1요한 4, 16-17). 우리가 참으로 사랑하면, 아무리 결점이 많고 부족해도, 하느님 보시기에는 나름대로 열매를 맺고 있는 산천초목처럼, 우리는 이미 완성된 인간입니다. 하느님은 사랑이시고 “사랑이 우리 안에서 이미 완성된 것이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 모든 것들은 우리 자신이 이루는 일이 아니고, 하느님께서 당신의 능력, 하늘에서 내려오는 힘이신 성령을 우리 안에 불어넣어주셔서, 그 힘으로만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매 순간 자신 안에 깊이 패인 죽음의 상처, 사랑과는 정 반대되는 세력을 이겨내고 항상 건강을 회복해야만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십자가현양 축일의 성서말씀을 늘 가슴에 새겨야 합니다.

- 길을 가는 동안 백성들은 참지 못하고 하느님과 모세에게 대들었다. “어쩌자고 우리를 에집트에서 데려 내 왔습니까? 이 광야에서 죽일 작정입니까? 먹을 것도 없고 마실 물도 없습니다. 이 거친 음식은 이제 진저리가 납니다.” 그러자 야훼께서는 백성에게 불뱀을 보내셨다. 불뱀이 많은 이스라엘 백성을 물어 죽이자, 백성들은 마침내 모세에게 와서 간청하였다. “우리가 야훼와 당신께 대든 것은 잘못이었습니다. 뱀이 물러가게 야훼께 기도해주십시오.” 모세가 백성을 위하여 기도를 드리자, 야훼께서 모세에게 대답하셨다. “너는 불뱀을 만들어 기둥에 달아 놓고 뱀에게 물린 사람마다 그것을 쳐다보게 하여라. 그리하면 죽지 아니하리라.” 모세는 구리로 뱀을 만들어 기둥에 달아 놓았다. 뱀에게 물렸어도 그 구리뱀을 쳐다본 사람은 죽지 않았다(민수기 21, 4-9). -

십자가 현양 축일의 복음에서 예수께서는 구리뱀 이야기를 예로 드시며, 이제는 하느님의 아들이신 당신 자신이 나무에 매달려 죽으심으로써, 옛날 구리뱀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큰 능력을 가지고 우리를 죽음으로 몰고 가는 어떤 상처나 질병도 쳐 이겨 주실 것임을 알려 주십니다.

- 구리뱀이 광야에서 모세의 손에 높이 들렸던 것처럼 사람의 아들도 높이 들려야 한다. 그것은 그를 믿는 사람은 누구나 영원한 생명을 누리게 하려는 것이다. 하느님은 이 세상을 극진히 사랑하셔서 외아들을 보내 주시어 그를 믿는 사람은 누구든지 멸망하지 않고 영원한 생명을 얻게 하여 주셨다. 하느님이 아들을 세상에 보내신 것은 세상을 단죄하시려는 것이 아니라 아들을 시켜 구원하시려는 것이다 (요한 3,14-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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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므로 이제 우리 신앙인들이 민수 21,4-9; 요한 3,14-17; 마태 13,1-23; 마태 25,14-30; 1고린 12-13장; 2디모 4,6-8; 1요한 1,1-4; 3,16-24; 1요한 4,7-21을 외워 마음속에 깊이 새기면, ‘하느님의 무기’ 특히 ‘성령의 칼인 하느님의 말씀’(에페 6,17)으로 완전무장한 군인처럼, 이 악하고 비뚤어진 세상에서 어떤 일을 당해도 용감히 헤쳐 나가 승리자가 될 것입니다. 그리고 성녀 소화 데레사의 말씀이 얼마나 큰 진리를 담고 있는지를 깨닫게 될 것입니다. “단순한 사람에게는 복잡한 방법이 필요 없답니다.”

여기에 하나를 덧붙이자면, 이른바 자유기도의 문제입니다. 우리 가톨릭교회에서는 전례, 특히 미사가 있고, 그 외에도 기도서에 이미 만들어져 있는 기도문들이 있기 때문에, 그것을 그대로 읽거나 외워서 기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그렇다고 해서 만들어진 기도에 너무 의존하여, 구체적인 상황에 맞추어 각자 마음속 깊이에서 우러나오는 자신의 말로 드리는 자유기도를 소홀히 하면, 신앙생활 전체가 활력을 잃고 하느님과의 관계도 생생하게 유지되지 못할 위험이 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사도 바오로의 권고를 마음에 새겨야 하겠습니다. “여러분은 또한 언제나 기도하며 하느님의 도우심을 청하십시오. 모든 경우에 성령의 도움을 받아 기도하십시오. 늘 깨어서 꾸준히 기도하며 모든 성도들을 위하여 간구하십시오”(에페 6,18). 그러므로 “모든 성도들을 위하여 간구하라”는 권고대로, 우리는 가정에서 부부가 서로를 위해서, 부모가 자녀를 위해서, 자녀가 부모를 위해서 기도해야 하겠습니다. 이 때 가능하면 안수하며 자기의 말로 기도해야 하겠습니다. 그리고 각종 모임이나 회합에서도 돌아가며 자유기도로 시작하고 마치는 것을 정례화 해야 하겠습니다. 그렇게 하면 우리는 무슨 일을 하든지 성령 안에서 하느님의 뜻을 따라 하는 것이 되고, 결국 하느님 안에서 살게 될 것입니다.

이렇게 해서, 우리 하나하나가 하느님 백성으로서 뚜렷한 의식과 신념을 가진 성숙한 신앙인이 되면, 주님께서 교회, 곧 당신 백성에게 맡겨주신 사명을 수행하는 데 있어서도, 모두가 더욱 큰 보람과 기쁨을 느끼며 각자의 몫을 다하게 될 것입니다. 그리하여 바오로 사도께서 말씀하신 대로 우리는 성령께서 각자에게 주신 은총의 선물을 가지고 그리스도의 몸을 이루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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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우리는 이제 성령께서 주님의 백성에게 주시는 은사의 불길이 더 활발하게 타오르게 하고, 본당과 교구 생활에서, 성직자들을 중심으로 평신도와 수도자들이 더욱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그렇게 해서 성서와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가르침 특히 교회에 관한 교의헌장, 그리고 교회법이 모두의 참여를 위해서 보장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실제로 펼쳐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바오로 사도는 성령께서 신앙인 각자에게 주신 은총의 선물을 소개한 다음,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이 모든 것은 같은 성령께서 하시는 일입니다. 성령께서는 이렇게 당신이 원하시는 대로 각 사람에게 각각 다른 은총의 선물을 나누어 주십니다. 몸은 하나이지만 많은 지체를 가지고 있고 몸에 딸린 지체는 많지만 그 모두가 한 몸을 이루는 것처럼 그리스도의 몸도 그러합니다”(1고린 12,11-12).

2010년 대림 제 첫 주일에
천주교 전주교구장 이 병 호(빈첸시오) 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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