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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도 사목교서 - 복음화는 가정교회로부터

본문

1. 친애하는 교형자매 여러분
1994년은 국제연합이 정한 「국제 가정의 해」입니다. 그리고 이를 위해 선택된 주제는 “급변하는 세계속에서 가정이 간직하고 있는 역량과 책임”입니다. 교황께서는 이에 발맞추어, 교회측으로서도 1993년 성가정축일(12월 26일)부터 1994년도 성가정축일(12월 30일)까지를 「가정의 해」로 정하셨고, 새해 평화의 날(1월 1일) 메시지 제목 역시 “인류의 평화는 가정으로부터”로 결정하셨습니다.


리 그리스도 신앙 안에서 부부생활과 가정의 중요성은 언제나 강조되어 왔습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사목헌장」은 그 가장 대표적인 예의 하나입니다. 그 외에도 「인간의 생명」, 「백주년」등에서도 같은 주제를 함께 다루고 있습니다. 1980년에 개최되었던 세계 주교 대의원회의의 결론을 바탕으로 해서도 가정에 관한 두가지 중요한 문헌이 나왔습니다. 요한 바오로 2세 교황께서 1981년에 신자 가정의 역할에 관해 내놓으신 사도적 권고 「가정공동체」와, 1983년에 반포된 「가정권리헌장」이 그것입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후 개편된 교황청의 기구 안에도 이 가정문제는 가장 중요한 분야 가운데 하나로 인정되어, 교황청 가정위원회가 구성되기에 이르렀습니다. 오늘날 급변하는 세태 속에서 개인 및 사회의 온갖 문제들이 발생하는 원인을 추척해 나가면, 거의 예외 없이 가정으로부터 그 뿌리를 찾을 수 있음을 의식한 교회는, 일찍부터 이에 대처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 왔던 것입니다.


런데 이제는 교회뿐 아니라 세계와 인류의 미래를 걱정하는 사람들이 모인 자리인 국제연합에서도 현대사회가 드러내는 병리현상과 상처들을 치유하여 건강한 인간사회를 이룩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먼저 가정을 바로 세워야 한다는 의식이 확산되었고, 그 결과 1989년의 총회 결의를 통하여 1994년을 가정의 해로 결정한 것입니다. 이에 교회는 가정문제 해결의 시급성을 모든 사람들에게 알리고 교회의 전통적 신앙에 입각하여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기 위한 절호의 기회로 이를 적극 활용하기 위해서, 그동안 국제연합 측과 보조를 함께 하며 준비해 온 것입니다.


2. 리 나라 사람들에게 있어서 가정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해왔는지는 모두가 잘 알고 있습니다. 자녀들을 위해서 온갖 희생을 다 바치시는 부모님을 중심으로 하여, 형제 자매들 사이의 관계도 더할 수 없이 끈끈하고 따뜻한 것이 우리 가정의 전통적인 모습이었습니다. 그래서 자녀들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시는 부모님들 뿐 아니라, 형제들의 교육비를 마련하기 위하여 자신의 삶을 송두리째 바친 분들의 이야기도 우리에게는 당연하기조차 한 것으로 여겨져 왔습니다.


런데 그토록 아름답던 우리의 가정도 오늘에 와서는 나날이 변화하는 세태 앞에서 큰 위험에 직면해 있습니다. 하느님께서 태워주신 자녀가 태어나기도 전에 지워버리는 부모들이 늘어가고 그처럼 생명을 가볍게 보는 풍조는 사회 전반에까지 확대되어 각종 폭력사태가 빈번하게 발생하며, 젊은이들 사이에 늙으신 부모를 모시지 않으려 드는 경향이 번져가고, 형제간의 우애가 엷어져가며, 여러 가지 모양의 향락문화가 사람들로 하여금 가정을 소홀히 하게 합니다. 자라나는 세대는 따뜻한 가정의 분위기를 경험해보지 못한 채 마음이 황폐하게 됩니다. 가족끼리의 대회가 줄어들고 가정은 그 특유한 따뜻함을 잃어갑니다.


러나 이런 물결 속에서도 아름다운 분위기를 잘 지켜 가는 가정들 또한 우리 주변에 많이 있습니다. 특별히 신자 가정에서, 하루의 일을 끝마친 부모와 학교에서 돌아온 자녀들이 주님 앞에 함께 꿇어 저녁기도를 바치고 성서를 봉독할 때, 그것은 <가정교회> 의 삶 속에서도 가장 거룩하고 중심적인 <성시간> 을 이룬다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가족이 각자의 자리에서 보낸 하루 전체는 바로 그 시간을 통해서 하느님께 봉헌되고 거룩하게 될 것입니다. 그런 가정 안에서라면 부부간의 신의와 사랑이 더욱 증진될 것이며, 부모의 가치관과 삶의 모습은 자연스럽게 자녀들에게 전달되어 그들은 틀림없이 아름답게 성장할 것입니다.


리는 오늘날에 와서 전 인류의 관심을 집중시킬만치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는 가정을 다시 일으켜 세우기 위해서 특별히 「가정의 해」인 금년을 거점으로 새로운 노력과 정성을 기울여나가야 하겠습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먼저, 이 분야에 관한 교회의 가르침을 잘 알아야 하겠습니다. 특별히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께서 반포하신 「가정공동체」를 모두가 정독하고 거기에 제시되어있는 대로, 모든 가정이
1) 더욱 인간다운 공동체의 형성에 이바지하고,
2) 생명을 보호하고 기르는 일에 봉사하며,
3) 사회발전에 적극적으로 기여하고,
4) 교회의 사명에 더욱 열심히 참여할 수 있게 되어야 하겠습니다.


3. 리는 최근 몇 년 동안 성서공부와 함께 복음선교를 위해서도 많은 노력을 경주해 왔습니다. 「가정의 해」를 맞이하여 우리는 이 두 가지를 위해서 한층 더 노력해야 하겠습니다. 무엇보다도, 그리스도 신자 가정은 하느님의 말씀을 중심으로 살아감으로써 그 안에서 가족이 하나로 뭉치고 어려움을 함께 극복하는 힘을 찾아내야 합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우선 가정기도 시간에 성서를 함께 읽고 묵상해야 하겠습니다. 그리고 기쁜 일이건 슬픈 일이건 간에 집안에 크고 작은 일들이 발생할 때마다, 성서 안에서 그런 일의 깊은 의미를 찾아가며 하느님의 눈으로 그것을 바라보도록 해야 하겠습니다. 그렇게 할 때 신앙인의 가정 섕활은 그대로 이웃들에게 빛과 소금이 될 것입니다. 이렇게 하여, 우리가 그동안 추진해온 성서 운동과 선교를 위한 노력은 가정의 해에 와서 우리의 보금자리 자체를 작은 교회가 되게 하는 가장 아름다운 결실을 맺게 될 것입니다. 모든 가정들이 이렇게 하여 성가정을 이루면, 그것은 온 천하에 복음을 전하라는 주님의 명령을 한층 더 적극적으로 이행하기 위해서도 힘있는 바탕이 될 것입니다.


리스도와 마리아 그리고 요셉이 이루셨던 성가정은 언제나 우리 신앙인 가정의 모범입니다. 그리고 마리아께서는 가나의 혼인잔치에서처럼(요한 2, 3 참조), 가정생활에 따르는 우리의 어려움을 먼저 알아채시고 당신 아드님께 부탁드려 주실 것입니다. 성가정에 우리의 가정을 맡겨드리고 아울러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하느님을 아버지로 알아모심으로써 모든 사람들이
한 가정을 이룰 수 있도록 기도하고 또 함께 노력합시다.



1993년 대림 첫 주일에

천주교 전주교구장 이 병 호(빈첸시오) 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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