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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도 교구장 사목교서 - 끊임없이 기도하십시오.(1테살 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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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도 교구장 사목교서

끊임없이 기도하십시오 .” (1테살 5,17)

- 교구설정  100 주년을 향한 새로운 복음화 -
 

 1. 우리 교구의 사목방향은 기도 생활입니다.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하느님 우리 아버지에게서 은총과 평화가 여러분에게 내리기를 빕니다”(콜로 1,2). 작년 2021년 우리 교구는 하느님의 놀라운 선물을 받았습니다. 하느님의 섭리로 그간 행방이 묘연했던 세 분의 순교복자 유해를 찾았습니다. 이 놀라운 하느님의 선물은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로 많은 어려움을 겪는 우리에게 큰 위로가 되었으며, 이러한 위기의 상황에서 특히 신앙의 본질에 더욱 충실하라는 메시지를 주었습니다. 이에 우리는 하느님께 감사와 찬미를 드리며, 순교자들처럼 우리의 삶에 하느님이 항상 첫째가 되도록 노력해야 하겠습니다.
 지난 2018년부터 우리 교구는 ‘교구설정 100주년을 향한 새로운 복음화’라는 중장기 계획에 따라 교회 생활의 다섯 가지 핵심 요소를 순차적으로 묵상해 오고 있습니다. 이미 ‘하느님의 말씀’(2019년)과 ‘교회의 가르침’(2020년)을 묵상하였고, 작년 한 해 동안은 ‘성찬례’를 중심으로 우리의 신앙을 쇄신하려고 노력하였습니다. 코로나 사태의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성찬례의 보화를 새롭게 발견하고 그 보화를 바탕으로 자신의 삶을 변화시키려고 노력하신 교우 여러분에게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이제 다가오는 2022년에는 성찬례를 통해 깨닫고 맛본 하느님의 사랑을 항구하게 간직하도록 ‘기도 생활’에 전념합시다.

 

 2. 기도는 우리 인간에게 반드시 필요합니다.

 먼저 우리 자신에게 진지하게 물어봅시다. ‘나는 정말 기도하는 사람인가? 나는 자주 기도하는가 아니면 거의 기도를 안 하는가?’ 우리가 이런 질문을 가끔 제기해야 하는 이유는, 기도하지 않으면 마음속에서 하느님을 점점 느끼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 결과 어느 날 갑자기 하느님이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곤 하느님이 마치 계시지 않는 듯이 살기 때문입니다. 달리 표현하자면, 기도하지 않는 사람은 하느님의 존재를 부인하고, 눈에 보이는 현실적인 것만이 전부인 양 살아갑니다. 결국 신앙인이면서도 무신론자처럼 삽니다.
 우리가 기도해야 하는 또 다른 중요한 이유는 기도에 대한 정의를 통하여 찾을 수 있습니다. 기도는 “하느님을 향하여 마음을 들어 높이는 것”(아기 예수의 성녀 데레사)이며, “우리를 사랑하시는 그 하느님과 자주 단둘이 지냄으로써 친밀한 우정의 관계를 맺는 것”(예수의 성녀 데레사)입니다. 이처럼 자신의 마음을 거룩하신 하느님께 들어 올려 그 하느님과 친밀한 우정을 자주 나누는 사람은 하느님의 뜻을 보다 더 잘 알아차릴 뿐만 아니라 그 뜻에 자신을 맞추어나가기 때문에, 덕스러운 사람이 되어가고 변화된 삶을 살게 됩니다. 세상을 바라보는 자세가 변합니다. 곧 기도는 우리 자신을 올바로 변화시킵니다. “기도는 고통스런 마음을 벅찬 마음으로 변화시키고, 슬픈 마음을 기쁜 마음으로, 빈곤한 마음을 부유한 마음으로, 어리석은 마음을 지혜로운 마음으로, 약한 마음을 강한 마음으로, 어두운 마음을 밝은 마음으로 변화시켜 줍니다”(성녀 게르투르드). 결국 “기도를 가까이할 때에 삶이 바뀝니다”(프란치스코 교황,『기도, 새 생명의 숨결』, 한국천주교주교회의, 2021[=기도], 16).
 따라서 우리는 기도를 통하여 신앙인다운 삶을 살 수 있고, 한층 성숙한 삶을 살 수 있습니다. 기도하지 않으면 점점 나락으로 떨어져 우리의 삶은 피폐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교회는 우리에게 “끊임없이 기도하십시오.”(1테살 5,17)라고 거듭 당부합니다. 성 요한 크리소스토모도 기도의 중요성을 이렇게 강조합니다. “기도만큼 값진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기도는 불가능한 것을 가능하게 해 주고, 어려운 것을 쉽게 해 줍니다.”

 

 3. 예수님은 끊임없이 기도하셨습니다.

 우리는 예수님을 항상 내적으로 강하시고 어떤 위협에도 흔들리지 않는 초인간으로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예수님은 “모든 면에서 우리와 똑같이 유혹을 받으셨습니다”(히브 4,15). 곧 예수님도 우리처럼 기쁨과 슬픔을 느끼시고 지치거나 분노하기도 하셨습니다. 군중이 밀어닥쳤을 때 몹시 예민하게 반응하셨고, 수난 직전에는 괴로움과 번민에 떠셨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힘들 때마다 예수님은 홀로 물러가셔서 기도하셨습니다(마르 1,35; 6,46; 루카 5,16 참조). 기도를 마치셨을 때 예수님은 성령의 권능으로 당신의 내면이 더욱 새롭고 강하게 된 것을 분명 느끼셨을 것입니다. 예수님은 항상 기도를 통해 하느님을 깊이 만나시고 용기와 새로운 힘을 얻으셨던 것입니다.
 사실 예수님은 어머니 마리아에게서 기도를 배우셨고, 나자렛 회당과 예루살렘 성전에서 기도를 익히셨기 때문에(가톨릭교회교리서 2599 참조), 기도의 힘을 잘 알고 계셨습니다. 그러기에 예수님은 공생활을 시작하며 세례를 받으신 후에 기도하셨고(루카 3,21 참조), 특히 당신 사명의 중요한 결정을 앞두고는 더 열심히 기도하셨습니다. 예수님은 열두 사도를 선택하시기 전에는 산으로 가시어 밤새우며 기도하셨고(루카 6,12 참조), 수난과 죽음을 앞두고 겟세마니 동산에서 피땀을 흘리며 기도하셨으며(루카 22,41-44 참조), 마침내 십자가 위에서 숨을 거두실 때에도 기도하셨습니다(마르 15,34; 루카 23,34.46 참조).
 이렇게 기도는 예수님에게 당신 사명을 이행하는 원동력이었습니다. 예수님은 기도를 통하여 성령 안에서 아버지와 일치하시고, 아버지의 뜻을 완수하신 것입니다.

 

 4. 예수님은 우리에게 기도할 것을 강조하셨습니다.

 이처럼 기도의 훌륭한 모범을 보여주신 예수님의 모습 자체는 당신 제자들에게 기도를 가르치는 학교였습니다. 예수님의 기도는 제자들에게 기도를 배우고자 하는 열의를 불러일으켰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은 실제로 제자들에게 기도할 것을 당부하셨습니다. “박해하는 자들을 위하여 기도하여라.”(마태 5,44), “골방에 들어가… 네 아버지께 기도하여라.”(마태 6,6), “빈말을 되풀이하지 마라.”(마태 6,7) 등이 그것입니다. 그리고 끊임없이 기도하라는 의미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청하여라, 너희에게 주실 것이다. 찾아라, 너희가 얻을 것이다. 문을 두드려라, 너희에게 열릴 것이다”(루카 11,9).
 나아가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주님의 기도’(마태 6,9-13 참조)를 직접 가르쳐주셨습니다. 이 주님의 기도는 가장 완전한 기도이며 “복음 전체를 요약하고 있는”(테르툴리아누스) 기도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주님께 마땅히 청해야 할 것만이 아니라 청해야 할 차례와 순서도 알려주고 있습니다. 여기에서 우리는 먼저 하느님께 합당한 찬미와 영광을 드려야 하고, 그다음에 우리의 비참한 처지를 하느님의 자비로운 손길에 내맡겨야 한다는 것을 배우게 됩니다.
 이러한 주님의 말씀을 명심하여 우리가 용기 있게 기도할 때에, “하느님께서는 언제나 청한 것보다 더 많이 주십니다! 언제나, 언제나 더 많이 주십니다”(기도, 25). 말하자면 은총만 주시는 것이 아니라 은총 안에서 당신 자신 곧 성령도 내어 주십니다(루카 11,13 참조). 그러니 우리는 담대하게 끊임없이 기도해야 하겠습니다.

 이제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어떻게 기도해야 하는가? 어떤 자세로 기도해야 하는가?’입니다. 이에 대해 우리는 성경을 바탕으로 다음 세 가지로 대답할 수 있습니다.

 

 5. 기도에는 올바른 지향이 필요합니다.

 먼저 기도에는 올바른 지향이 필요합니다. 우리의 이기심과 욕심을 채우기 위한 기도는 지양되어야 합니다. 이에 대해 야고보 사도는 이렇게 말합니다. “여러분은 청하여도 얻지 못합니다. 여러분의 욕정을 채우는 데에 쓰려고 청하기 때문입니다”(야고 4,3). 그리고 ‘주님, 주님!’하고 부른다고 기도가 다 이루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기도하는 사람은 무엇보다 하느님의 뜻을 받아들이고 실행할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마태 7,21 참조).
 예수님은 먼저 하느님의 것을 청하라고 가르치십니다. “너희는 먼저 하느님의 나라와 그분의 의로움을 찾아라”(마태 6,33). 그러면 우리에게 필요한 모든 것을 곁들여 받게 될 것이라고 말씀하십니다. 예수님께서도 겟세마니 동산에서 수난의 잔을 거두어 달라고 청하셨지만, 결국 “그러나 제 뜻이 아니라 아버지의 뜻이 이루어지게 하십시오.”(루카 22,42) 하고 기도하셨습니다. 따라서 기도할 때 하느님의 뜻에 적극 협력하려는 마음이 있어야 합니다.

 

 6. 기도에는 굳은 신뢰심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기도에는 굳은 신뢰심이 필요합니다. 주님께서 정말 들어주실 것이라는 확고한 믿음이 필요합니다. 예수님은 “믿음이 없는”(마르 6,6) 고향 사람들과 “믿음이 약한”(마태 8,26) 제자들을 보시고 안타까워하셨습니다. 그리고 마귀를 쫓아내지 못하는 제자들에게 그 이유로 “너희의 믿음이 약한 탓이다.”라고 지적하시면서 믿음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하셨습니다. “너희가 겨자씨 한 알만한 믿음이라도 있으면, 이 산더러 ‘여기서 저기로 옮겨 가라.’ 하더라도 그대로 옮겨 갈 것이다”(마태 17,20).
 따라서 “우리는 무엇인가를 청하러 주님께 가까이 다가갈 때에, 믿음에서 출발해서 믿음으로 청해야 합니다”(기도, 43). 의심하지 않고 믿는다면, “믿는 사람에게는 안 되는 일이 없습니다”(마르 9,23).
 우리가 주님께 대한 굳은 신뢰와 확신으로 청한다면, 결국 기도 안에서 모든 것을 주님께 맡길 것입니다. 주님께서 언제나 우리에게 참으로 좋은 것을 주신다고 확신하기 때문입니다. 그렇습니다. “한마디로, 기도는 맡겨 드리는 것입니다. 아버지께 교회를 맡겨 드리고, 사람들을 맡겨 드리고, 상황들을 맡겨 드리는 것입니다”(기도, 42).

 

 7. 기도에는 항구함이 필요합니다.

 마지막으로 기도에는 항구함이 필요합니다. 예수님은 한밤중에 친구를 찾아가 빵을 청한 이야기(루카 11,5-8 참조)와 불의한 재판관에게 계속 탄원하는 과부의 이야기(루카 18,1-8 참조)를 통해서 꾸준히 기도하라고 거듭 말씀하십니다.
 그런데 꾸준히 기도하는 데도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하지만 기도가 그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해서 기도를 중지하거나 실망해서는 안 됩니다. 왜냐하면 하느님은 우리가 청하는 것보다 분명 더 좋은 것을 주시기 위해 지금 우리의 소망을 이루어주시지 않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하느님은 우리의 소망이 기도 안에서 정화되기를 원하십니다. 이렇게 하여 하느님께서는 주시고자 하시는 것을 받을 수 있도록 우리를 준비시키십니다”(성 아우구스티노).
 그리고 하느님은 우리의 기도를 가장 적절할 때 들어주십니다. 그것이 우리에게는 너무 늦다고 여겨질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하느님의 눈에는 그때가 가장 적절할 때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하느님의 응답을 기다리며 “낙심하지 말고 끊임없이 기도할”(루카 18,1) 필요가 있습니다. 하느님은 우리에게 필요한 것을 우리보다 더 잘 알고 계시며, 따라서 언제나 반드시 응답하십니다.

 

 8. 우리 신앙 선조들은 끊임없이 기도하였습니다.

 기도 생활을 강조하는 이 기회에 우리 신앙 선조들의 모습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분들은 혹독한 박해 시대에 목숨을 바치면서까지 신앙을 지켰고, 물질적으로 넉넉하지 않았으나 자신의 것을 어려운 이웃과 함께 나누었습니다. 그분들은 성체성사의 고귀함을 깨닫고서 그 누구보다 성체성사를 갈망하였지만 사제의 부족으로 이를 제대로 누릴 수도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그렇게 신앙인답게 훌륭한 삶을 살았던 것은 무엇보다도 충실한 기도 생활 때문이었습니다. 그분들은 아침기도, 저녁기도, 묵주기도 등 일상 기도에 충실했습니다. 특히 함께 모여 기도했습니다. 주일과 대축일은 말할 것도 없고 공소에 자주 모여 기도했습니다. 가정에서도 가족이 함께 모여 기도했습니다. 각자 서로를 위해, 가정과 교회, 사회와 나라를 위해 기도했습니다. 기도의 힘으로 온갖 어려움을 이겨내고 신앙을 지켰습니다. 신앙 선조들의 이러한 훌륭한 모범을 본받아 우리도 기도 생활에 마음을 모아야 하겠습니다.

 

 9. 몇 가지 구체적인 사항을 제안합니다.

 이제 우리 교구가 올해부터 앞으로 실천해야 할 구체적인 내용을 제안합니다.

첫째, 공동체와 함께 거행하는 전례, 특히 주일미사에 성실하게 참여합시다. 성찬례는 최상의 기도이자 형제들과 함께 기도하는 법을 배우는 가장 중요한 자리입니다. 가급적 평일에도 성찬례에 참여하여 하느님과 더욱 친밀한 인격적인 관계를 이룹시다.

둘째, 아침기도와 저녁기도, 삼종기도, 식사 전후의 기도, 묵주기도 등 날마다 일상 기도를 꼭 바칩시다. 이러한 일상 기도는 우리를 유혹에 빠지지 않도록 도움을 줄 뿐만 아니라 하느님의 현존을 가까이 체험하게 합니다.

셋째, 가족이 모여 함께 기도하도록 노력합시다. 가족이 함께 기도한다면, 가족 사이의 아픔과 상처를 치유할 수 있고 예수님의 가정을 닮은 성가정을 이룰 수 있습니다. 그리고 자녀는 부모에게서 더할 나위 없이 소중한 기도를 배울 수 있습니다. 함께 기도하는 가정은 끝까지 함께 갑니다.

넷째, 주님과 더욱 깊은 친교를 맺기 위해 성체조배를 위한 시간을 기꺼이 냅시다. 주님께서는 감실 안에 참으로 현존하시며 거기서 우리를 기다리고 계십니다.

다섯째, 본당과 단체 및 교회기관은 기도나 전례에 대한 교회의 가르침을 함께 배우는 자리를 마련합시다. 미사 전후를 이용한 짧은 교육 혹은 특강이나 정기적인 영성강좌 등을 개최하여 신자들의 기도 생활에 도움을 줍시다.

여섯째, 적어도 일 년에 한 번 교구의 성지들을 순례하여 순교자들을 현양하고 그 신앙을 본받읍시다. 특히 초남이성지에 모신 순교복자들은 물론 교구의 순교자들과 그분들이 남기신 신앙의 유산을 참배하고 공경하며 교회와 세상과 가정의 성화를 위해 전구를 청합시다.

일곱째, 그동안 실천했던 ‘한반도 평화를 위한 밤 9시 주모경 바치기’ 운동을 앞으로도 지속합시다. 주님은 끊임없이 간청하라고 이르셨습니다.

마지막으로, 지구온난화를 막고 생태계를 보호하기 위해 교구의 지침에 따라 함께 기도하고 행동합시다.

 

 2022년 한 해 동안, 저와 여러분은 기도 생활에 전념하여 하느님의 사랑을 깊이 맛보고 자신의 삶을 변화시킴으로써 새로운 복음화의 길을 함께 걸어갑시다. 여러분 모두에게 하느님의 은총을 빕니다.
 

2021년 11월 28일 대림 첫 주일에

천주교 전주교구장 김선태(사도 요한) 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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